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적 개념을 국방백서에서 삭제해 버려도 저지하지 못하고 침묵으로 일관했던 군 장교들에 비하면, 금번 경찰모 반납사건의 당사자인 유 경감은 경찰의 간부로써 명예를 스스로 밝혀가는 이 시대의 당당한 공권력이 되었다.

    명예를 지킬 자격이 없는 사람은 결코 명예로워질 자격이 없다. 주적 개념이 국방백서에서 슬며시 없어져도 저지하지 못했던 장교들. 북한 간첩조차까지 모두 북한으로 송환시켜주면서도, 우리는 북녘 하늘에서 55년간이나 신음하며 고통 받고 있는 우리의 국군포로를 송환시켜 달라고 단 한마디도 요구하지 못하는 장교들을 보면서, 근래 드물게 대한민국 경찰의 명예를 지키려고 홀연히 고독의 길을 향한 훌륭한 자격을 갖춘 경찰 간부를 보면서, 과연 국가를 위하여 국민을 위하여 대한민국 헌법을 지키기 위하여 존재하는 군과 경찰의 '명예'가 무엇인가를 깊게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본다. 경찰대학 9기 출신의 유 모 경감은 지난 10일 경찰 명예의 상징인 경찰 정모를 청와대 노무현 대통령에게 소포로 보내고 난 뒤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내 명예를 돌려드립니다'라는 용기 있는 글을 남겼다.

    시대정신 읽어내지 못하는 장교들 - 주적개념 없애도 침묵! 국군포로 송환에도 침묵!

    주적 개념이 없는 군의 의미가 과연 존재할 수 있는가. 헌법의 영토조항 제 3조를 삭제하자고 외치는 지금의 대한민국이 과연 어디로 향하여 항해하고 있는지 자못 의문이 생긴다. 간첩들은 제 마음대로 북송시켜 주면서도 국군포로 단 한사람도 송환하지 못하고 있는 이 참담한 현실을 보고도 대한민국 국군 장교들은, 단 한사람도 미구(未久)의 어느 날에 전쟁이 일어나게 된다면 자기들이 적군에 포로가 되어 입장이 바뀔 수도 있다는 그 무서운 사실조차도 까마득하게 잊은 것처럼 국군포로 송환에 대하여 단 한마디의 의견도 내놓지 못하고 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군의 존재 목적이 과연 무엇인가. 단 한 번의 전쟁을 위하여 일년 365일을 예비하고, 훈련하며 불철주야로 훈련에 임하고 있는 특수 조직이 군이 아닌가. 국가의 안전과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하여 주적으로부터 침략을 받았을 경우를 상정한 단 한 번의 전쟁을 위하여 존재하는 것이 군이다.

    지금도 호시탐탐 대한민국을 노리고 있는 북한 군사공산독재정권이, 1950년 6.25사변을 일으킴으로서 우리 대한민국을 침략하여 대한민국 산하를 도륙하고 초토화시켰던 불행한 역사 때문에 대한민국은 북한을 주적으로 삼아 북한 군사공산독재정권의 재침략에 대비하여 국민들이 혈세를 지불하면서 막강한 안보조직인 대한민국 국군을 성스럽게 육성하였던 것이 아니었던가.

    지금 눈을 크게 뜨고 대한민국을 쳐다보라. 대한민국을 전복시키려 했던 북한 장기수와 간첩들은 모두 북한으로 송환시켜 주면서, 55년 동안이나 북녘 땅에 갇혀 갖은 고통에 신음하며 죽어져갔거나 그나마 남아있는 몇몇 안 되는 우리의 불쌍한 국군포로들은 단 한사람도 송환시키지 못하는 가슴터질 이 나라 이 모습을 보면서도 왜 국군 장교들은 그들의 생명과 명예를 위해 국군포로를 송환시켜 달라고 단 한마디 요청이나 의견조차도 내지 못하고 침묵만 하고 있는가. 대한민국을 북한의 남침으로부터 구해주었던 미국은 55년이 지난 오늘까지도 6.25에 참전해서 산화했던 자국국민의 유골까지도 송환하려고 온갖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지 않는가.

    국방백서에서 북한이 주적이라는 주적 개념을 삭제해버려도 저지하지 못했던 대한민국 국군 장교들의 모습을 보면서 가슴 미어지는 통증을 느낀다. 군의 여론조사에서 60% 이상이 전쟁이 안 일어날 것이라고 했다니 그렇다면 그 많은 국민의 혈세를 지불하면서 군을 존재시킬 이유가 성립이 되는가. 그리고 더더욱 주적이 없는 군에 우리의 아들들이 의무적으로 입대해야 될 필요가 있는가.

    공권력의 명예를 소중히 하는 경찰 간부들을 보면서…

    우선 경찰의 명예를 지키기 위하여 홀로 고독한 고뇌를 표현했던 경찰간부 유 경감의 명예를 지킬 수 있는 의지의 날개에 심심한 경의를 표한다. 유 경감은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보낸 글 속에서 “제복을 입은 사람에게 모자는 명예의 상징이다. 모자를 국민에게 돌려드림으로써 가슴 속에 간직하고 있던 명예를 돌려드린다. …<중략>… 폭력배가 되어버린 나의 동료와 대원에게 사과하기 위함이며 경찰대학 동문과 총경들처럼 아무 말도 하지 않을 경우 시위현장에서 새로운 죽음을 보게 될 수밖에 없음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다”라고 그의 심경을 토로했다.

