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성(?) 갖춘 인재만 골라 쓰는 '文안목'의 출중함… 또 욕먹는 文 '인사망사(亡事)'
  • “이번 개각은 일선에서 직접 정책을 추진해 오던 전문가들을 각 부처 장관으로 기용을 함으로써…,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 성과로 이어가기 위해 단행한 것….”

    지난 4월 15일 개각(改閣) 명단을 발표하면서 ‘비서실장’께서 의미를 부여했었다. 여럿 국민들이 ‘전문가’에 대한 기대에 마냥 부풀었다. 20여일이 지나면서 인재(人材)를 골라 쓰시는 안목(眼目)에 “역시!”하며 무릎을 치게 됐다. 

    무릇 나라의 큰일을 짊어질 ‘전문가’라면, 단지 ‘책상물림’이어서는 곤란하지 않은가. 체험과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묵직한 경륜(經綸)이 어쩌면 더욱 필요할 수도 있다. 그런 측면에서 엊그제 ‘문의(文意)의 전당’에서 벌어진 그 무슨 ‘청문회’는 사실상 개무시 당해도 싸다. 

    국토부 장관 후보자의 경우, 최근 핵심 현안인 부동산 문제와 관련하여 축적된 노하우가 단연 돋보인다는 평이다. 

    이른바 ‘관사(官舍) 재테크’를 통해 수억대의 시세 차익을 올렸다질 않는가. ‘도둑질도 해본 놈이 한다’는 속담이 있다. 투기(投機)를 잡고 서민들의 꿈인 내 집 마련을 실현시켜주기 위해 그 실전적(實戰的)인 전문성이 크게 쓰일 수 있겠기에 말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는 ‘가족 여행’을 매우 치밀하게 설계 및 실천했다고 해서 화제다. 나랏돈으로 해외 출장을 가면서 수차례 남편네와 자녀를 합류시켰단다. 비용과 기회를 ‘과학적’인 분석력을 동원해서 절약한 ‘관행’(慣行)으로 미루어, ‘과학 한국’을 활짝 열어 갈만하다고들 주위에서 수군거린다.  

    더군다나 남편네와의 ‘공동 논문 작성’에 대해서는, ‘그 당’ 쪽에서 한국의 ‘퀴리부인’이라고까지 칭찬을 보냈다질 않나. 남편이 제1저자로 된 학술논문을 보니, 후보자의 제자가 2저자, 후보자는 3저자로 등재되어 있다는데, 후보자의 제자 석사학위 논문을 심화·발전시킨 거라고….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는 부부가 20대에 부모 도움으로 모처에 아파트를 장만한 뒤, 한 번도 거주하지 않았다고 한다. 안주인도 시영아파트를 사두기만 했다가 몇 년 뒤에 팔았다고. 업계에서는 단순한 투자(投資)라고만 봐서는 안 된다고 한다. 자원이 부족한 이 나라의 부(富)를 쌓아갈 ‘산업통상 정책’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보여준 특별한 사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단다. 

    항간에서는 이번 인선(人選)의 백미(白眉)라고 이구동성(異口同聲)이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이 나라의 지리적 환경이나 역사적인 유래 등을 감안할 때 바다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그런 이유에서 많은 국민들이 그 사진을 보며, 언젠가 전남(全南) 신안(新安)의 앞바다에서 건져 올린 보물들을 떠올렸다고들 웅성거렸다.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가 외교관 시절에 그 안주인이 영국 벼룩시장에서 구입했다지만, 혹시 대서양 해저(海底)에서 발굴해 온 건 아닌지 착각할 정도였다고. 

    이런 점을 참작했을 가능성이 높다. 앞으로도 체험과 경험이 풍부한 안주인의 내조(內助)를 받아, 이 나라 바다 밑에 널려있을 보물들을 빠른 시일 내에 건져 올리라는 인사 포석(布石)이 아니냐고 추측이 무성하단다. 낙점(落點)하신 분께 지지와 격려의 박수가 쏟아진다고. 
      
