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 韓日전략포럼 개최"韓日, 연합 형성 않으면 각개격파 당할 운명""韓, 대만 유사시 닷새 만에 기름 동나""美, 반도체 생산 능력 갖추면 대만 버려""日, 라인야후 사태 비화 안 되게 수습해야"
  • ▲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2월 24일(현지시간)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컬럼비아에서 열린 미 공화당 프라이머리 야간집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그는 이날 프라이머리에서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표부 대사를 제치고 승리했다. ⓒAP/뉴시스
    ▲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2월 24일(현지시간)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컬럼비아에서 열린 미 공화당 프라이머리 야간집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그는 이날 프라이머리에서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표부 대사를 제치고 승리했다. ⓒAP/뉴시스
    한일 정치인들과 전문가들은 오는 11월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면 북한과 핵군축 협의를 시작하고 대만해협에 대한 관여를 줄일 가능성이 크다면서 한국과 일본이 협력을 강화해 이에 대비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트럼프 2.0 시대의 韓日, '연합' 형성하지 않으면 각개격파 당할 운명"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는 3일 오후 서머셋팰리스 서울에서 '인도-태평양 시대의 한일 관계 새로운 패러다임 모색'을 주제로 '한일 전략포럼'을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동북아 지역에서 미국, 중국, 러시아에 비해 상대적인 열세에 있는 한국과 일본이 어느 정도의 연합을 형성하지 않으면 각개격파를 당할 운명이 된다"고 지적했다.

    차 수석연구위원은 "중국과 러시아는 '북핵이 통제 가능한 범위에 있다면 일정 수준 용인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북한이 탄도미사일과 대형 핵탄두 개발을 제한한다면 중간 단계로 미북 간 핵군축 협상을 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는 미국 내 일부의 시각과 일치한다"며 "이렇게 되면 결과적으로 북한의 단거리미사일과 제한적 파괴력을 지닌 전술핵에 한일이 동시에 노출되는 공동의 문제가 발생한다. 이러한 기점이 내년 미 대선"이라고 진단했다.

    ◆"韓, 대만해협 유사시 닷새 만에 기름 동나  대만 문제 관여해야"

    한석희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은 "'대만 문제에 대해 한국이 간섭하지 않겠다고 선언해야만 한중 관계가 좋아질 수 있다'는 중국의 주장은 문제가 있다"며 "한국의 물동량의 33.7%가 대만해협을 통과한다. 만약 대만해협에서 전쟁이 난다면 한국은 닷새 후 기름이 모두 동 나게 된다. 대만해협의 안전을 위해 한국은 대만 문제에 간섭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한국의 대중 정책 변화? 중국의 정책 변화 있어야 한중 관계 개선"

    한 원장은 중국을 윤석열 정부 외교안보 정책의 최대 리스크로 꼽았다. 그는 "중국은 상호주의에 기반한 윤석열 정부의 대중 정책이 미일 쪽으로 편중됐다고 주장하며 한국을 중국 쪽으로 끌어오려고 한다"며 "그러나 한중 관계가 악화한 원인이 한미일 삼각 협력에 있다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한중 관계가 개선돼야 하는 건 맞지만 우리가 원하는 것은 한국의 정책 변화에 의한 한중 관계 변화보다는 중국의 정책 변화에 의한 한중 관계 변화"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북한의 '차이나 패싱'을 막기 위해 ▲북중 관계 발전에 대한 중국 공산당과 정부의 지지 ▲북한 주민에 대한 중국 인민들의 깊은 우의 ▲사회주의 북한에 대한 지지 등 '변하지 않는 세 가지'(三個不會變)를 북한에 약속했다고 전제한 뒤 "이는 사실상 북한에 대한 '중국판 체제 보장'이라고도 볼 수 있다. 중국의 대북 정책은 한국이 어떻게 하든 변할 수 없다는 점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대만 유사시 직접 개입 보장할지 미국이 먼저 답해야"

    한 원장은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면 김정은과의 만남을 다시 한번 시도하고 핵군축 논의를 시작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는 한국의 위기이자 일본의 위기이니 만큼 한일이 협력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미국 측 전문가들은 '한국은 대만해협 유사시 군사적으로 개입할 것이냐'고 계속해서 묻곤 한다"며 "그러나 한국이 개입 여부를 결정하기 전에 미군이 대만 문제에 직접 개입할 것이라고 보증할 수 있는지, 대만 국민들이 우크라이나 국민들처럼 목숨 걸고 싸울 수 있는지 등 두 가지에 대한 답이 먼저 나와야 한다"고 지적했다.

