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너 대권주자는 서럽다. 언론에서 잘 취급해 주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언론에서 잘 취급해 주지 않아 가장 억울할 후보가 강재섭 한나라당 의원이다. 강재섭 의원은 2007년 대권후보 한나라당 경선 출마의사를 분명히 했는데도 각 언론사들이 박근혜-이명박-손학규만 ‘빅 3’로 묶어서 다루고 강재섭 의원은 다뤄주지 않고 있다.

    물론 손학규 경기지사와 강 의원의 지지도 격차가 아주 커서 그렇다면 강 의원이 억울할 것이 없는데 손 지사와 강 의원의 경우 지지율 격차도 미미한데 강 의원은 빼놓고 있으니 강 의원의 언론에 대한 심기가 얼마나 불편할지 이해가 간다.

    강재섭 의원의 최근 행보

    서울에서는 강재섭 의원의 인지도가 낮지만 강 의원은 나름대로 TK지역과 같은 영남지역에서는 제법 인지도가 높다. 강 의원은 영남의 대표주자 중 한 명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영남 지역 지방지들은 강 의원 관련 소식을 제법 비중있게 전하고 있다.

    한편 최근 강 의원의 소식을 매일신문이 전하고 있다. 2월 10일 매일신문에 보도된 강 의원의 신년구상은 ‘올 연말까지 빅 3에 진입한다’는 것이다. 좀 더 매일신문 기사 내용을 구체적으로 보면 이렇다.

    ① 강 의원이 ‘내공’을 쌓기 위해 경제, 통일 등 전문가들에게서 과외중이라는 것

    ② 보좌진을 보강했고, 정치 철학을 담은 저서를 내 출판기념회를 가질 예정이란 것

    ③ 특강정치도 준비중이며 TK 지역민과의 스킨십을 강화할 것이라는 것, ‘텃밭’을 장악하지 못하면 ‘대권예비후보 3룡’의 꿈도 물거품이 된다는 생각이다.

    이외에 기사에 있는 다른 내용을 정리하면 일단 8%에서 10% 이상의 지지율을 얻어 3룡에 오르면 탄력이 붙어 다른 두 후보를 막판 맹추격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을 강 의원 측은 갖고 있는 듯 하다.

    그리고 강 의원은 현재 3룡으로 떠오르고 있지 못한 이유를 ‘자신이 상장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한 강 의원은 자신의 강점으로 ‘화합’을 들었다. 강 의원은 ‘군사정권과 3김정치로 이어지면서 정치권과 국민이 너무 분열되어 있다’라며 ‘이를 통합해 나라를 발전시키는 대통령감으로 가장 적격이라 생각해 대권 꿈을 갖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강재섭 의원의 전략 평가

    일단 매일신문 기사에 나온 강 의원의 전략은 좋다. 특히 영남 텃밭을 장악하겠다는 전략은 매우 정확하게 현실을 본 것이다. 일단 강 의원 입장에서는 강 의원이 강세를 보이는 영남 지역, 특히 TK지역부터 평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 지역은 한나라당 대권후보 경선에서 상당히 중요한 지역이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대권후보 경선에서 TK지역은 그 선거인단의 숫자 이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결국 한나라당의 경우 영남 출신 국민들이 많이 지지하고 있기 때문에 TK에서 바람을 일으키면 서울, 수도권, 부산 등 기타 지역에서도 상당한 주목을 받을 수 있다. 바로 이런 점이 있기에 TK공략이 중요한 것이다. 그러나 이미 이명박 시장과 박근혜 대표 지지로 양분되어 있는 TK지역을 강재섭 의원이 뚫기란 그리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그리고 내공을 쌓고 있는 것, 정치철학을 담은 책을 출판할 예정이라는 것도 좋은 선택이다. 정치인에게 있어 철학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은 이미 익히 알려져 있는 정가의 상식이다. 탄탄한 철학이 있어야 지식인이 결집하고 지식인이 결집해야 대중적 지지세가 강해진다.

    그러나 매일신문에 보도된 강 의원의 전략만 놓고 보면 강 의원이 아직 중요한 몇 가지를 놓치고 있음이 드러난다. 이제부터는 강 의원이 놓친 부분이나 강 의원이 더 생각해야 할 부분에 대해 이야기할 참이다.

    강 의원의 전략에서 보강해야 할 부분 ①

    먼저 강 의원의 전략에서 보강해야 할 부분은 그의 외모 문제다. 지금은 강 의원의 외모가 어떻게 변했는지 몰라도 예전의 그는 답답해 보이는 뿔테 안경에 작은 눈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따금 기사에 올라오는 사진도 날카롭고 매력적인 모습을 하고 있기 보다 개성없고 답답해 보이는 사진들이 올라왔다.

