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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참여정부 초기 정책기획위원장을 맡았던 이정우 교수(경북대 경제통상학부)가 박정희 정권을 ‘부동산 투기 조장한 거품경제의 온상’으로 혹평한 반면, 참여정부에 대해서는 ‘부동산 정책으로 큰 개혁을 이뤘다’고 호평했다.
이 교수는 16일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진행된 ‘헨리 조지와 한국 부동산 정책’이라는 주제의 정책 토론회에서 역대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 평가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 교수는 정책기획위원장 시절 성장보다는 분배 중심의 정책을 강조했으며 참여정부 부동산 정책의 기틀을 마련했다.
“참여정부 부동산 정책은 훗날 역사에 큰 개혁으로 기록될 것” 주장
이 교수는 “참여정부는 방대한 거품이 꺼지는 경제를 안고 임기를 시작했지만 역대 정권이 전가의 보도처럼 애용했던 부동산 경기 불 지르기를 통한 경기 부양을 자제해 왔다”며 “인기영합주의 수단을 쓰지 않고 참고 기다린다는 것이 대단히 어려운 일임에도 3년간의 내수불황 속에서도 원칙을 지키려고 노력해온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평가받을 만하다”고 칭찬했다.
이 교수는 10·29, 8·31부동산종합대책과 행정도시건설을 지적한 뒤 “한편으로는 가장 철저한 부동산 투기 억제정책을 추진해 옴과 동시에 이율배반적으로 효과가 나타날지도 모르지만 강력한 균형발전, 지방화 정책을 추구해왔다는 점이 참여정부의 특징”이라며 “훗날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그는 “부동산 정책의 관건은 신뢰이지만 2004년 들어와서도 내수경기 회복 조짐이 보이지 않자 단기부양을 희망하는 목소리가 여당 안에서도 들리기 시작했고 종합부동산세 도입을 반대하는 움직임이 정부안에서도 뚜렷이 나타났다”며 “여러 차례 배를 좌초에서 구출한 것은 노 대통령의 단호한 의지였다”고 주장했다. 그는 “‘강남불패라면 대통령도 불패’라는 명언을 남기며 부동산 문제에 관해 일관된 철학을 유지한 점에서 노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과 많이 달랐다”며 “높은 평가를 받을만하다”고 칭송했다.
그는 “참여정부가 역대 정부와 다른 점이 있다면 망국병인 부동산투기를 뿌리뽑지 않고는 우리 경제의 미래가 없다는 인식이 가장 확실하다는 점”이라며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큰 개혁으로 초기에는 이런 저런 저항에 부딪칠 수도 있으나 크게 보면 해묵은 불공평을 시정해 가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부동산 정책의 핵심을 ▲보유세 광화와 거래세 경감 ▲실거래 보고 의무화, 부동산 거래 투명성 제고 ▲장기임대주책의 공급 확대로 꼽았으며 이를 참여정부의 업적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거품경제의 온상’ 박정희 정권, 남의 장작까지 사용해 미리 밥해 놓고 생색”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서는 후한 점수를 준 이 교수는 박정희 정권에 대해서는 부동산 투기를 조장한 정권이라는 박한 점수를 줬다.
이 교수는 “박정희 정권은 배(생산소득)보다 배꼽(불로소득)이 2배반이나 될 정도로 거대해 ‘거품경제의 온상’이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며 “박정희 정권의 경제성장 성적은 외견상은 화려하지만 그 시기 거듭된 상상을 초월하는 부동산 광란을 생각한다면 그것은 미래의 성장을 미리 당겨 쓴 ‘외상 경제운영’이란 면이 강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요즘 유행하는 역대 대통령의 밥솥 유머에 의하면 박정희는 밥을 많이 지어 놓은 모범적 대통령이라고 이야기되지만 부동산 정책의 관점에서 보면 전혀 다른 이야기가 가능하다”며 “박정희는 미래에 남의 장작까지 미리 사용해서 밥을 해놓고 생색낸 대통령이라고 평가받아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 뒤에 오는 대통령들은 아미 장작이 모자라 밥 짓는 데 애를 먹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경제성장이 제일이라는 달콤한 성장지상주의 사고방식은 부지불식간에 경제우선, 민주주의 경시, 독재 합리화로 귀착하는 위험천만한 사고방식”이라며 “요즘 교육에 관해서 전교조 때리기와 반시장적 교과서 내용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지만 실은 그것 못지않게 시장만능주의, 성장지상주의, 실적우선주의도 우리 사회의 심각한 문제”라고 일갈했다.
그는 또 “박정희·전두환·노태우 세 정권은 물불 가리지 않는 무조건식 개발주의에 심취해 부동산 가격의 폭등을 일으킨 책임이 있다”며 “군사정권이 눈앞의 실적 올리기에만 급급하여 후대에 오래 남을 주름살을 여기저기 남겨 놓았다는 점은 결코 가벼이 봐서는 안 된다”고 꼬집었다. 그는 “부동산 투기를 광범위하게 조장했던 박정희 정권에서 그래도 한 가지 잘한 게 있다면 그린벨트정도”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