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대통령 상대로 '2승' 거둔 강규형 "KBS 이사 해임은 '인권유린'이자 '야만의 결정판'"
  • ▲ 강규형 전 KBS 이사. ⓒ뉴데일리
    ▲ 강규형 전 KBS 이사. ⓒ뉴데일리
    지난 4월 28일 대통령에 대한 KBS이사 해임취소소송 2심도 필자의 승소로 결판났다. 지난 달 미국의회 인권위원회의 한반도인권청문회에서 필자 해임이 방송장악을 위한 문 정권의 가혹한 방식을 통한 인권유린이자 숙청(purge)이었다는 증언이 나올 정도였다. 한국에도 번역된 일본 류코쿠(龍谷)대학 사회학부의 리 소데츠 교수의 저서에서도 필자 건은 자세히 언급됐다. 그 사이 이 사건은 국제적인 사안으로 번져나간 것이다.

    공교롭게도 KBS와 MBC(이사회는 방송문화진흥회) 양대 방송의 이사회에서 두 명씩이 교수였고, 이 네 명만 쫓아내면 양대 방송사를 장악할 수 있는 구도였다. KBS·MBC에서 협박에 가장 취약한 교수들을 대상으로 삼는 야비한 전략을 택했다. 목적은 방송장악을 통해 KBS를 정권과 민노총의 나팔수로 만드는 것이었다. 

    감사원의 KBS 정기 감사에서 이사들의 판공비 건은 아무 문제 없이 통과됐다. 그러나 언론노조와 정권의 압력으로 특별감사가 실시됐고, 이전엔 없었던 먼지털이 식으로 이사 11명이 모두 문제가 있다는 해괴한 감사결과가 나왔다. 당시 조선일보 사설은 이 상황을 감사원이 권력의 흥신소가 된 것이라 비판했다. 이 재감사를 통해 밝혀진 것은 진짜로 문제가 되는 장소에서 법인카드를 사용한 사람은 두 사람이었다는 것이었다. 한 사람은 미리 사퇴를 했고, 다른 한 사람은 집권세력 추천의 전직 KBS노조위원장이 단란주점에서 단란하게 술을 마신 것이었다.

    마치 정권과 언론노조가 KBS 사장으로 택한 양승동이 평소는 세월호 팔이를 했지만, 세월호 침몰 당일 날 저녁 노래방에서 음주가무를 하며 법인카드를 사용한 것이나 마찬가지 경우였다. 정상적인 인간이라면 언론노조원들은 양승동의 사장직 사퇴나 해임을 요구했었어야 했다. 물론 그런 양심적인 행동은 전혀 없었다. 언론노조의 위선성이 낱낱이 밝혀지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여기에 친(親)정권, 친(親)언론노조인 청부언론·사이비언론(방송포함) 들의 발호도 두 눈 뜨고는 못 볼 지경이었다.

    민노총 산하 전국언론노동조합(언론노조)와 언론노조 KBS본부(사실은 지부, KBS 2노조라고도 한다)는 둘이서 사이좋게 야권 이사중 중 변석찬, 조우석 두 사람만 빼고, 강규형 이인호 차기환 이원일 네 사람을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나중에 2018년 5월에 사퇴를 완강히 거부해 자기들을 ‘괴롭힌’ 강규형만 빼고는 나머지 세 명을 전부 고발을 취하했기에 필자는 외로운 싸움을 해야했다.  

    박상기 연세대 교수는 노무현 정부에서 형사정책연구원장으로 있을 때 360만 원을 부당 사용했다가 정기감사격인 국무조정실 감사에서 적발되고, 본인의 저서 인세를 통해 오랜 기간에 걸쳐 변제했다. 해임은커녕 아무런 징계도 없이 임기를 마쳤다. 문재인정권의 초대법무장관으로 국회 인사청문 과정에서 이런 것이 드러났어도 멀쩡히 법무장관으로 임명됐다. 

    필자는 이 사건이 벌어지던 당시의 현직 법무장관이었던 박상기의 예를 들면서 버텼다. 검찰조사에서 나를 조사하려면 박상기 법무장관부터 해임하고 조사하라고 야유를 퍼부었다. 법은 공정해야 한다.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다. 필자는 엄청나게 많은 소송에 시달려야 했고, 그 과정에서 대부분 판사, 검사, 경찰조사관 들은 양심적으로 임했지만, 권력의 청부업자 역할을 한 사람들이 없었다고는 할 수 없다. 나중에 밝혀질 일이다. 집권 민주당에서는 거의 모든 의원들이 방송장악에 참여하고 지원했지만, 특히 두드러지는 것은 유은혜 현 교육부 장관, 박홍근 의원, 서영교 의원 등이었다. 전원 좌파 운동권 출신 586세대다.

