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병국 "그런 분들을 포용하고 함께 갈 수 있도록, 자세 가다듬겠다"
  • ▲ 바른정당 이종구 정책위의장이 24일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 중앙당 창당대회에서 범보수 세력의 대결집과 규합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바른정당 이종구 정책위의장이 24일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 중앙당 창당대회에서 범보수 세력의 대결집과 규합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보수정당의 적통(嫡統)을 놓고 새누리당과 신경전을 벌이던 바른정당이 중앙당 창당을 계기로, 조기 대선을 겨냥해 보수대통합을 염두에 두는 듯한 방향으로 선회할 조짐을 보인다.

    바른정당은 불과 27일 만에 전국 10개 권역에 시·도당을 창당한데 이어 이날 중앙당까지 창당하는 등 '컨벤션 효과'를 누리고 있는 반면 새누리당은 같은날 부산에서 진행한 '반성·화합·다짐 간담회'가 관심 밖으로 밀려났다. 기세의 차이가 분명하다는 점에서, 신경전보다는 대선을 겨냥한 보수 세력 규합으로 무게중심을 옮기는 움직임이다.

    바른정당 이종구 정책위의장은 24일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 중앙당 창당대회에서 "태극기를 들고 집회에 참석하는 분들은 누구보다도 대한민국 앞날을 걱정하는 분들"이라며 "그분들을 끌어안고 다독거려서 문재인 후보와 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종구 의장은 "태극기를 들고 집회에 참석하는 퇴역 장성 한 분을 뵈었다"며 "그분은 내 손을 꼭 잡고 '박대통령이 죄가 없어서가 아니라, 소위 친북 세력들이 집권하고 나라를 어지럽힐까봐 걱정해서 태극기를 들고 나간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이어 "그분들은 종북좌파에게 정권을 내줘서는 안 된다는 신념이 강한 분들"이라며 "그러한 분들을 잘 다독거리고 모아서 (야당과의) 대권 경쟁에 나서야 하지 않겠나"라고 되물었다.

    아울러 "좌파 세력들에게 정권을 내주지 않으려면 모든 국민들의 힘과 에너지를 합해야 한다"며 "우리가 그분들을 끌어안고 같이 울면서 문재인 후보와 싸워야 하는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종구 의장의 인사말을 올림픽홀에 모인 바른정당의 5000여 당원들은 중간중간 "옳소!"라고 추임새를 넣으며 진지하게 경청했다. 특히 "그분들은 종북좌파에게 정권을 내줘서는 안 된다는 신념이 강한 분들"이라는 대목에서는 "맞아요"라는 맞장구가 나왔고, "좌파 세력들에게 정권을 내줘서는 안 된다"는 대목에서는 "안 되지!"라는 절규가 흘렀다.

    지난 12일부터 짧은 기간 동안 집중적으로 진행된 바른정당 시·도당 창당대회에서는 참석한 당원들의 열기도 뜨거웠지만, 일부 권역에서는 보수층 일각의 항의 집회가 열리기도 했다. 16일 강원 원주에서 열린 강원도당 창당대회와 18일 대구에서 열린 대구시당 창당대회에서 이런 점이 두드러졌다.

    당시 중앙당창당준비위원장이었던 정병국 대표는 16일 강원도당 창당대회에서 "우리 손으로 박근혜 대통령을 왜 탄핵하지 않으면 안 됐는지 보여주는 분들이 대회장 입구에 있는 그런 분들"이라고 가시돋힌 반응을 보였다.

  • ▲ 바른정당 중앙당 창당대회가 24일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진행되는 도중 참석한 5000여 당원들이 태극기를 흔들며 환호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바른정당 중앙당 창당대회가 24일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진행되는 도중 참석한 5000여 당원들이 태극기를 흔들며 환호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반면 유승민 의원은 18일 대구시당 창당대회에 난입해 항의하는 사람으로 인해 자신의 연설이 방해받았음에도 "괜찮다, 괜찮다, 놔두라"며 "저런 분들 의견도 내가 다 듣겠다"고 반응하기도 했다.

    이날 이종구 의장이 "끌어안고 같이 울자"고 방향을 정리한 것은, 이러한 일들을 겪었음에도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인용 결정과 조기 대선이 현실화될 경우 보수층 전체를 규합하지 않고서는 좌파 집권을 저지할 수 없다는 정치현실을 고려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실제로 이종구 의장은 "이제 3월초가 되면 탄핵이 인용된다"며 "탄핵이 되면 많은 사람들이 '탄핵은 원천무효' '대통령이 사법처리되면 안 된다'며 정국을 또다시 혼란 상태로 몰고 갈텐데, 그럴 시간이 없다"고 우려했다.

    탄핵이 인용되는 순간, 바로 50~60일 뒤에 대선 날짜가 지정되고 선거가 시작되는데, 이미 되돌이킬 수 없는 '탄핵무효'를 외쳐봤자 별무소용이다. 게다가 이미 '과거의 권력'이 된 박근혜 대통령 구명(救命)에 나서는 것은 나라의 운명을 결정하는데 하등 도움이 되지 못한다.

    오히려 나라의 운명을 결정하는 것은 조기 대선에서 얼마나 보수층을 효과적으로 결집해 패권 좌파에 맞서느냐에 달려 있기 때문에, 바른정당이 보수층 규합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종구 의장이 이날 "모든 보수세력을 규합하고,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정책을 잘 만들어 선보이면 우리가 다시 한 번 깨끗하고 따뜻한 나라를 만들 수 있다"며 "우리는 나아가고, 우리는 이길 것"이라고 다짐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날 창당대회에서 당대표로 추대된 정병국 대표도 변화된 인식을 엿보였다.

    정병국 대표는 창당대회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른바 '태극기집회'를 하는 세력과 관련해 "결과론적으로 새누리당을 사당화시켰고 (친박)패권주의가 존재할 수 있게끔 했다"고 일침하면서도 "그러한 분들까지도 포용하고 함께 갈 수 있도록 우리들이 자세를 가다듬어야 한다"고 말했다.

    여권 핵심관계자는 "새누리당에서 설 전후로 다시금 많은 탈당 의원들이 쏟아져 나올 것으로 예상되고,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도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사이에서 고민할지언정 새누리당은 전혀 행선지로 고려조차 하지 않는 등 이미 정당 간의 경쟁으로서는 승부가 났다"며 "바른정당이 보수 세력 재결집과 규합으로 고민의 시선을 옮기는 것은 이 때문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바른정당 창당대회 현장에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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