    ◆"美, 하이엔드 반도체 생산 능력 갖출 때까지만 대만 지킬 것"

    마에시마 가즈히로 조치대 교수는 "미국은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면 어떻게 할지 속내를 내비치지 않는다. 동맹국 입장에서는 너무 힘들다"며 "트럼프 정권이 들어서면 대만 국내 세력이 어떻게 나올지도 알 수 없다. 미국은 '대만을 확실하게 지키겠다'고 한다. 그러나 미국이 하이엔드 반도체를 만들 수 있게 될 때까지만 대만을 지킨다는 것이 트럼프의 의중일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우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 ▲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 2023년 3월 16일 도쿄 총리 관저에서 열린 한일 확대정상회담에서 악수하는 모습. ⓒ뉴시스
    ▲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 2023년 3월 16일 도쿄 총리 관저에서 열린 한일 확대정상회담에서 악수하는 모습. ⓒ뉴시스
    "한일 안전보장협력은 시기상조… 전체적인 인적교류 관리팀 필요"

    사토 케이 자민당 국회의원(참의원·상원)은 "한일 양국이 안전보장 협력을 할 수 있는 환경은 아직 구축되지 않았다. 인적교류의 깊이가 안전보장 협력까지 가기에는 좀 부족하다. 안전보장 협력을 추진하려면 다양한 차원에서의 인적교류와 왕래를 축적해 나가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결국 정치 현장에서 양국 간 협력 관계를 활용할 수 없다. 긍정적일 때는 좋지만 부정적일 때는 반대 세력이 굉장히 커질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특별한 한일 관계를 다양한 교류 시스템 안에 확실히 수립해야 한다. 각 정부 부처에 맡겨두면 쉽게 풀리지 않는다"며 "양국 인적교류의 전체 모습을 관리할 수 있는 팀이 없으면 실질적으로 앞으로 나아가기가 힘들다. 예를 들어 외무성, 문부과학성의 역할을 구체적으로 지시해야 한다. 각 부처가 수직적인 정부 체제로서가 아닌, 하나가 돼 인적교류를 추진할 수 있는 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일 전략공유 필요 … 다른 역할 담당하며 상호보완 관계 구축해야"

    호소야 유이치 게이오대 교수는 "국제 평화와 안정을 지켜야 할 특별한 책임이 있는 미국과 중국, 러시아 등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이 국내 이익을 더욱 중시하면서 분쟁이 빈발하고 있다"며 "한일 양국은 어느 정도 전략을 공유할 필요가 있다. 한국은 중국과 경제적으로 깊게 연관돼 있다. 일본은 미국과 글로벌 차원의 동맹 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지정학적, 지리적으로 다른 일본과 한국이 각기 다른 역할을 담당하며 서로의 강점을 살리면 상호 보완적인 한일 관계를 구축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영국과 미국은 대영제국이 미국을 통치하던 오랜 역사를 극복하고 긴밀하고 특별한 관계를 구축하게 됐다. 영미의 마지막 전쟁은 1815년 제2차 미영전쟁이다. 앵글로색슨주의와 이데올로기가 부딪혀서 1891년 조약으로 강한 연대를 구축하기까지 84년이 걸렸다"며 "일본의 한국 식민통치는 1945년에 끝났다. 영미가 연대를 구축하는 데 84년이 걸린 만큼 앞으로 한일 관계도 4~5년 뒤면 영미 관계처럼 특별한 관계가 되지 않을까 싶다"고 기대했다.
  • ▲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인근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 모습. ⓒ뉴시스
    ▲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인근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 모습. ⓒ뉴시스
    ◆ "'라인야후 사태'와 한일 과거사 갈등, 한일관계 발전 저해 요소"

    이날 포럼에서는 개인정보 유출 사고에 따른 '라인야후 사태'와 한일 간 과거사 갈등이 한일 관계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일본 정치인들에게 "윤석열 대통령이 어려운 정치적 입지 속에서도 '강제징용 제3자 변제안'이라는 대결단을 내렸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의 국내 입지가 약하지만, 일본 정부가 상황을 제대로 참작해 성의 있는 호응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윤 의원은 또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촉발한 '라인야후 사태'가 외교적인 충돌로 비화하지 않도록 일본 정부에 조속한 수습을 촉구하기도 했다. 앞서 일본 총무성은 네이버 클라우드 해킹을 문제 삼으며 네이버와 자본 관계를 재검토하라는 행정지도를 내린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윤 의원은 "일본 정부가 원인 규명과 재발 방지를 요구하는 건 당연하지만, 보완 조치나 벌금 등 페널티가 아닌 (네이버의) 지분 매각까지 요구하는 것은 좀 과도해 보인다"며 "네이버가 일본 이용자 정보를 불법으로 활용한 것도 없는데 적성국 기업에 적용할 만한 과도한 조치가 내려졌다. 일본 정부가 한국 개인정보보호위원회에 조사까지 요구했는데 이는 우리 측에서 보면 참을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마츠카와 루이 자민당 국회의원(참의원)은 "정치가로서 한국 관계자들에게 부탁 말씀을 드리고자 한다"며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 있는 위안부상(소녀상)을 이동해 주셨으면 한다"며 "위안부상이 한국 내에 존재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위안부 상이 대사관 앞에 있는 것은 비엔나 조약 위반사항이다. 이 상을 옮기면 한일 관계가 극적으로 변화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 ▲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센터장 진창수)가 3일 오후 서머셋팰리스 서울에서 '인도태평양 시대의 한일관계 새로운 패러다임 모색'을 주제로 '한일 전략포럼'을 개최했다. ⓒ조문정 기자
    ▲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센터장 진창수)가 3일 오후 서머셋팰리스 서울에서 '인도태평양 시대의 한일관계 새로운 패러다임 모색'을 주제로 '한일 전략포럼'을 개최했다. ⓒ조문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