    그러나 권력은 자진사퇴를 유일하게 거부한 필자만을 찍어 방송통신위 해임청문에 회부 했다. 여러 이유를 억지로 갖다 붙였는데, 가장 압권은 폭행/상해 피해자인 필자를 가해자로 둔갑시킨 것이었다. 2017년 12월 27일 열린 청문회는 아수라장 속에서 진행됐고, 필자의 해명서를 읽을 시간도 없는 청문주재인은 해임 의견을 황급히 작성했고, 방송통신위는 전광석화처럼 긴급 상임위원회를 소집해서 해임 의결을 했다. 대통령은 그 다음 날 해명에 서명했다. 그 무리수의 대가는 비싸게 치러야 할 것이다. 

    해임청문에서 벌어진 일은 경악스러웠다. 청문주재인인 고려대 신방과 김경근 명예교수는 연이은 망언(妄言)을 해댔다. 

    “먼저 본 놈이 임자예요. 솔직하게 이야기합시다. 그렇죠? 힘센 놈이 먹게 돼 있어요 방송은. 그게 방송의 속성이에요. 100년 동안 90년 동안 그래왔어요. ... 방송을 우리 흔한 말로 예쁜 여자 보고 총각들이 집적거리는 거 그거 당연한 거 아닙니까?”

    “수신료 인상을 위해 발언을 했다는데, 강 이사는 수신료 인상을 위해 왜 단식투쟁을 안했어요? 그거 이사로서의 임무를 다 안한겁니다. ... 국회의원들 바지자락이라도 붙들고 늘어지고 치마폭이라도 붙들고 늘어지고 그 흔한 단식농성 한번 해 봤냐 이거예요.”

    “우리 이사님은 왜 나만 찍어서 그러느냐? 교수니까 그런거죠 뭐. 교수가 만만하다는 걸 모르세요?”

    그야말로 현 정권 방송장악의 추악한 본질을 몇 마디로 요약해 냈다. 필자에게 통고도 없이 참석한 청문위원인 민변 소속 최은배 변호사는 다짜고짜 “똑바로 앉으라”는 위압적 태도로 임했다가 나중에 사과해야 했고, KBS의 수임을 받은 변호사로서 제척 사유가 있기까지 한 자였다.

    나중에 국회에서 법사위에선 김진태 의원이 해임청문 녹취록을 흔들며 날카로운 질문을 하자 이효성 방통위 위원장은 해임청문 과정이 엉망이었던 것을 인정했다. 국회 과방위에서도 박대출 의원 등의 호통에 허욱 방통위 부위원장도 위법성을 시인했다. 즉, 두 사람 다 해임청문 과정의 위법성을 인정했기에 필자의 해임은 청문 과정에서도 불법이었다. 해임청문 녹취록은 공증을 받고 법원에 제출했고 언론에도 다 공개됐다.

    해임청문이 끝나자마자 비상소집된 방통위 상임위원회에서 역시 필자의 해명서를 읽고 들을 시간도 없이 여권 추천의 이효성 위원장, 허욱 부위원장은 물론, 고삼석 상임위원은 당연히 해임 찬성을 하면서 불법 방송 장악에 참여했다. 그런데 야당인 바른미래당 지명 표철수 방통위 상임위원도 이 범죄에 가세했다, 필자의 해임 이전 이후에도 표철수는 많은 건에서 정권의 방송 장악에 동참했다. 현재 국민의힘 당에서 주도권을 장악한 바른미래계 인사들이 통절히 반성해야 할 부분이다. 바른미래당 추천 인사들은 대개 KBS이사회 등 다른 기구에서도 정권과 언론노조의 편을 드는 쪽을 택했다. 통탄할 일이다.

