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에서 진 후보, 대선 이긴 적 없어… 경기 출신 당대표되면 어깨 무겁다
  • 1987년 직선제 실시 이후 역대 대선 경기 지역 득표율 그래프. 경기도에서 승리한 대선 후보가 예외없이 대선을 승리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뉴데일리 DB
    ▲ 1987년 직선제 실시 이후 역대 대선 경기 지역 득표율 그래프. 경기도에서 승리한 대선 후보가 예외없이 대선을 승리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뉴데일리 DB

    바른정당의 초대 당대표로 유력시되는 정병국 창당준비위원장은 '대한민국의 심장' 경기도에서 바람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까.

    경기도는 '대한민국의 심장'이라 불린다. 전국 최대 규모의 지방자치단체로 우뚝 선 지금의 위상은 차치하고서라도, 지난 1987년 직선제 실시 이후 단 한 차례도 경기에서 승리하지 못한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한 적이 없었다.

    서울에서 진 후보가 대선에서 이긴 경우는 있었다. 1987년과 2012년 두 차례 있었다. 그러나 경기에서만큼은 예외가 없었다. 경기 민심을 얻는 자가 승리했고, 승리한 곳에 경기도의 민심이 있었다.

    4월말에서 5월초 사이에 대선이 치러질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경기 민심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12일 경기도당 창당대회를 진행한 바른정당의 입장에서는 다행스럽게도,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경기 민심은 바른정당에 상대적으로 우호적이다.

    이를 의식한 듯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진행된 이날 창당대회에서는 경기의 자부심을 한껏 고취시키는 발언이 잇따랐다.

    "경기도의 큰 일꾼, 경기도를 정말 사랑하는 분"이라는 소개를 받고 등단한 김학용 경기도당위원장은 "경기도는 대한민국의 심장"이라며 "경기도당이 바른정당의 심장이 돼서 깨끗하고 따뜻한 나라를 만들어나가는데 앞장서겠다"고 역설했다.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배치한다고 할 때 어느 지역에서는 반대했지만 우리 경기도는 달랐다"며 "내가 나서서 '평택으로 와도 받아들이겠다'고 하자, 평택의 애국시민들도 '경기도로 와도 좋다'고 했는데, 이게 우리 경기도민"이라고 추어올렸다.

    오세훈 전 서울특별시장도 "대한민국에서 이제 경기도가 제일 큰 도(道)가 됐고, 서울보다 굉장히 커졌다"며 "경기도당이 앞에서 끌고나가면서 대한민국 역사를 새로 쓸 정당은 어느 정당인가"라고 물어, "바른정당"이라는 좌중의 호응을 유도했다.

    정치의 현실은 냉혹하다. 이날 바른정당 창당대회는 경기도의 도청소재지인 수원에서 열렸지만, 수원에 지역구를 두고 있는 현역 국회의원은 아무도 참석하지 않았다.

    새누리당에서 탈당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다. 애시당초 지난해 4·29 총선에서 갑·을·병·정·무 5개 선거구 전부에서 전멸당했기 때문이다.

  • 바른정당 정병국 중앙당창당준비위원장이 12일 오후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경기도당 창당대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수원(경기)=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 바른정당 정병국 중앙당창당준비위원장이 12일 오후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경기도당 창당대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수원(경기)=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경기 민심이 이만큼 보수정당으로부터 이반했다. 단기적으로는 새누리당과의 대결이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보수정당으로부터 등을 돌린 경기도민의 민심을 추스르기 위한 특단의 노력과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날 창당대회에서 바른정당의 초대 경기도당위원장으로 추대된 김학용 의원이 팔을 걷어붙였다. 김학용 의원은 "솔직히 도당위원장을 할 군번은 넘었지만, 군번 따질 때가 아니라 나라를 위해 어떤 일이든 해야 한다"며 "최선을 다해 경기도에서 바른정당이 안착하고, 대한민국의 심장에서 이번 대선을 압도적으로 이끌고 가 기대에 부응하는 경기도당을 만들 것을 약속드린다"고 다짐했다.

    또, 경기도에 지역구를 두고 있는 김영우 의원(경기 포천가평)과 유의동 의원(경기 평택을)의 역할도 중요하다.

    하지만 누구보다 가장 무거운 짐을 양 어깨에 짊어지고 있는 사람은 정병국 중앙당창당준비위원장이라는 지적이다.

    바른정당은 전날 집단지도체제 도입과 당권·대권 분리를 골자로 하는 당헌·당규 초안에 합의했다. 초대 당대표와 최고위원은 합의추대를 하기로 했는데, 창당준비위원장을 맡고 있는 정병국 의원의 당대표 추대가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무성 의원은 백의종군을 거듭 다짐하고 있다. 이날 경기도당 창당대회에서도 김무성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을 만든 사람으로서 책임을 져야 하지 않겠느냐"며 "바른정당 당대표를 비롯한 어떠한 당직도 맡지 않으면서 스스로 반성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5선의 중량감에 장관을 역임한 경력, 정유(丁酉)생으로 정유년을 다시 맞이하면서 반평생인 30년 정치를 했던 관록 등을 고려할 때, 정병국 위원장의 당대표 추대가 유력시되는 상황인 것이다.

    만일 정병국 위원장이 당대표로 추대된다면, 원내교섭단체를 이룬 정당 중에서는 유일한 경기 출신 당대표가 된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대구 출신이고, 새누리당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은 충남 당진 출신이다. 오는 15일 전당대회를 앞둔 국민의당은 누가 당대표가 될지 모르지만, 출마 후보 5인 중 경기 출신은 없다.

    양평군(정병국 위원장이 출생했을 때는 여주군 관할) 개군면 출신으로 '경기의 아들'인 정병국 위원장이 뭔가를 보여줘야 할 때가 왔다는 지적이다.

    여권 핵심관계자는 "5선에 장관까지 지내는 등 이력이 화려하지만, 정병국 의원은 '영원한 소장파'라는 별명이 애칭이자 족쇄이듯이 그간 '임팩트'가 약하다는 지적이 있었다"며 "이제 당대표가 되면 자신의 연고인 경기도에서 앞장서서 '바른정당 바람'을 불러일으키면서 확실한 정치적 저력을 보여줘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고 평가했다.

    《바른정당 창당대회 현장에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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