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초계기 영상 의문점… "기상 나빠 모든 레이더 가동" 해군 주장 진위 밝혀야
  • ▲ 日방위성이 공개한 영상의 초기 장면. ⓒ日자위대 영상 캡쳐.
    ▲ 日방위성이 공개한 영상의 초기 장면. ⓒ日자위대 영상 캡쳐.
    韓해군 광개토대왕함과 日해상자위대 P-1 초계기 사이에 벌어진 일이 갈수록 한일 양국 간 감정싸움으로 번지고 있다. 日언론들은 방위성과 정부·여당의 주장을, 韓언론들은 국방부의 주장을 근거로 상대국을 비난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日방위성이 유튜브에 초계기가 촬영한 영상을 공개한 것을 두고 비난한다. 그런데 중요한 의문점은 여전히 해소가 되지 않았다. 대체 그곳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2018년 12월 20일부터 22일까지 韓정부

    韓해군 광개토대왕함과 日해상자위대 제4호위대군 소속 P-1 초계기 간의 충돌은 지난 20일 발생했다. 지난 22일 통일부는 “동해상에서 구조한 북한 주민 3명과 시신 1구를 오늘 오전 11시 판문점을 통해 북측에 송환했다”고 밝혔다. 통일부 대변인실은 당시 “지난 20일 동해 공해상에서 북한 선박 1척을 발견해 선원 3명을 구조하고 시신 1구를 수습했다”고 밝혔다.

    이날 정부 발표에 따르면, 20일 한국 어선이 동해상에서 표류 중이던 북한 선박을 발견한 뒤 구조신호를 보냈고, 이를 접수한 한국 해군은 광개토대왕함을 보내 구조작업을 벌였다고 한다. 북한 주민을 구조한 정부는 21일 대한적십자사 회장 명의로 주민과 시신 인도 통지문을 보냈다고 한다.

    북한 어선에는 통신장비가 달려 있지 않고, 북한 정권의 강압적인 명령으로 무동력 어선을 타고 공해상까지 가서 조업을 한다는, 기존의 정보를 바탕으로 보면 틀린 부분은 없다. 북한에서 통신장비를 갖춘 어선은 보위지도원이 동승해 감시하는 중대형 어선뿐이다.

  • ▲ 日초계기는 韓해경 삼봉호와 해군 광개토대왕함에 접근하면서 줌인을 한다. ⓒ日방위성 영상 캡쳐.
    ▲ 日초계기는 韓해경 삼봉호와 해군 광개토대왕함에 접근하면서 줌인을 한다. ⓒ日방위성 영상 캡쳐.
    日정부, 21일 언론에 “韓구축함이 위협” 주장

    日정부의 항의는 광개토대왕함이 구조작전을 펼친 이튿날인 21일부터였다. 이와야 다케시 日방위상은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열어 “20일 오후 3시 무렵 이시카와현 노토반도 인근 해상에서 韓해군 구축함이 경계·감시 임무를 수행 중이던 자위대 P-1 초계기를 사격통제(FC) 레이더로 조준했다”면서 “이는 무기 사용 직전에 실시하는 행동으로, 당시 예측할 수 없는 사태를 초래할 수 있는, 지극히 위험한 행위였다”고 한국 정부를 비난했다.

    이와야 日방위상의 주장은 곧 NHK 등 일본 주요 언론을 통해 보도됐고, 한국에도 전해졌다. 日방위성은 P-1 초계기를 향해 사격통제 레이더를 쏜 韓해군 함정이 광개토대왕함이라고 주장했다. 韓통일부의 북한 주민 구조작전과 일치했다.

    이날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韓국방부는 日방위성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고 한다. ‘한겨레’ 보도 가운데 일부다.

    “…당시 상황은 20일 독도 북동방 100㎞ 지점 공해에서 북한 선박이 표류하고 있다는 정보에 따라 우리 쪽 해경과 함께 해군 구축함이 출동해 수색작업을 10시간 가까이 실시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군 관계자는 “당시 파도가 높고 기상조건이 좋지 않아 구축함의 모든 레이더를 총동원했다”며 “이 과정에서 사격통제레이더에 붙은 탐색레이더가 360도 회전하면서 쏜 신호가 일본 해상자위대 P1초계기에 탐지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일본의 주장처럼 사격통제레이더가 P1초계기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중략)…한국군 관계자는 “인도주의적 구조를 위한 조처였음을 도쿄 주재 무관을 통해 일본 정부에 충분히 설명했다”며 “방위상까지 나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을 이해하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해군과 해경은 오랜 수색작업 끝에 북한 선박을 확인하고 표류에 지친 선원들을 구조한 것으로 알려졌다.…(하략)”
  • ▲ 줌인 이후 찍힌 韓해경 삼봉호. 옆으로 해경 고속단정과 北목선이 보인다. ⓒ日방위성 영상 캡쳐.
    ▲ 줌인 이후 찍힌 韓해경 삼봉호. 옆으로 해경 고속단정과 北목선이 보인다. ⓒ日방위성 영상 캡쳐.
    한일 양국 간 갈등 심화…日방위성 영상 공개

    이후 한일 양국 간의 갈등이 고조됐다. 韓日 외교부 국장급 협의가 열렸고, 양측 국방 관계자들 간에도 실무협의가 열렸다. 그러나 日방위성은 28일 오후 5시 P-1 초계기가 당시 상황을 촬영한 영상을 편집해 공개했다. 13분 7초 분량의 영상은 일본어 자막과 영어 자막이 달린 두 가지로 공개됐다.