    필자가 해임된 후 곧 친북좌파 세력의 대부인 김상근 목사가 후임 이사로 임명됐고, 수적 우위를 점하자마자 여권은 KBS사장을 해임했다. 김상근은 KBS이사장이 됐고, 아직도 그 직책을 유지하고 있다. 불법 해임된 필자의 후임으로 이사/이사장이 돼 방송장악을 주도한 김상근 이사장은 도의상 자진 사퇴해야 마땅하며, 이러한 불법 인권유린 과정에 동참해 방송 독립성을 저해한 당시 여권 이사들, 즉 조용환 변호사, 권태선 현 삼성준법감시위원회 위원(전 한겨례 신문 편집장), 장주영 전 민변회장, 김서중 성공회대 교수(전 민언련 부회장) 등이 오히려 해임의 대상이 아니겠는가. 

    필자는 이 과정에서 한국 우파의 허약함과 비겁함도 같이 보게 됐다. 자기 살기 위해 배신하고 칼 찌르는 인간들도 있었다. 새로운 KBS의 권력에 아부하고 동조하는 야권 이사들도 생겼다. 증빙자료와 증언자들은 넘치도록 있다. 왜 우파가 전투에서 판판이 깨지는지 잘 보여주는 예였다.

    한마디로 필자의 해임은 정권과 민노총 산하 KBS언론노조(당시 위원장 성재호)가 온갖 무리한 방법을 총동원한 야만의 결정판이었다. 그 방식이 치졸해 방송 언론의 흑(黑)역사로 기록될 일이다. 아래는 그중 작은 한 예이다. 언론노조 KBS본부(2노조)는 필자가 애견인임을 이용해 기자회견을 통해 ”KBS공금으로 애견수입“의혹을 제기했다. 

    이후 언론노조에 장악된 MBC는 PD수첩 방송(2017년 12월 19일)을 통해 그 허위사실을 정식 ‘보도’하기에 이르렀다. 소위 ”애견동호회 회장“이란 직책으로 둔갑해 출연시킨 S씨라는 개장수를 동원해 ”이 개가 교수가 몸값만 1850만원을 들여 수입한 개인데“하며 KBS의 공금으로 데려왔다는 취지의 허위발언을 실명으로 그리고 민낯으로 떠들어 대는 것을 제멋대로 촬영해서 방영했다. 

    그날 필자는 네이버 실검 1위를 기록하는 ”영광“을 누렸다. S씨는 포천 소재 제이드스타(Jadestar)라는 견사를 부인과 같이 운영하는 개장수다. 청부언론들은 이런 허위선동을 받아서 무차별로 인용하고 기사화했다. 부디 이제는 필자가 공금으로 개들을 수입한 증거를 언론노조 KBS지부와 MBC지부, 청부언론들, 그리고 개장수들은 가지고 오기를 바란다. 어떤 권력의 비호도 영속될 수는 없다.

    그리고 명시할 일은 이런 필자와 관련된 방송장악 과정에서 언론노조원들은 전원이 이 방송장악 과정에 참여했지만, 그중 특히 심하게 행동하는 전위대에는 소위 ”정연주 키드“들이 많았다. 정연주가 KBS 사장 시절 특채로 한겨레, 경향신문, 말, 오마이뉴스 등 좌파 매체의 기자들을 많이 채용했다. 이들은 상당수가 홍위병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 

    정연주는 어떤 인물인가. 한겨레 신문 논설위원 출신으로 방송경력이 전무한 상태에서 노무현 정부에서 KBS사장으로 임명된 자인데, 한겨레 논설위원 당시 한국의 기득권층이 자제들을 미국 시민 등으로 만들어 병역기피를 한다고 맹렬히 비판한 칼럼을 썼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자기 자신이 두 아들을 미국 시민으로 만들어 병역기피를 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것을 도대체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이런 위선과 ”내로남불“은 거의 조국 전 법무장관이나 박원순 전 서울시장에 버금가거나 오히려 능가하는 수준이다. 여기에 대해 ”사회정의“를 염불처럼 외우고 다니는 민노총 언론노조 등은 갑자기 벙어리가 되고 오히려 정연주 보호와 지지에 앞장섰다. 정연주는 KBS를 떠났어도 정연주 키드들은 KBS에서 활개를 치고 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와중에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으로 떠나고 나서 변호인들을 통해 대법원 상고를 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엄청난 혈세를 낭비하면서 대법원 상고를 한 이유는 최대한 질질 끌어서 임기 말이나 임기 후로 최종판결을 늦추려는 꼼수에 불과하다. 문재인 자신의 표현을 빌리자면 참으로 “좀스럽고 민망한 일”이다.

    *이 글은 문화일보에 2021년 5월 14일에 게제된 글을 필자가 상황전개에 따라 대폭 수정 증보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