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미국이 엄격한 방역기준 제시해 수행단 규모 반으로 축소" 해명서민 교수 "미국은 야구장서도 마스크 안 쓸 정도로 방역 완화" 의문
  • ▲ 2019년 라오스 국빈 방문 당시 김정숙 여사가 문재인 대통령을 앞서 걸으며 환송식을 참여한 라오스 국민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뉴시스
    ▲ 2019년 라오스 국빈 방문 당시 김정숙 여사가 문재인 대통령을 앞서 걸으며 환송식을 참여한 라오스 국민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뉴시스
    김정숙 여사가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 동행하지 않은 것을 두고 각종 추측이 나온다. 김 여사는 문재인 대통령 취임 후 세 차례의 워싱턴 방문에 모두 동행했을 뿐만 아니라 이번 한미 정상회담 참석을 위해 지난 3월과 4월 두 차례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을 맞았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이와 관련 "미국 측이 엄격한 방역기준을 제시하면서 공식 수행원 규모를 평소 방미 때보다 절반가량 줄였다"고 설명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미국 측에서 인원 최소화 요청이 있었던 것은 맞지만, 김 여사를 지명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 여사가 동행하면 공식 행사가 늘어 수행원 등 부대인원이 더 필요해 청와대가 자체적으로 김 여사의 정상회담 참여를 제한했다는 의미다.

    청와대는 미국 측의 인원 최소화 요청이 있기 전 미국 측과 협상하면서 김 여사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부인인 질 바이든의 만남 등을 추진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더구나 미국 측이 백신 접종을 필수 요건으로 제시하면서 문 대통령과 함께 3월23일, 4월30일 두 차례 AZ 백신을 맞은 터라 김 여사의 방미 불발을 두고 여러 말이 나온다.

    엄격한 방역기준이 김 여사 방미 불발의 원인이라는 것과 관련, 서민 단국대 교수는 "방역에 따른 인원 축소라고 해도 김 여사를 뺀 것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문 대통령의 해외 방문에서 김 여사는 '외교의 신'이라 불릴 만큼 특유의 무게감으로 좌중을 압도했고, 선봉에서 외교를 진두지휘한 인물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서 교수는 "더구나 인구의 절반 정도가 백신을 맞은 미국은 주에 따라 일상생활이 가능할 정도로 방역지침이 완화됐다"며 "얼마 전 양현종 투수가 선발등판한 텍사스 경기에서는 관중들이 마스크를 쓰지 않고 야구 경기를 관람했을 정도"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게다가 정상회담에 참여한 사람들은 모두 백신을 맞았고, 이 때문에 면역력 생성기간까지 고려해 정상회담 일정을 잡았다"고 지적한 서 교수는 "미국이 요구한 '엄격한 방역기준'이 김 여사 방미 불발의 이유라는 것이 납득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앞서 박수현 전 청와대 대변인은 한 시사 프로그램에 출연, 김 여사의 방미가 좌절된 것과 관련 "첫째는 방역 때문일 것이고, 두 번째는 바이든 여사의 입장을 고려했을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외교가에서는 미국 최초의 '일하는 영부인'인 질 바이든 여사가 일정을 빼기 어려워 외빈 접견을 축소했다는 분석과 함께 고령인 바이든 여사를 배려한 조치라는 의견도 나왔지만, 정작 바이든 여사는 공식 행사에 얼굴을 드러냈다.

    김광일 조선일보 논설위원도 유튜브 방송을 통해 "문 대통령 해외 방문 때마다 김 여사가 촉매제 역할을 해왔다"며 "하지만 2년 전 라오스 방문 때 김 여사가 문 대통령에 앞서서 레드카펫을 걸어간 것과, 필리핀에서 '말춤'을 춘 것 등을 놓고 뒷말이 많았는데, 미국이 김 여사의 돌발행동을 우려해 방미를 제한했다는 의혹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달 16일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의 방미 때도 마리코 여사가 동행하지 않았기 때문에 과도한 확대해석을 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반론도 있다"고 김 위원은 덧붙였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코로나19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며 "바이든행정부는 대외 행보를 자제하고 축소하겠다고 이미 말했다. 정상회담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 교수는 "국빈방문이면 당연히 배우자가 동행했겠지만, 일종의 실무회담 형식이었기 때문에 김 여사가 동행하지 않은 것이 그렇게 이상한 일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김 여사는 6월로 예정된 G7회의 참석을 위한 영국 순방에는 문 대통령과 동행할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