    영상이 나온 뒤 日언론들은 한국을, 韓언론들은 일본을 맹비난하기 시작했다. 일본인들은 영상이 공개된 유튜브 등에 다른 나라 사람인척 영어로 한국을 비난했고, 한국인들은 “영상을 보니 초저공비행을 하던데 이건 위협이나 마찬가지 아니냐”며 “아베가 지지율이 떨어지니까 다시 한국에게 시비를 거는 것”이라고 비난을 퍼부었다. 일부 사람들은 “영상 속 자위대의 영어 발음을 들으니까 韓해군이 못 알아듣는 게 당연하다”며 비아냥거리기도 했다.

    韓언론들은 日언론을 인용해 “당초 방위성에서는 영상이 증거가 되지 못한다고 생각했지만 아베 총리의 명령으로 전격 공개했다”며 “이는 한일 간 외교분쟁을 일으키려는 의도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라고 보도했다. 韓국방부도 “공개된 영상은 정황 일부만 보여줄 뿐 제대로 된 증거라고 말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日초계기 영상 찬찬히 살펴보면…

    양측의 주장을 뒤로 하고, 일단 한국 정부는 북한 목선 표류정보 입수 경로나 구조작전 내용 등에 대해서 “말할 수 없다”는 답변만 내놓고 있다. 광개토대왕함이 당시 촬영한 영상이나 사진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일단 日자위대가 공개한, P-1 초계기 촬영 영상을 살폈다.
  • ▲ 日초계기가 광학장비 줌인을 한 뒤 찍은 韓해군 광개토대왕함. ⓒ日방위성 영상 캡쳐.
    ▲ 日초계기가 광학장비 줌인을 한 뒤 찍은 韓해군 광개토대왕함. ⓒ日방위성 영상 캡쳐.

    日방위성은 P-1 초계기가 광개토대왕함에 접근할 당시 바람은 북동쪽에서 초속 7m로 불고 있었고, 파도 높이는 1m 안팎이라고 주장했다. P-1 초계기의 영상은 한국 해경함 5001 삼봉호와 해군 구축함 광개토대왕함에 접근하는 장면부터 시작된다. 영상 초반 P-1 초계기와 한국 함정들 간의 거리는 3해리(약 5.5km)다. P-1 초계기는 순항속도가 833km/h로 몇 초 되지 않아 한국 함정들에 접근한다.

    영어 자막이 달린 영상을 보면, P-1 초계기 승무원들이 광개토대왕함을 살펴봤음을 보여준다. 헬리포트에 헬기가 없고, 포탑들은 다른 곳을 조준하거나 움직이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며, 해상·대공 레이더 안테나가 돌아가는 모습이 보인다고 말한다.

    영상 초반의 자막을 보면, 광개토대왕함과 P-1 간의 거리는 5~1km 내외라고 나온다. 그리고 광개토대왕함 주변을 선회할 때 영상을 보면 구름의 높이와 고도 차이가 많이 나지 않는다. 초계기 승무원은 당시 구름의 고도가 3000피트(약 1000미터)라고 보고한다. 이어 한 승무원이 “광개토대왕함을 살피기 위해 광학장치를 줌인(확대)한다”고 기장에게 보고한다. 곧 광개토대왕함의 모습이 뚜렷이 보이기 시작한다.

    P-1 초계기 기장은 “삼봉호와 광개토대왕함을 동시에 살피자”면서 “고도를 1500피트(약 500미터)로 올리겠다”고 말한다. 광학장치를 줌인하지 않았을 때를 보면 광개토대왕함과의 거리는 적잖게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 영상을 재생한 지 6분쯤 지났을 때 자막으로 ‘사격관제 레이더 전파 피탐’이라는 빨간 자막이 뜬다. P-1 초계기 기장은 “즉시 배에서 멀어져야 한다”며 기수를 돌린다.


  • ▲ 日방위성 주장에 따르면, 日자위대 초계기는 이 정도 거리에서 고도를 1500ft(약 500m)로 높인다. ⓒ日방위성 영상 캡쳐.
    ▲ 日방위성 주장에 따르면, 日자위대 초계기는 이 정도 거리에서 고도를 1500ft(약 500m)로 높인다. ⓒ日방위성 영상 캡쳐.
    日초계기 영상과 별개로 궁금한 점

    日방위성이 공개한 P-1 초계기 영상은 일본이 음성과 자막만 따로 편집해 넣었을 수도 있어 향후 진위 여부를 더 자세히 가려야 뒷말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와 별개로 궁금한 점은 아직 풀리지 않고 있다.

