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측 만으로 공소장 작성→ 공소 기각→ 보상 허용→ 배상 소송→ 무죄 선고국가 반란으로 유죄 받은 수형인에게 '직권재심' 허용… 이런 나라가 어디 있나
  • ▲ 김학성 강원대 로스쿨 명예교수, 전 한국헌법학회 회장. ⓒ뉴데일리
    ▲ 김학성 강원대 로스쿨 명예교수, 전 한국헌법학회 회장. ⓒ뉴데일리
    재심은 확정판결에 중대한 사실의 오류가 있는 경우 이를 시정하는 것으로, 법적 안정성보다 실체적 진실발견을 우선시하는 제도이다. 재심 허용, 특히 유죄판결의 재심 허용은 판검사에게 경기를 일으키게 한다. 자신의 잘못은 아니지만, 법원과 검찰의 명예를 훼손하기 때문이다. 판검사도 실수할 수 있고, 재심은 실체적 진실을 추구하는 것으로 필요하고 정당하다. 재심은 ‘재심개시’와 ‘재심심판’의 2단계 구조로 되어 있는데, 개시절차가 결정적이다. 재심의 개시가 허용됐다는 것은, 법원이 원판결에 하자가 있음을 인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2018년 9월 이후 제주법원에서 이루어진 4.3사건 군사재판 수형인(행불인 포함)에 대한 ‘재심개시, 재심심판, 형사보상, 국가배상’에 관한 법원의 ‘양심을 저버린 논리’는 다음과 같다. 

    첫째, 2018년 9월 제주법원(재판장 제갈0)은 생존 수형인 18명이 청구한 재심의 개시를 허용했다. 재심이 개시되려면 원판결에 관여한 ‘판사, 검사, 사법경찰관’의 가혹행위가 있었다는 것이 판결로 확인되거나 확정판결을 얻을 수 없는 때에는 그 ‘사실을 증명’하여야 한다(형소법 제420조 제7호). 여기서 ‘사실의 증명’은 유죄의 판결을 대신하는 것이므로, 대법원의 지적대로 ‘적극적 증명’이어야 한다. 

    원판결에 관여한 ‘판사, 검사, 사법경찰관’의 직무행위의 불법이 판결로 확인된 바 없으니, 물론 확인될 수도 없지만, 이들의 가혹행위 사실을 적극적으로 증명해야 재심 개시가 허용될 수 있다. 그런데 70년 전 제주 4.3 사건 군법회의 재판과정에서의 ‘공소장, 공판 관련 서류, 판결문’은 6.25의 참화로 모두 소실되어 존재하지 않는다. 또 70여 년의 세월이 흘렀기에 ‘가혹행위자’를 알 수 없고 ‘특정’할 수도 없으며 또 ‘공소시효’도 모두 지났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제주법원은 ‘진상조사위회’의 보고서 한 줄과 재심청구인의 진술만으로, 당시 군법회의의 재판이 ‘불법재판’이었음을 적극적으로 증명했다고 한다. 적극적 증명은커녕 ‘추정과 단정’으로 낙타가 바늘귀에 들어가기보다 더 어려운 재심을 ‘손쉽게’ 허용하고 있다. 제주법원의 이러한 재심개시허용은 가해자를 피해자로 둔갑시키는 ‘불법 기획재판’으로, 국가의 ‘정체성’을 부정하고 있다. 판사는 ‘헌법, 법률, 양심’이 판결의 최우선기준이 되어야지, 대통령의 ‘내심의 의사’가 그 기준이 되어서는 안 된다. 제주법원 판사는 바람보다 먼저 누웠다.

    "재판을 정치로 뒤덮은 책임 물을 날, 반드시 올 것"

    둘째, 2019년 1월 제주법원은 재심개시가 허용된 심판절차에서 공소기각을 한다(재판장 제갈0). 검사는 범죄의 일시, 장소, 방법을 명시하여 공소사실을 특정해야 하는데, 검사는 아무런 자료가 없다 보니 당시의 상황을 개략적으로 막연하게 추측으로 재구성하였다. 공소장이라기보다는 소설이다. 그러자 법원은 공소사실을 특정하지 못했다고 공소기각판결을 내린다. 검사가 제시한 공소사실을 보면 18명 전원에게 ‘대한민국에 적대한 성명불상의 무장대’에게 식사제공, 정보제공, 쌀제공 등이 2~3줄 언급되어 있다. 그래도 검사는 ‘남로당 반란세력’을 ‘대한민국에 적대한 무장대’로 언급했다. 그나마 다행이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법원은 반란세력에게 식사 또는 정보제공을 했으니 무죄를 할 수 없어, 공소사실의 불특정을 이유로 공소기각을 한다. 짜고 치는 고스톱도 손목 정도는 걸고 하는 법인데, ‘재판을 정치로 뒤덮은 책임’을 물을 날이 반드시 올 것이다.

    셋째, 공소기각판결은 무죄판결과 달리 형사보상이 당연히 허용되지 않는다. 공소기각이 없었으면 무죄가 될 수 있는 경우라야 한다. 공소기각을 받은 피고인들이 형사보상을 청구했는데, 법원은 공소기각이 없었으면 무죄가 될 수 있는 경우라고 보고 18명에게 53억 4천만원의 보상을 허용한다(2019년 8월, 재판장 정00). 무죄가 된다는 부분에 대한 ‘합리적 설명’은 없다. 아니 할 수 없었을 게다. 권력은 길어야 10년이라고 하는데 20년으로 보고 있다. 국민이 사법부를 '사법부(死法腐)로, 법원을 법과 거리가 먼 '법원(法遠)‘으로 비아냥대는 데에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보상금을 받은 자들은 다시 103억원대의 국가배상소송을 제기했고 현재 제주법원에 재판이 진행 중이다. 