    이렇듯 몇몇 장관 후보자들의 면면(面面)이 공개되면서, 인재를 제대로 발굴·배치했다는 손가락질이 대세가 됐다. 학술·이론적인 전문성을 넘어 ‘능률과 실질을 숭상한’ 실사구시(實事求是) 뽑기라는 여론마저 확산되는 중이란다. 이런 가운데….

    나라의 엄중하고 중대한 일을 수행할 또 다른 ‘직(職)’들에 대한 인사(人事)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고. 

    그 인재들 등용(登用)은 위에서 살펴본 ‘전문성’과는 결이 다소 다르긴 하지만, 체험과 경험과 주위 신망을 고려한 측면에서는 높은 점수를 줄 만하단다.

    “김오수 검찰총장 후보자는 2019년 3월 ‘김학의 전 차관 불법 출금’에 관여한 혐의로 입건돼 최근 수원지검 서면 조사를 받았다….”

    ‘우리 총장님’에 이어서 검찰의 총수가 되실 분이다. 이전부터 ‘수사’에 잔뼈가 굵은 경험에 더하여, ‘피의자’까지도 직접 체험하고 있질 않는가. 이로써 조직의 위아래와 안팎을 확실히 챙기고 살필 수 있는 ‘총장님’이 탄생하는 게 아니냐는 풍문이 돌고 있단다. ‘정치적 중립성’…, 뭐 이런 건 겉치레고, 나중 문제라나.

    순서에 따르자면, 가장 늦게 언급되는 분이 제일 높으신 양반네일 게다. 재상(宰相)의 자리에 오르실 예정이다. 

    “김부겸 국무총리 후보자 내외가 교통 위반 과태료와 자동차세를 체납해 총 32차례 차량 압류를 당했던 것으로 3일 나타났다. 김 후보자 3건, 배우자 29건이었다….”

    ‘4선 의원 출신의 통합형 정치인’이라고 했다. ‘행정안전부 장관’도 역임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외가 여러 번 교통경찰의 단속에 순순히 걸린 거다. 과태료와 자동차세를 내지 못할 처지에 몰리기도 했다. 

    서민의 아픔을 누구보다도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공권력에 휘둘리는 힘 약한 민초의 서러움을 당해보지 않고 어찌 알리요. 여러모로 일인지하만인지상(一人之下萬人之上)에 걸맞는 넉넉한 품격을 갖췄다고 할 수밖에 없다. 

    높은 자리를 맡으실 양반네들 개개인에 대해서, 그 자격과 품성을 다소 건성건성 뜯어봤다. 사소한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전체적으로는 ‘알맞은 인재를 알맞은 자리에 썼다’고 매우 후한 점수를 받고 있다는데….

    옛말로는 이런 경우를 ‘적재적소(適材適所)’ 인사(人事)라고 한단다. 

    전례(前例)로 미루어, 아마 그 무슨 ‘인사 검증’ 과정에서도 이런 점들이 적극 반영되었을 게 확실하다. 미루어 짐작컨대, “너의 사정도, 나의 사정도 자세히 살폈기(知彼知己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을 게다. 거의 틀림이 없지 싶다. 그래서 그런지….

    이런 유형의 기사 토막들이 돌아다닌다. 다분히 시비조다.

    “현 정부 출범 후 야당의 동의 없이 임명된 장관급 인사는 총 29명이다….”

    그렇다. 누구의 동의가 대수일 수는 없다. 전문성과 경험과 체험과 신망을 갖춘 인재를 아끼고 용도에 맞게 쓰겠다는데…, 일단 꽂아 박으면 결코 물러서게 해서는 안 된다.

    “일선불퇴(一選不退)!”

    마침내 ‘문비어천가’(文非御賤歌)가 거리마다 더더욱 드높이 울려 퍼질 기세라고 한다. 그 인재(人材)들의 활약도 한껏 기대된다고. 다만 아쉬운 것은….

    길어봤자, 300일 남짓이다.


    - 李 竹 / 時事論評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