    외모가 인간의 모든 것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나 그래도 대중들에게 정치인의 외모가 상당히 중요한 영향을 준다는 것을 생각할 때 강 의원은 외모를 좀 바꿔야 할 필요가 있다. 좀 더 날카로운 인상을 줘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다만 강 의원의 남다른 친화력은 이미 정계에 널리 알려진 이야기이다. 그러나 대중들은 따뜻하기만 한 지도자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예리하고 지적인 이미지도 원한다. 강 의원은 이미지 변신을 통해 대중들에게 자신의 새로운 모습을 좀 알릴 필요가 있다.

    적어도 강 의원이 널리 알려질 때까지는 예리하고 치밀해 보이는 인상을 유지해야 한다. 지금처럼 개성없는 무딘 모습으로는 대중들의 주목을 끌 수 없다.

    강 의원의 전략에서 보강해야 할 부분 ②

    강 의원은 자신의 장점을 ‘화합’이라고 꼽았다. 이 부분은 그냥 들어 넘길 부분이 아니다. 자신의 최대 장점이라고 생각하는 부분이 바로 그 후보의 정치 철학이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연 ‘화합’이라는 단어가 강 의원에게 맞는지, 시대가 ‘화합’이란 단어를 요구하는지 생각해 볼 때이다.

    직설적으로 말하면 강 의원에게는 ‘화합’이란 철학이 맞지 않는다. 강 의원이 이야기하는 화합이란 단어는 ‘낡은’ 인상을 주고 현실적으로 가능해 보이지도 않는다. 강 의원의 ‘화합’을 생각하면 과거 2002년 한나라당 대선의 ‘안정이냐, 불안이냐’ 하는 구호가 떠오른다. 2002년 한나라당 대선운동은 한마디로 구태의연했다. ‘안정이냐 불안이냐’라는 구호는 1987년 대선에서도 나왔다는 주장도 있다. 강 의원의 ‘화합’은 이런 한나라당의 낡은 선거 슬로건과 다를 바 없다.

    이미 한나라당 양대 대권 예비 후보들은 저마다의 개성을 갖고 있다. 박근혜 대표는 ‘선진화’이고 이명박 시장은 청계천으로 대표되는 ‘불도저형 경제성장’이다. 그러나 아직 손학규 지사와 강재섭 의원은 자신만의 분명한 개성을 갖고 있지 못하다. 공교롭게도 손 지사와 강 의원은 매우 낮은 지지율에서 허덕이고 있다.

    강 의원은 구태의연하고 개성적이지 못한 ‘화합’이란 철학을 폐기하라. 그렇다면 강 의원은 무슨 옷을 입어야 하나. 강 의원은 이회창 한나라당 전 총재의 긍정적인 모습을 계승해야 한다. 한마디로 법률전문가로 반듯한 나라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던 이회창 전 총재의 모습을 입어야 한다는 말이다.

    강재섭 의원은 반듯한 나라 만들기를 선언하라

    강 의원은 어차피 CEO의 모습으로 자신을 알릴 수 없다. 이미 CEO 이미지는 이명박 서울시장이 선점해 있는 상태다. 그렇다고 해서 박근혜 대표처럼 ‘박정희 전 대통령 후광’을 받을 수 있는 처지도 아니다. 물론 박 대표처럼 당 대표로 당을 이끌어 보지도 못했다.

    어쩌면 강 의원에게 있어 알려지지 않았다는 점은 오히려 강점일 수 있다. 타 후보들이 어느 새 대중들에게 식상해지고 있다면 새로 등장한 것처럼 보이는 강 의원은 대중들의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과 같은 ‘화합론’을 주장하고 답답하고 개성없어 보이는 외모를 유지한다면 대중의 관심은 강 의원의 곁에 오래 머물지 않을 것이다.

    삼국지를 보면 뚜렷한 기반없이 떠돌이 생활을 하던 유비가 제갈공명을 찾는 장면이 나온다. 그때 제갈공명은 유비에게 천하 삼분의 계책을 가르쳐 준다. 마찬가지로 지금 강 의원은 천하 삼분을 꿈꾸고 있다. 그러나 그 천하 삼분이 가능하려면 강 의원이 대중들에게 설득력있는 메시지를 던지고 자신의 모습을 대중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모습으로 바꿔야 한다. 지금으로서는 강 의원의 천하삼분론이 이뤄지기는 어렵다.

    강 의원이 외모를 바꾸고 이회창 전 총재의 ‘반듯한 나라 만들기’란 이미지를 계승해 ‘이회창 향수’를 자극하면 강 의원은 천하 삼분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강 의원이 비집고 들어갈 틈새 시장이 바로 그쪽에 남아 있기 때문이다.

    천하삼분을 이루고 난 다음에는 한국 정치사에 남을 대 역전극을 펼쳐야 한다. 이는 천하삼분 이후 강 의원이 온 몸으로 전할 메시지들이 얼마나 대중들의 심금을 울리느냐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