    4월 16일자 한라일보에 의하면 국가배상소송에서 피고 대한민국은 수형인의 진술만으로 피해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고 했고, 원고는 국가의 불법은 재심재판에서 이미 인정되었다고 했다. 배상청구 103억원은 1인당 적게는 3억원에서 많게는 15억원에 이른다고 한다. 이들은 사형, 무기징역, 징역 15년, 7년을 선고받은 중범죄자들이다. 남은 2,000여 명이 받을 ’보상과 배상‘을 생각하니 울화가 치민다.  

    넷째, 2021년 1월 제주법원은 공소기각 대신 무죄판결을 내린다(재판장 장00). 검사가 피고인의 범죄사실을 입증할 증거가 없다고 무죄를 구형하고, 법원은 부담 없이 무죄를 선고한다. 검찰은 공소사실을 특정할 수 없어 무죄를 구형하게 되고, 법원으로서는 공소기각으로 형사보상을 허용하는 것이 매우 불편했는데, 무죄 구형까지 해주니 울고 싶은데 뺨 때려 주었다. 

    이 사건의 경우 피고인 10명 모두가 사망이어서 망인의 아들과 딸이 재심을 청구했다. 아들과 딸의 진술만으로 무죄가 되었다니, ‘깜깜이 재판’이다. 헌법 제103조가 법관에게 요구하는 양심은 ‘공정과 합리’의 ‘법관직’에 요구되는 양심이다. 양심을 저버린 법관은 공정을 논할 자격이 없다. 법복에 누 끼치지 마라.       

    다섯째, 2021년 3월 제주법원(재판장 장00)은 행불인 333명과 일반재판을 받은 생존 수형인 2명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여기서 행불인이란 당시 군법회의 재판에서 국방경비법 위반으로 ‘수감 생활을 하던 중’ 행방불명된 자를 말한다. 2021년 3월은 특별재심을 허용하는 특별법이 만들어진 후라 법관은 이들에 대해 무죄를 선고할 것이 아니라 위 특별법이 2001년 헌재결정에 정면 반하는 것으로 위헌이라고 헌법재판소에 제청해야 하는데, 정권에 발맞춰 무죄를 선고한다. 법관의 친여 성향 논란으로 법원에 대한 신뢰가 바닥이지만, ‘법관은 법관이다’라는 긍지를 가지고 정의 편에 서길 바란다. 만일 제주법원을 전속관할로 하지 않았다면 타 법원의 법관들은 달리 판단했다고 믿는다.

    "국가 반란자에 융숭한 대접 하는 나라, 지구상에 또 있나"

    우리 헌법 제46조 제2항은 국회의원의 ‘양심에 따른 직무수행’을 명하고 있다. 국회의원의 양심을 소개하려니 필자도 쑥스럽고 이를 접하는 국민도 당황할 것 같다. 지금의 특별법은 무고한 ‘양민에 대한 보상’을 규정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의의가 크다. ‘양민보상’은 ‘입증책임을 전환’해서라도 두텁게 보호해야 하는데, 이러한 조치는 취하지도 않고 도리어 수형인을 보상한다. 입증책임의 전환이란 국가배상은 원고가 국가의 불법을 입증해야 하는데, 국가가 자신의 불법이 없었음을 입증하지 못하면 배상책임을 부담하게 하는 것을 말한다.      

    대한민국을 부정하고 국가 반란을 도모하여 군법회의에서 유죄판결을 받은 수형인에게까지, ‘특별재심, 직권재심’을 허용하면서 ‘무죄, 형사보상’을 가능하게 하고, 국가배상까지 청구할 수 있게 한 것은 역사 앞에 돌이킬 수 없는 큰 죄를 짓는 것이다. 형사소송법의 재심사유로는 재심개시에 무리가 있다고 보아, 특별재심으로 형사소송법의 재심절차를 생략하게 하고 이에 더해 법무부 장관에게 일괄 직권재심을 할 수 있게 했다. 국가반란자에 대해 이런 융숭한 대접을 하는 나라가 지구상에 또 있을까 싶다.

    돈도 돈이지만 대한민국에 반역한 사람들을 반역이 아니라고 하면서, 이를 진압한 군경을 국가폭력으로 보고 있다. 이승만 정부의 군경을 ‘작금의 미얀마 군경’이나 나치와 같다고 한 것인데, 천부당만부당하다.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이 일에 의식 없는 ‘국민의힘 다수 의원’도 가담했다. 국민의힘 의원 중 반대는 5명, 기권은 25명뿐이다. 

    ‘이념은 타협할 수 없어도 입법의 타협은 가능’하다. 그러나 타협에도 정도가 있고 한계가 있다. ‘양민보상’을 핑계 대겠지만 ‘수형인 무죄 및 보상’은 어떤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다. 이래서 ‘국회의원의 양심’ 운운하면 지나가던 개가 웃는다고 했다. 신호를 무시하고 달리는 차량은 충돌하거나 추락하거나 아니면 뒤집어져야만 비로소 멈출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