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형준 부산시장은 긴급 애도 브리핑… 대통령 침묵에 '책임론' 지적도 나와
  • ▲ 4월 30일 서울 종로구 보건소에서 간호직 공무원으로부터 코로나19 백신 2차 예방접종을 받는 문재인 대통령. ⓒ청와대
    ▲ 4월 30일 서울 종로구 보건소에서 간호직 공무원으로부터 코로나19 백신 2차 예방접종을 받는 문재인 대통령. ⓒ청와대

    간호직 공무원이 우한코로나(코로나19) 격무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한지 닷새가 지난 28일까지 문재인 대통령이 애도를 표하는 등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문 대통령은 그동안 소방관과 의료진, 택배기사 등의 과로사와 관련해 꾸준히 입장 표명을 해왔다.

    부산 동구보건소에서 일하던 30대 여성 간호공무원 이모 씨는 최근 코호트 격리 병원 관리 업무를 과다하게 부여받았다. 이에 이씨는 상사에게 자신의 순서가 아니라는 등 부담감을 표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결국 지난 23일 자택에서 투신했다.

    문 대통령은 그동안 국민이 억울한 죽음을 맞이하는 사고가 발생하면 SNS를 통해 추모를 해왔다. △2017년 강릉 소방관 2명 순직 △2018년 한강 소방관 2명 순직 △2019년 윤한덕 국립중앙의료원 센터장 과로사 △2020년 택배 기사 과로사 때마다 즉각적인 반응을 보였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지난해 7월 고 최숙현 트라이애슬론 선수가 가혹 행위에 시달리다 사망하자 "제대로 조치가 이뤄지지 못해 불행한 일이 벌어진 건 정말 문제"라면서 최윤희 당시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을 질타했다. 하지만 이번 사건과 관련해선 고용노동부 장관이나 보건복지부 장관 등 관련 부처에 대한 질책도 없었고, 간호 공무원에 대한 애도도 없었다.

    더군다나 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전국 간호사 5046명을 대표한 모임으로부터 "국내 보건의료 체계 적폐를 청산하고 36만 명 간호사의 처우와 근로 환경을 개선할 적임자"라는 지지를 받기도 했다. 이처럼 문 대통령이 간호계와 깊은 인연을 맺어 오면서도 유독 이번 사건에 대해 무신경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자신의 공약(公約)이 공약(空約)이 됐기 때문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8개월 전 文 "간호 인력 확충, 처우 개선에 최선 다할 것"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간호사들의 열악한 근로 현실을 개선하겠다고 약속한 사람이 다름 아닌 자신이기 때문에 이번 사건에 대한 '책임론'을 의식해 침묵을 이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9월 페이스북을 통해 "정부는 간호사분들의 어려움을 조금이라도 덜어드릴 수 있는 일들을 찾아 나서겠다"며 "간호 인력 확충, 근무 환경 개선, 처우 개선 등 정부는 최선을 다해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 방역의 최일선에 있는 공공 병원의 간호 인력을 증원하는 등 당장 할 수 있는 일부터 신속히 하겠다"며 "용기를 잃지 말고 조금만 힘을 내어 주십시오. 간호사 여러분,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라고 덧붙였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해 12월 "보건의료 서비스의 원활한 제공을 위해 현장 수요에 비해 부족한 간호 인력을 지속 확충해 나가겠다"고 대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불과 5개월이 지난 시점에 간호 공무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이 발생하자, 그동안 근무 환경 등에 변화가 없었던 사각지대가 존재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무원 노조 "명백한 사회적 타살"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부산지역본부는 전날 성명을 내고  "(고인의 사망은) 막다른 골목에 몰려 죽음을 강요 당한 명백한 사회적 타살"이라며 공무원 노동자들의 건강권을 생각하지 않고 부족한 인력을 즉시 보강하지도 않은 채 개인이 모든 것을 감당하게 만드는 공직 사회의 병폐가 고인을 죽음으로 내몰았다"고 규탄했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28일 부산시청에서 긴급 브리핑을 열고 "코로나19 최일선에서 분투하던 간호직 공무원이 유명을 달리했다"며 "고인의 명복을 빌며 슬픔에 잠긴 유족에게 깊은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고 허리를 굽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