    지금 유 경감이 지적한 대로 많은 간부들이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명예를 소중히 생각하는 유 경감 스스로가 명예를 국민들에게 되돌린다고 했다. 참으로 애석하고, 가슴이 메어지는 말이다.

    경찰대학은 국비로 엘리트를 모집하여 명예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경찰의 간성으로서 국가를 위하여 헌신할 것을 전제로 육성하는 곳이다. 국가를 위하여 헌신한다는 뜻은 헌법정신인 자유 민주 대한민국을 지키는 일이다. 국토방위의 간성인 국군은 헌법정신에 상정되어 있는 주적 개념이 삭제되었는데도 불구하고 오직 침묵만을 하고 있는 데 비하면 경찰 중견간부의 명예를 중시하는 유 경감의 태도야 말로 이 시대에 많은 의미를 던져주고 있다.

    경찰대학의 명예로운 교육과 훈련에서 획득한 정당한 명예는 정당하게 지키겠다는 당당한 표현이라고 생각된다. 지난 12월 국회 앞에서 벌어진 ‘전국농민회총연맹’의 과격 폭력시위 때문에 경찰청장이 옷을 벗어야 하는 비운을 맛본 공권력 경찰이 오늘의 현주소다. 폭력시위대의 폭력난동행위는 똑바로 분별력 있게 판단하지 못하고, 오직 공권력의 진압과정에서 나타난 불상사만을 공권력이 책임 추궁당하는 모순을 어떻게 참을 수 있었겠는가.

    시위대가 다가오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 또 시위대로부터 폭력을 받을까 두려움을 견디어내기 위해서 처절하게 방패로 자기방어를 해야 했던 조국의 젊은이들이 쇠창이나, 죽창이나, 방화나 기타 폭력 앞에서 해야 할 처방은 무엇인가. 공권력이 무엇인가. 공권력은 대한민국 헌법질서를 지키는 국가권력이다. 애국심이 무엇인가. 대한민국 헌법을 수호하는 국민의 국가에 대한 소명감이자 의무감이다. 치안유지가 무엇인가. 대한민국 국법질서를 지키기 위한 호헌 행동이다.

    국가의 국법질서를 지켜야 된다는 애국관과 사명감은 그 무엇보다 소중한 국가의 가치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부당하게 폭력시위대 아니 폭도들로부터 위해를 받아야 하는 긴박한 상황에서 공권력이 방어해야 할 권리는 도대체 이 나라에는 없는 것인가.

    이 말이 생각난다. 홍콩에 WTO관련 한국 농민 원정시위대가 폭력으로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을 때 참으로 부끄러워했던 사람들은 다름 아닌 우리 국민들이다. 당시 홍콩검찰 책임자인 웡옌룽씨는 한국폭력시위대를 두고 이렇게 말했다. “어떤 국가의 어떤 사람이라도 홍콩의 법을 위반하면서 자유라는 이름으로 폭력을 사용한다면, 반드시 법률절차를 밟아야 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대한민국 경찰은 왜 홍콩경찰의 책임자처럼 말할 수 있는 입장이 되지 못하는가. 국회 앞 폭력시위대의 폭도들 앞에서 마이크를 통하여 “어떠한 사람이라도 자유라는 이름으로 폭력과 방화를 한다면 반드시 법률절차에 따라 엄중한 처분을 받을 것이다”라고 할 수 있어야만 그것이 공권력이 지닌 최소한의 권위일 것이다. 경찰직의 상징이자 명예의 상징인 경찰모를 청와대에 보내야만 했던 경찰간부의 행동을 결코 경솔하다거나 또는 경솔한 이벤트성으로 꾸짖어서는 안 된다. 왜 오늘 이러한 상황이 올 수밖에 없었던가를 가슴깊이 반추해보는 정치권과 경찰 최고지휘부의 성찰이 필요하다.

    최광식 경찰청 차장이 11일 '일탈행위 재발방지'를 일선 경찰서에 지시했다고 한다. 경찰직의 상징인 경찰모를 항의의 수단으로 삼은 경찰간부만을 나무라서는 안된다. 한때 유행했던 심기경호(心氣警護)라는 말이 생각난다. 웃어른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나온 경호방법이 소위 심기경호로 표현되었던 시절도 있었다니, 당시 심기경호란 용어를 만들었던 경호책임자의 아부성 멘트가 우리를 슬프게 한다.

    유 경감이 표현한 다음 말을 정치권은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정치권은 허 청장의 사임이라는 형식으로 자신과 자신의 동료를 폭력배로 낙인찍었다. 모자와 명예를 돌려드림으로써 다시 이번과 같은 일을 당할 때 덜 아플 수 있을 것 같다"

    시위농민 사망사건으로 인하여 경찰이 폭력배로 몰려야 하고, 폭력시위보다는 오히려 모든 공권력에 잘못을 돌리고 있는 시민단체를 가장한 폭력시위대들과 정치권은 이 나라를 위기의 언덕으로 내몰아가는 최악의 형국을 만들어내는 원인제공자가 될 수 있다는 엄연한 사실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55년 동안이나 북녘의 동토에 갇혀서 신음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국군포로에 대해서 송환해 달라고 단 한마디 건의도 안하고 있는 장교들을 보면서, 국방백서에서 북한에 대한 주적개념을 삭제해도 저지하지 못했던장교들을 보면서, 공권력으로써 경찰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경찰간부 정모를 반납한 경찰 간부를 보면서, 대한민국 국민들은 대한민국의 앞날을 주의깊게 응시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객원칼럼니스트의 칼럼내용은 뉴데일리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