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전북도당원 "호남 최고위원 없다" 항의… 선대위 체제에서 예우할 듯
  • ▲ 지난해 치러진 4·13 전북 전주을 총선에서 정운천 의원이 유세 도중 전북의 새벽을 깨우겠다며 긴 소리로 꼬끼오를 외치고 있다. ⓒ뉴데일리 사진DB
    ▲ 지난해 치러진 4·13 전북 전주을 총선에서 정운천 의원이 유세 도중 전북의 새벽을 깨우겠다며 긴 소리로 꼬끼오를 외치고 있다. ⓒ뉴데일리 사진DB

    험지(險地) 당선자의 '끼'는 남달랐다. 전북 전주가 지역구인 바른정당 정운천 의원이 "꼬끼오" 울음으로 동료 의원들과 5000여 당원들을 휘어잡았다.

    바른정당 전북도당위원장을 맡고 있는 정운천 의원은 24일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 중앙당 창당대회에서 연단에 올라 "정유년은 닭띠의 해"라며 "장닭이 새벽을 깨우는 소리가 '꼬끼오'인데, 내가 꼬끼오를 불러서 바른정당의 탄생을 큰소리로 알릴테니, 여러분들이 큰 함성으로 함께 해달라"고 당부했다.

    이 말을 마친 정운천 의원은 곧바로 올림픽홀 장내가 떠나갈 듯이 큰 소리로 "꼬끼오~!"를 길게 외쳤다. 설마 하는 심정으로 지켜보던 5000여 당원들은 잠시 폭소했다가 곧 일제히 "정운천"을 연호하기 시작했다.

    정병국 대표, 주호영 원내대표, 이종구 정책위의장과 김무성·유승민 의원, 오세훈 전 서울특별시장 등 단하에서 지켜보던 지도부도 파안대소하더니, 청중들의 "정운천" 연호 박자에 맞춰 태극기와 바른정당기를 힘차게 흔들어 호응했다.

    힘찬 "꼬끼오~!"를 끝낸 정운천 의원은 "장닭이 새벽을 깨우듯이 바른정당이 태어났다"며 "호남에서 32년 만에 당선된 정운천이 바른정당에 오면서 전국정당이 됐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고 선언했다.

    아울러 "친박패권세력·친노친문패권세력, 이대로 되느냐"며 "이것을 뛰어넘어 대한민국을 올바른 나라로 만들기 위해 바른정당이 탄생했는데, 여러분 힘을 모아주겠는가"라고 외쳤다. 이에 청중들은 힘차게 "네"라고 대답하는 가운데, 일부에서는 긴 "꼬끼오" 울음소리로 대답해 재차 큰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이날 바른정당 중앙당 창당대회에 참석한 5000여 당원들 중 전북도당에 올라온 당원들을 제외하고는 정운천 의원의 "꼬끼오" 울음소리가 처음이었겠지만, 사실 정운천 의원은 지난해 4·13 총선에서 이미 힘찬 "꼬끼오" 울음소리를 낸 적이 있다.

  • ▲ 바른정당 김무성·유승민 의원이 24일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 중앙당 창당대회에서 정운천 의원이 꼬끼오를 외치자 파안대소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바른정당 김무성·유승민 의원이 24일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 중앙당 창당대회에서 정운천 의원이 꼬끼오를 외치자 파안대소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당시에는 일당독주에 낙후되고 중앙정치로부터 소외된 전북을 깨우겠다는 심정으로, 또 "야당 의원 열 몫" 하는 국회의원으로 전북에 새로운 새벽을 가져오겠다는 심정으로 유세 현장에서 "꼬끼오" 하고 울었다. 이같은 울음소리가 지역민의 심금을 울려 전북 전주에서 32년 만에 보수정당 후보로 당선이 된 것이다.

    이날 올림픽홀에서는 "꼬끼오" 외에도 지난 총선 기간 정운천 의원의 또다른 트레이드마크였던 '된다송'도 선보였다.

