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워싱턴 망언'으로 동아일보로부터 질타를 받았던 청와대 조기숙 홍보수석비서관이 당시 이 신문 사설을 패러디한 '가짜 사설'을 작성, 언론이 이명박 서울특별시장을 견제하지않는다고 비난해 논란이 예상된다. 조 수석은 이 글을 통해 자신의 경우와 비교하며 언론에 대한 강한 불만을 드러냄과 동시에 '지도자로 성장하는데 한계가 있는 사람'으로 표현하며 이 시장도 함께 공격했다.

    조 수석은 2일 청와대 홈페이지내 자신의 블로그에 글을 올리고, '동아일보 2월 2일자 사설'이라며 "이명박 시장의 다보스 망언"이라는 제목의 가짜 사설을 만들어 게시했다.

    조 수석은 이 글에서 "동아일보가 이 시장의 다보스포럼 연설에서 현 정부 비판내용은 충실히 전달하면서 '문제가 된' 이 시장의 발언에 대해서는 아무런 토를 달지 않았다"며 "가장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로 떠오르는 이 시장은 견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왜 이 시장에게는 관대하고, 자신만 비판하느냐는 항의를 하려고 글을 쓴 것은 아니다"고 말하면서도 "권력에 대한 견제, 정론지를 부르짖는 동아일보가 이 시장의 발언에 대해서는 왜 그렇게 너그러우냐"며 항변했다.

    조 수석은 "대통령을 공격하는 것은 더 이상 용기있는 행동이 아니다"며 "이미 권력은 시장으로 넘어갔으며, 권력이 분산되었으니 언론인의 견제도 분산되어야한다"고 말해 '이 시장을 견제해줄 것'을 요청했다.

    그는 여권의 역사의식 공세에 대한 서울시의 반박을 '남의 탓이나 해대는 적반하장의 전형'이라고 비난하며 "동아일보가 일관성 있는 정론지라면 (자신이 쓴 내용과 유사한) 사설이나 기사를 썼어야 정상"이라는 주장을 늘어놓았다.

    자신이 만든 가짜사설에서 조 수석은 "이 시장이 또 망언을 했다"며 "이 시장이 추진력이 있어 시장으로서의 능력은 어느 정도 인정 받았는지 모르겠지만, 역사의식이 천박해 한 국가의 지도자로 성장하는 데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음을 증명한 셈"이라고 이 시장을 비난했다.

    한편 조 수석은 지난해 11월 미국 워싱턴에서 있었던 국제통화기금(IMF) 특강에서의 "한국 국민은 대통령의 모든 권력을 거세시켜 놓고 독재자처럼 팔방미인이 되기를 원한다"는 주장으로 물의를 빚어, 동아일보로부터 '워싱턴 망언'이라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다음은 조 수석이 2일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린 글 전문.

    이명박 시장의 반민족적 발언에 왜 침묵하는가

    이명박 시장의 다보스 망언
    <동아일보 2월 2일자 사설>

    이명박 서울시장이 또 망언을 했다. 이시장은 지난 달 27일 다보스포럼 연설에서 “최근 일부 아시아 정치지도자들은 과거역사에 얽매여 국가 간의 긴장을 고조시키면서 아시아의 미래를 어둡게 하고 있다.”고 했다. 이 시장은 더 나아가 “현재 중국, 일본, 한국의 정치지도자들은 한편으로는 동아시아 지역협력을 주장하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서로 대화를 기피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주장해 마치 한중일 마찰이 세 국가에 공동으로 책임이 있는 것처럼 싸잡아 비난했다. 이는 일본의 야스쿠니 참배를 정당화해주고 한국과 중국의 정당한 문제제기를 도매금으로 매도해 정상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의 언동이라고 믿기 어렵다. 일본수상이 야스쿠니 참배를 중단하지 않는 한 회담에 응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하는 국민이 대다수인 여론을 감안할 때 이시장의 발언은 국민을 모독했고 큰 상처를 안겼다. 네티즌들의 비난이 빗발치자 정태근 서울시 부시장은 원고를 잘 보라며 진의가 잘못 전달됐다고 변명으로 일관했다. 또 남의 탓이나 해대는 적반하장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시장의 망언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기독교 행사에서는 이시장이 “서울을 하나님께 바친다”는 봉헌사로 인해 서울시민들의 분노를 산 바 있다. 그 뿐인가. 행정수도가 건설되면 “군대를 동원해서라도 수도 이전을 막겠다”고 발언해 유신독재의 수제자라는 빈축을 사기도 했다. 광주 망월동 묘지 참배 시에는 목젖이 다 보이도록 박장대소를 해 네티즌들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이시장이 추진력이 있어 시장으로서의 능력은 어느 정도 인정 받았는지 모르겠지만 역사의식이 천박해 한 국가의 지도자로 성장하는 데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음을 증명한 셈이다. 외국에 나가 민족과 국가를 모독하고 욕되게 했으면 국민 앞에 석고대죄하는 것이 정상이다. 외국에 나가 국민 모독을 서슴지 않는 이시장의 존재야 말로 과거회귀적 한나라당의 문제를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상징이 아닌가


    물론 위의 글은 실제 동아일보의 사설이 아닙니다. 동아일보가 지난해 11월 워싱턴에서 IMF 학자들을 대상으로 했던 저의 강연내용을 ‘워싱턴 망언’이라고 비난했던 사설을 패러디해 본 것입니다. 동아일보가 일관성 있는 정론지라면 이명박 시장의 다보스 포럼 연설을 접하고 위와 같은 사설이나 기사를 썼어야 정상이 아닐까 상상해보았습니다.

    망언과 침묵 사이, 그것이 궁금하다
    물론 동아일보가 위와 같은 글을 쓰는 일은 과거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입니다. 동아일보는 이번 다보스 포럼 참관기에서 현 정부를 실컷 비난하는 내용을 충실히 전달하고 “이명박 서울시장은 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자들을 만나 마곡R&D시티 등에 대한 투자 유치 활동을 벌였다”라며 이시장 ‘활약’을 부각시켰더군요. 다보스 포럼에서 문제가 된 이시장의 발언에 대해서는 아무런 토도 달지 않고 짧은 스트레이트 기사로 처리했습니다.

    동아일보가 이시장의 문제발언에는 왜 침묵하는 걸까요? 저는 그것이 궁금합니다.

    물론 왜 이시장에게는 관대하고, 나만 비판하느냐는 항의를 하려고 이 글을 쓴 것은 아닙니다. 제가 주목하는 것은 권력에 대한 견제, 정론지를 부르짖는 동아일보가 번번이 문제가 된 이명박 시장의 발언에 대해서는 왜 그렇게 너그러운가 하는 점입니다. 서울특별시 시장이며 가장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로 떠오르는 이명박 시장은 이미 견제가 필요한 실제 권력입니다.

    “그래도 희망은 자란다”
    그러나 너무 실망할 일은 아닙니다. 요즘 젊은 기자들을 만나보면 참으로 큰 희망을 느낍니다. 그들은 하나 같이 이미 권력은 분산되었고 대통령을 공격하는 것이 더 이상 용기 있는 행동이 아니라고 자신 있게 말합니다. 이미 권력은 시장으로 넘어갔습니다. 지방자치단체로도 넘어갔습니다. 의회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강해졌습니다. “정권은 유한하고 언론은 무한하다”는 말처럼 언론은 결코 정권보다 약한 권력이 아닙니다.

    권력이 분산되었으니 언론인의 견제도 다양하게 분산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갑자기 이 말이 생각나네요.

    “그래도 희망은 자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