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정상 초청해 "탄소중립" 목표, 국내 환경단체 불신… 정의당 "이벤트만 벌일 발상 안돼"
  • ▲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오후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2021 P4G 서울 녹색미래 정상회의' 개회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청와대
    ▲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오후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2021 P4G 서울 녹색미래 정상회의' 개회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세계 주요 정상들 앞에서 국가적 차원의 기후 위기 대응을 약속했다. 하지만 친환경에 가까운 원자력 발전을 탈피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면서 동시에 탄소 중립을 목표로 하는 것은 모순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2021 P4G 서울 녹색미래 정상회의'는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31일 이틀 째 회의를 이어갔다. 문 대통령은 오후 10시부터 시작되는 정상 간 토론 세션을 직접 주재하고 참가국의 공동의지를 담은 '서울선언문'을 채택한다.

    서울선언문에는 ▲코로나19와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국제사회의 협력·연대·지원 필요성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파리협정 이행 ▲지속가능발전목표 달성을 위한 경제·사회 분야의 전환 및 실천 노력 ▲기후환경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의 역할 및 친환경 기업경영 확대 ▲해양오염 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협력 필요성 등의 내용이 포괄적으로 담길 예정이다.

    文 "온실가스 감축목표 추가 상향"

    문 대통령은 전날 개회사에서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추가 상향하겠다"며 "석탄화력발전 의존도가 큰 개발도상국들의 에너지 전환을 돕겠다"고 말했다.

    야권에선 문재인 정부가 추진 중인 탄소중립 정책의 한계를 지적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당 회의에서 "기후변화 대응에 가장 실효적인 해법이 원전이라는 것은 상식"이라며 "원자력은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에너지"라고 말했다.

    이어 "국제에너지기구와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협의체에서도 과학적 근거를 토대로 원자력을 (운용)할 수 있는 나라는 그 비중을 확대해야 탄소 중립에 기여할 수 있다고 했다"면서 "(정부는) 진영 논리로 시간만 허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의 잘못된 인식이 원전 강국 대한민국을 원전 변방 국가로 전락시키고 있다"며 "문재인 대통령의 탈원전 정책은 명백히 틀렸다. 잘못된 탈원전 정책을 전면 수정해주실 것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고 했다.

    바이든·시진핑·스가 불참

    이날 실시간 화상으로 진행되는 정상 토론 세션에는 문 대통령을 비롯해 국가 정상급 및 고위급 13명과 국제기구 수장 1명 등 총 14명이 참여한다.

    특히 경제 대국인 미국·중국·일본 정상은 직접 참석하지 않아 정부 외교적 노력의 한계가 나타났다. 청와대는 한미정상회담 이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참석 가능성을 기대했으나, 케리 특사가 대신하는 것으로 최종 결정됐다. 중국에서는 시진핑 국가주석 대신 리커창 총리가 참석한다. 일본도 고이즈미 신지로 환경상(장관급)이 나온다. 

    P4G 회의가 열리는 DDP 인근에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기후 행동을 요구하는 시민사회단체의 집회가 연이어 열렸다. 문 대통령이 국제 주요 정상들이 참석하는 기후변화 대응 회의를 열었지만, 정작 자국민조차 설득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후위기비상행동과 전국농민총연맹, 민주노총, 정의당 기후·에너지정의특별위원회 등 기후·환경·노동 분야를 아우르는 단체들은 집회에서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 강화, 석탄화력발전소 건설·투자 중단, 정의로운 전환 실시, 신공항 건설 중단 등을 요구하는 구호를 외쳤다.

    "무늬만 그린뉴딜, 책임은 미래세대 전가"

    배진교 정의당 원내대표는 31일 당 회의에서 "석탄화력발전소 신규 건설과 탄소 산업 수출 중단 없는 감축 목표는 빛 좋은 개살구일 뿐"이라며 "지금까지의 기후 대응에 있어서 이율배반적으로 행동했던 문재인 정부가 과연 그러한 목표를 달성하는 것에 기여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정부가 2023년 기후변화 당사국 총회 유치라는 탄소 중립 이벤트만 벌이겠다는 발상으로는 결단코 기후 대응 선도국으로 자리 잡을 수 없다"며 "정부가 말뿐인 선언, 무늬만 그린뉴딜을 지속한다면 그 책임은 모두 미래 세대에게 전가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전날에는 기후 관련 활동가가 문 대통령 수행 차량 앞으로 뛰어들어 가로막다가 경찰에 체포되는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서울 중부경찰서는 전날 오후 A씨를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입건해 조사 중이다. 당시 수행차 량이 서행 중이어서 큰 부상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