    한일 양측은 광개토대왕함과 P-1 초계기가 정확히 어디서 조우했는지 밝히지 않고 있다. 지금까지 알려지기로는 독도 주변 한일공동관리수역의 북동쪽 끝자락에 있는 ‘대화퇴(야마토타이, 大和堆)’ 어장 주변이다. 한일공동관리수역은 양국이 주장하는 배타적 경제수역(EEZ)이 겹치는 곳으로, 지도를 보면 이번 사건이 발생한 지역은 일본 측에 더 가깝다. 21일부터 지금까지 이어지는 논란에서 궁금한 점은 대략 이렇다.

    광개토대왕함과 日자위대 P-1 초계기 조우 지점의 변화: 韓국방부는 당초 “독도 북동쪽 100km 공해상에서 북한 어선을 구조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日방위성의 영상 공개 이후에는 “독도 북동쪽 180~200km 지점”이라는 언론 보도가 나온다. 80~100km 거리는 광개토대왕함이 전속 항진을 해도 2시간 가까이 거리는 거리다. 북한 목선 가운데 일부가 대화퇴 어장까지 흘러가는 경우는 종종 있다. 그런데 한국 해군 구축함은 이곳에 가는 일이 거의 없지 않을까.

    “당초 파도가 높고 기상이 나빠 레이더를 켰다”는 주장과 영상 비교: 韓국방부는 논란이 불거진 직후 “구조작업을 하는데 북한 목선이 작은데다 풍랑 등으로 인해 수색을 하기 위해 레이더를 켰다”고 말했다. 그런데 日자위대 영상을 보면, P-1 초계기와 광개토대왕함이 조우한 때는 이미 수색구조작업이 완료된 뒤였다.
  • ▲ 한국과 일본, 동해 지도. 오른쪽 아래 빨간 표시된 지점이 日노토 반도다. ⓒ구글맵 캡쳐.
    ▲ 한국과 일본, 동해 지도. 오른쪽 아래 빨간 표시된 지점이 日노토 반도다. ⓒ구글맵 캡쳐.
    영상을 보면, 해경 5001호 삼봉호가 이미 고속단정 2대를 북한 목선 옆으로 보낸 상태였고, 광개토대왕함은 그곳에서 어느 정도 떨어진 곳에 대기 중이었다. 망원경으로도 확인이 가능한 거리였다. 당시 바다 또한 파고가 1~2m 가량이었다. 그런데도 수색을 위해 레이더를 켰다는 말인가.

    日자위대 영상 공개 후 “우리 해군 위협하는 초저공비행 했다”: 日자위대가 영상을 공개한 뒤 韓국방부 수뇌부는 “日자위대 초계기가 광개토대왕함 150m 상공을 지나는 등 초저공비행을 하며 구조작업 하는 우리 군 장병을 위협했다”고 반발했다. 참고로 국제법에서 위협적 초저공비행 고도는 150m다. 영상에는 나오지 않는 시간대에 日자위대 P-1 초계기가 위협 비행을 했을 수도 있다. 그런데 영상의 P-1 초계기와 광개토대왕함 사이 거리는 1~6km, 고도는 300~500m 정도였다. 혹시 터보팬 엔진 4기를 장착한 P-1 초계기의 덩치가 크고 속도가 빨라 착각한 것은 아닐까.

    韓국방부, 출동 전 日자위대에 왜 연락하지 않았나: 한일 언론들의 보도처럼 사건 발생 지점은 한일공동관리수역이다. 양측이 서로 EEZ라고 주장하는 곳 가운데서도 일본 쪽에 훨씬 더 가깝다. 日자위대는 지난 2년 사이 미이라로 변한 시신을 실은 북한 목선들이 계속 일본 해안에 도달하는 것 때문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2017년 12월에는 일본 측이 표류하던 북한 어선을 구조했는데, 어선에 타고 있던 북한인들이 절도를 저질렀다 붙잡혀 공분을 사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日자위대와 해상보안청은 유엔 안보리 등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이후 美해안경비대, 호주·영국·캐나다·뉴질랜드 해군과 함께 동해상에서 벌어지는 북한 선박 불법환적을 감시 중이다. 韓국방부가 북한어선을 구조하러 간다고 미리 통보하면 자위대 초계기가 긴급 출동하기는커녕 오히려 한국 해경과 해군을 도와 공동 작업을 벌일 수 있지 않았을까.

    이외에도 군데군데에서 석연치 않은 부분이 보인다. 그러나 한일 양국은 ‘군사기밀’이라며 사실대로 밝히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