• 많은 대중들에게 보수논리를 전할 때 보수시민들이 겪는 애로 가운데에는 보수 논리 자체가 고리타분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때일 것이다. 사실 북한 인권이나 자유주의 시장경제 이야기는 이미 모르는 사람이 없는 흔한 이야기이다. 특히 ‘좌경화’를 막자는 이야기는 보수진영 내부에서는 먹힐지 모르지만 일반 시민들에게는 전혀 엉뚱한 이야기로 들린다.

    특히 현재 열린우리당을 대표하는 인물들 가운데 강금실 전 장관이나 진대제 장관 같은 이들이 있으니 대중들이 한국 보수사회의 좌경화 위협론을 쉽게 이해하기 힘든 것이 너무나 당연하다.

    한번 생각해보라. 강금실 전 장관이나 진대제 장관이 좌파로 보이는가. 대중들의 입장에서는 도무지 납득이 안 될 것이다. 그래서 나는 한국 보수진영이 대권을 탈환해 오려면 새로운 아젠다를 창출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기존의 북한 인권이나 자유주의 시장경제는 중요하기는 하나 참신하지 못하고 대중 설득력에 있어 한계가 있다. 앞서 말한 대로 대중들은 이미 북한 인권 문제나 시장경제 문제에 대해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다.

    한국 보수진영의 새로운 아젠다 : 국민 행복 - 삶의 질 개선

    먼저 한국 보수진영을 약 30% 내외의 국민 지지를 받는 수준에서 탈피해 보다 외연을 확장하기 위해서는 어떤 아젠다를 검토해야 할까. 국민의 삶의 질 개선이라는 문제를 좀 더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이는 ‘선진화’와 비슷하게 들리겠지만 엄밀히 보면 다르다.

    그리고 오히려 이것보다 선행되어야 하는 것은 호남과의 화해다. 한나라당의 대권 탈환, 다르게 보면 열린우리당의 몰락을 이끌어 낼 수 있는 특약은 호남에서 한나라당의 지지율을 올리는 것이다. 한마디로 호남을 분열시키는 것이야 말로 한나라당 대권 창출의 지름길인 것이다.

    호남이 똘똘 뭉쳐 한나라당을 반대하면 한나라당은 2007년 대선도 매우 힘들게 치러야 한다. 쉽게 말해 투표권이 있는 국민 가운데 한나라 세력 30% 남짓과 반 한나라세력 30% 남짓이 대결한다고 가정하자. 이렇게 되면 상대적으로 열성적인 젊은 지지자들을 많이 갖고 있는 반 한나라 세력측이 유리하다.

    이런 점은 곧 무엇을 의미하나. 똘똘 뭉쳐있는 반 한나라 세력을 붕괴시켜야 한나라당이 대권을 탈환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우리 보수인들은 그동안 무엇을 해왔나. 정작 대권을 탈환하기 위해 끌어 들여야 할 세력들을 제대로 공략하지 못했다. 그렇지 못했기에 우리는 30% 남짓의 지지도에 머무르고 있으며 압도적인 반노 여론을 보고 있으면서도 그들의 힘을 대권 탈환에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한나라당이 대권을 탈환하기 위해서는 앞서 언급한대로 반 한나라세력을 붕괴시켜야 한다. 우선 가장 중요한 것은 반 한나라 세력의 중핵인 호남을 흔드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보수사회가 호남 출신 대통령 후보를 세워 줄 수 있을 정도의 결단을 해야 한다.

    일단 지금은 호남 공략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 아니므로 호남 공략과 관련된 문제는 나중에 다시 이야기하도록 하겠다. 지금 이야기할 내용은 반 한나라 세력 가운데 역시 상당한 부분을 차지하는 2030 젊은이들을 설득하기 위해 모병제 도입을 검토해 보라는 이야기이다.

    모병제와 삶의 질 개선

    앞서 나는 한나라당과 보수사회의 새로운 아젠다가 국민 삶의 질 개선, 즉 국민 행복 증진이라고 말한 바 있다. 지금 국민들이 바라는 것은 삶의 양 개선이 아니다. 한마디로 소득이 몇 푼 늘어난다고 해서 국민들이 한나라당을 선택할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이다.

    과거 우리가 빈곤하던 시절에는 안락한 삶, 경제적 문제 해결이 최우선 과제였고 그 과제에 충실한 정당에 대중들이 박수를 보냈지만 지금은 그것 외에도 대중들이 삶의 질 개선에 관심을 크게 갖는 시대가 되었다.

    당장 쉽게 말하면 요즘 청년실업이 문제라지만 정작 중소기업에서는 인재를 쓰지 못해 애를 먹고 있다. 한마디로 지금은 ‘일자리의 양’이 문제가 아니고 ‘일자리의 질’이 문제인 시대가 된 것이다.

    그러니까 강조하면 한나라당이 선진화를 통해 ‘잘 먹고 잘 살게 해 준다’고 광고해봐야 한나라당이 끌어 들여야 할 대중들이 한나라당을 불신하고 있는 한 한계가 있으며 한나라당이 말하는 ‘선진화’가 대중들의 삶의 질 개선과 직접적 연관이 있다고 대중들이 믿지 않는 한 대중들에게는 막연한 구호로만 느껴질 것이란 점이다.