    정운천 의원은 "8년 동안 보수의 불모지인 호남 전주에 내려가 날마다 '된다, 나는 당선 꼭 된다'고 8년간 외쳤더니 진짜 당선이 돼부렸다"며 "'된다'를 하도 하다보니까 노래 '된다송'을 만들었는데 여러분도 함께 해달라"고 제안했다.

    "된다♪ 된다♪ 꼭 된다♬"로 이어지던 '된다송'은 "바른정당이 경선으로 뽑은 대통령 후보가 대한민국 대통령이"라고 정운천 의원이 선창하자, 5000여 당원이 일시에 "꼭 된다"를 외치면서 대미를 장식했다.

    바른정당 전북도당에서 올라온 한 당원은 "정운천 (의원)의 '꼬끼오' 울음소리에는 전북에 새벽을 가져오고 싶은데, 친박의 잘못된 공천으로 당 이미지는 추락하고 지지율 0.1%에 마음 졸이던 우리 지지자들의 애끓는 심정이 담겨 있다"며 "다른 지역 당원들은 즐거웠겠지만, 우리로서는 마냥 웃으며 들을 수만도 없는 복잡한 느낌"이라고 전했다.

    이처럼 어렵게 당선된 정운천 의원이다보니, 이날 중앙당 창당대회를 보기 위해 전북에서 상경한 일부 전북도당 당원들은 당대표·최고위원 추대 순서에서 정운천 의원이 배제된 것에 고성으로 항의하기도 했다.

    한 당원은 "호남 대표, 초선 대표 정운천은 반드시 (최고위원에) 넣어야 한다"며 "개혁정당 아닌가, 왜 없나 호남대표"라고 격렬히 항의하는 모습이 목격됐다.

  • ▲ 바른정당 김무성·유승민 의원이 24일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 중앙당 창당대회에서 정운천 의원이 꼬끼오를 외치자 파안대소한 뒤, 태극기와 바른정당기를 흔들면서 박수로 열렬히 호응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바른정당 김무성·유승민 의원이 24일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 중앙당 창당대회에서 정운천 의원이 꼬끼오를 외치자 파안대소한 뒤, 태극기와 바른정당기를 흔들면서 박수로 열렬히 호응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이에 대해서는 이날 창당대회에서 추대된 정병국 대표도 복잡한 심경으로 고민하고 있는 속내를 드러냈다.

    정병국 대표는 창당대회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정운천 의원은 최고위원 이상의 능력을 가지고 있는 분"이라며 "지역 배려 차원이 아니라 능력으로 (최고위원) 후보에까지 올라갔던 분"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당에 호남의) 교두보가 있어야 하니까 (호남 민심의) 의사를 반영할 수 있는 구조는 어떤 방식으로든 최고위원이 아니더라도 다른 방식으로라도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가 수시로 하겠다"며 "(정운천 의원을 예우하는 방식은) 신중하게 고려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날 바른정당은 당대표에 정병국 의원, 선출직 최고위원에 김재경·홍문표·이혜훈 의원을 선출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아직 구성되지 않은 원외당협위원장협의회를 대신해 원외당협위원장의 대표 격으로 최고위원의 자리에 올랐다.

    이외에 주호영 원내대표와 이종구 정책위의장은 당연직 최고위원이 된다. 9명의 지도부 중 남은 자리는 지명직 최고위원 두 자리다.

    다만 이날 정병국 대표가 "(지명직 최고위원으로 지명하는 것도) 하나의 고려가 될 수 있을 수는 있는데, 지금까지 새누리당이 지명직 최고위원을 늘 호남 몫으로 한 명씩 배정했지만 효과는 없었다"며 "인위적으로 구색 맞추려고 하지는 않겠다"고 말했기 때문에, 정운천 의원이 남은 두 자리 지명직 최고위원에 지명될 가능성은 일단 낮아보인다.

    정치권 관계자는 "설 연휴가 지나면 바른정당이 대선 체제로 전환될텐데, 선대위 체제에서 호남과 관련한 중책을 맡기는 방안이 유력해보인다"며 "그편이 대선 공약에 전북 개발과 관련한 내용을 대거 삽입할 수 있기 때문에, 정운천 의원의 운신의 폭을 더욱 넓힐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바른정당 창당대회 현장에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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