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는 성장 토대…예타 폐지·투자 대폭 확충""기업 성장하면 더 많은 일자리…세제 지원""재정운영, 민생 챙기고 지속가능 대비해야""370조 투입하고 출산율↓…재정사업 재검토"
  • ▲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2024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2024.05.17. ⓒ뉴시스
    ▲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2024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2024.05.17.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은 17일 "성장의 토대인 연구개발(R&D) 예비타당성조사(예타)를 전면 폐지하고 투자 규모를 대폭 확충하라"고 지시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알뜰한 나라 살림, 민생을 따뜻하게'를 주제로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이같이 밝혔다.

    R&D 예타 완화나 선별적 면제는 정부 차원에서 거론된 바 있지만 R&D 부문에 한해 예타를 전면 폐지하기로 한 것은 상당히 전향적인 조치로 평가받는다.

    현재 총 사업비가 500억 원(국비 300억 원) 이상인 재정사업을 진행하려면 수 개월에 걸친 예타를 거쳐야 한다. 과학·기술계에서는 빠른 기술 변화에 발맞춰 R&D 재정사업에 대해선 예타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요구가 이어져 왔다. 이와 함께 정부는 이와 함께 올해 삭감됐던 R&D 예산을 내년에 역대 최고 수준으로 늘린다는 방침도 재확인했다.

    윤 대통령은 또 "기업이 성장해서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고, 기업 성장의 과실이 국민들에게 골고루 돌아갈 수 있도록 세제 지원과 규제 혁파에 힘을 쏟는 한편 공정한 노동시장을 만드는 데도 더욱 노력해야 한다"며 "국민들께 약속 드린 노동약자 지원과 보호를 위한 법안, 노동법원 설치가 조속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모두 관심 갖고 챙겨 달라"고 당부했다.

    윤 대통령은 재정 운영에 대해 "그동안 우리 정부의 재정 운영은 건전재정 기조를 정착시키고, 민간 주도의 시장경제를 복원하는데 중점을 뒀다"며 "앞으로의 재정 운영은 민생을 더 세심하게 챙기고, 지속가능한 미래를 대비하는 데 중점을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주 취임 2주년을 맞아 서울 독립문 영천시장을 방문해 장바구니 물가를 살펴보고, 지난 14일 민생토론회를 재개해 노동약자들의 어려운 사연들을 들었다면서 "이렇게 여러 자리에서 국민들을 만날 때마다 마음이 무거워진다"고 했다.

    그러면서 "안팎으로 많이 어려운 상황에도 국민들께서 하루하루를 정말 열심히 살고 계신다"며 "그런데도 국민의 삶이 나아지지 않는다면 저와 우리가 할 일을 제대로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정부가 존재하는 이유는 국민들께서 마음 편히 행복하게 사실 수 있도록 만들고 지금의 자유와 풍요가 미래로 이어지도록 하는 것"이라며 "지난 2년 동안 우리 정부가 열심히 노력해 왔고, 나름의 성과도 거뒀지만 지금은 잘한 일보다 부족한 부분을 먼저 살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저출산 문제와 관련 "2006년 이후 무려 370조 원이라는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도 출산율은 오히려 계속 떨어지고 있다"며 "실질적인 출산율 제고를 위해 재정 사업의 구조를 전면 재검토해서 전달 체계와 집행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서민은 중산층으로 올라서고, 중산층은 더 확대되면서 더 풍요로운 삶을 누리는 서민과 중산층 중심 시대를 열어가기 위해 재정이 제 기능을 해야 한다"며 "경제가 또 빠르게 성장해야만 계층 이동의 사다리가 늘어나고, 국민이 체감하는 자유와 복지의 수준도 획기적으로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약자복지 정책도 업그레이드해서 보다 촘촘하고 두텁게 만들어야 한다"면서 "어르신을 비롯한 취약계층에게는 기초연금, 생계급여를 계속 늘려서 생활의 짐을 덜어드려야 하겠다"고 했다.

    이어 "경력단절여성, 노동약자 청년들이 스스로 일어설 수 있도록 실질적인 지원을 펼쳐야 한다"며 "현재 일자리와 복지에 중점을 두고 있는 고용복지플러스센터 프로그램을 수요자 맞춤형, 고용·복지·금융 서비스 통합형으로 내실화하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윤 대통령은 "우리의 미래인 청년들을 위해서도 더 각별한 정부의 노력이 필요하다"며 "부모의 형편이 어려운 학생도 마음껏 공부할 수 있도록 장학금을 대폭 확충해야 하겠다. 또 당장 대학에 가지 못하더라도 폴리텍과 같은 직업교육을 통해 더 나은 기회를 누릴 수 있도록 해서 청년들의 삶을 확실하게 바꿔주기 바란다"고 밝혔다.

    의료개혁과 관련해선 "국민들께서 바라고 계신 의료개혁 완수를 위해서도 보다 적극적인 재정 전략이 필요하다"며 "필수의료 전공의 지원 체계, 지역의료 혁신 투자, 필수의료 기능 유지,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 필수의료 R&D 확충을 비롯해서 정부의 의료개혁 5대 재정 투자가 차질 없이 효율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챙겨야 하겠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정부가 할 일이 태산이지만 재원은 한정돼 있다. 마음껏 돈 쓰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며 "정부 재정을 살펴볼 때면 빚만 잔뜩 물려받은 소년가장과 같이 답답한 심정이 들 때가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그동안 우리 재정의 건전성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국제신용평가사 피치(Fitch)가 지난달 말에는 우리나라 국가채무가 단기간에 빠르게 증가해서 50%를 초과했다고 언급하면서 우리나라 재정이 국가신용등급 평가에 있어서 더 이상 플러스 요인이 아니다라고 밝힌 바 있다"며 "특히 총선 이후 재정 건전화 노력이 약화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어서 앞으로 허리띠를 더 졸라매야 할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그러면서 "제가 강조하는 건전 재정이 무조건 지출을 줄이자는 의미는 아니다. 효율적으로 쓰자는 얘기"라며 "비효율적인 부분은 과감하게 줄이고, 필요한 곳에는 제대로 써서 재정 지출의 효율성을 높이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효율적으로 재정을 운영해야만 경제의 성장 잠재력을 높이고 지속가능성도 확보할 수 있다"며 "각 부처는 부처 이기주의에서 벗어나 성과가 낮거나 비효율적인 예산을 과감하게 구조 조정해 주기 바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