    그리고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구성원들 가운데 50대 이상의 기성세대가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커서 한나라당이 ‘선진화’를 이야기하면 ‘삶의 양’ 증진을 이야기하는 것으로 대중들이 믿는 측면도 있다. 다시 한번 강조하건대 한나라당이 대권탈환을 위해 지향해야 할 바는 국민의 ‘삶의 질’ 증진이지 ‘삶의 양’ 증진이 아니다.

    당장 한나라당 지지도를 올릴 수 있는 길, 국민의 삶의 질을 증진할 수 있는 길을 하나 제시해 보도록 하겠다. 그것은 ‘모병제 도입’을 약속하는 것이다. 모병제 도입은 곧 징병제 폐지를 의미한다. 아마 보수성향이 강한 독자들은 징병제 폐지란 말에 상당한 거부감이 느껴질 것이다. 그러나 이미 모병제에 관한 논란은 많이 진행된 바 있고 정치권 일각에서도 모병제에 대한 활발한 논의가 진행 중이다.

    모병제 도입이 한나라당 대권 탈환의 특약인 이유

    모병제 도입에 거부감을 보이는 이들은 모병제 도입 이후의 비용을 걱정한다. 그러나 뒤집어 생각해 보면 우리가 징병제를 유지하고 있는 관계로 얻는 손실이 얼마나 큰가. 가령 이 글을 쓰는 내가 사회에서 일하면 얼마나 돈을 벌 수 있을까. 월 100만원으로만 계산해도 1년에 1200만원의 돈을 벌 수 있다.

    군 복무기간을 2년으로 계산했을 때 내가 군에 가는 대신 사회에서 일을 하면 나는 2000만 원 이상의 물질적 이득을 보는 셈이다. 물론 이것은 아주 단순 계산을 한 것이고 인간의 능력에 따라 창출할 수 있는 가치는 저마다 다르기 때문에 지금의 징병제가 엄청난 가치를 사장하고 있다고 봐도 될 것이다.

    모병제 도입 이후의 비용이 걱정된다면 정부 예산을 효율적으로 집행할 수 있도록 하면 된다. 방만하게 집행되는 정부 예산을 줄이면 얼마든지 모병제 비용을 충당할 수 있다. 그리고 물론 60만 병력을 유지해야 할 필요가 없다. 30만의 병력으로도 얼마든지 나라를 지키는 데에는 지장이 없다.

    유럽 국가들의 군대나 일본 자위대, 이스라엘 군의 경우에도 우리보다 병력이 크게 적다. 그래도 독일군이나 이탈리아 군이 우리보다 약군이라고 할 수 있는가. 그렇지 않지 않은가.

    모병제를 도입하게 되면 수많은 젊은이들이 직장과 학교로 돌아가 경제활동에 전념할 수 있다. 군에 가는 젊은이들은 제대로 보상을 받고 군대생활을 할 수 있다. 다만 모병제가 시행되면 가난한 가정의 젊은이들만 군에 갈 것이라고 우려하는 이들도 있는데 그렇다면 이런 측면에서 생각해 보자.

    어차피 지금도 군인을 직업으로 하지 않는 젊은이들은 단기간만 복무하고 군을 떠난다. 이는 장교나 부사관, 병사들 모두 마찬가지다. 모병제 시스템에서 빈곤한 가정의 젊은이들만 군에 갈 것을 우려한다면 결국 지금 직업군인 체제도 문제가 아니겠는가. 지금도 어차피 가난한 가정의 젊은이들만 직업군인을 택하고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정리하면 한나라당이 대권을 탈환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양의 표를 추가할 필요는 없다. 약 80만 표만 추가 득표할 수 있으면 한나라당은 대권을 탈환할 가능성이 높다. 한나라당의 고정표들이 이탈하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서다.

    한나라당이 모병제 도입을 결단하면 2030 젊은이 사회에 엄청난 충격이 가해질 것이다. 물론 군필자들을 중심으로 반발의 목청도 거세겠지만 원래 그들은 한나라당을 지지하지 않던 젊은이들일 가능성이 높다. 지난 2002 대선에서 투표를 한 20대 젊은이들 가운데 거의 80%의 젊은이들이 노무현 후보를 택한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반대로 모병제에 호응하는 젊은이들의 환호도 엄청날 것이다.

    결국 한나라당은 ‘모병제 카드’를 꺼내들어도 손해 볼 것이 없다. 한나라당의 고정표는 흩어지지 않을 것이다. 모병제 카드를 던져 놓으면 젊은이들 사회에서 한나라당에 대한 고정 지지층이 저절로 생성된다. 징병제 문화에 거부감이 있는 젊은이들이나 동생을 군대에 보내고 싶지 않고 싶어 하는 젊은이 등이 이성적으로 판단해 한나라당의 자생적 지지층이 될 것이란 이야기이다.

    한나라당, 과감히 승부수를 띄워라

    지난 2002 대선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승부사의 면모를 보였다. 이제는 한나라당도 과감히 결단해야 할 때다. 쏟아 버리는 것이 있어야 그 부분에 새롭고 더 좋은 것을 채울 수 있다. 누가 노무현 후보가 자신과 판이하게 다른 정몽준 후보와 손을 잡을 것을 예상했겠는가. 그리고 97 대선에서 김대중 후보가 JP와 손을 잡을 것을 예견했겠는가.

    한나라당은 열린우리당의 허를 찌르는 판단을 해야 산다. 변화가 두려워 과감한 결단을 못하면 결국 또 다시 패배할 수 밖 에 없다. 쏟아 버리는 것이 있어야 그 부분에 새롭고 더 좋은 것을 채울 수 있다는 점을 반드시 기억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