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부 있었으니 分黨에 책임지는 자세로 내려놓을 것" 백의종군 시사
  • ▲ 정운천 바른정당 최고위원.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정운천 바른정당 최고위원.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호남권 유일의 보수정당 소속 현역 국회의원인 바른정당 정운천 의원이 전당대회 하차에 이어 최고위원도 사퇴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운천 의원은 7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최고위원도 사표를 내려고 한다"며 "내일(8일) 원내정책회의에서 (사퇴)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이날 오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당대표후보 연석회의에 정운천 의원은 불참했다. 11·13 전당대회에서는 하차했지만, 최고위원 신분은 여전히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굳이 나오지 않은 배경에 관심이 쏠렸다.

    정운천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사퇴 이유에 대해 "당이 쪼개지는 것을 쳐다만 보고 있게 됐다"며 "지도부에 있었으니까 나도 책임을 져야 할 입장"이라고 무겁게 일을 열었다.

    수화기 너머에서 정운천 의원은 당권 경쟁 하차를 통해 탈당과 전당대회 모두의 연기를 요청하는 극약처방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분당을 막지 못한 자괴감을 토로하면서, 유승민 의원과 통합파 양측을 모두 비판했다.

    정운천 의원은 "마지막 카드(전대 하차)가 그렇게 유효하지 않더라"며 "(전대를) 한 달 정도 연기해서 (해법을) 만들려고 했는데, 눈이 딱 거기(전대 강행·탈당)에 덮여있는 사람들이 그런 정도 가지고는 택도 없더라"고 비판했다.

    전당대회 일정을 예정대로 강행하는 유승민 의원 측을 향해서도 "그것은 그쪽들이 이제 알아서 할 일"이라며 "내가 그걸 가지고 뭘 더 이상 이러쿵저러쿵하겠느냐"고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이날 통화에서 정운천 의원은 최고위원 사퇴 뿐만 아니라 바른정당 탈당 가능성도 열어놨다.

    지난해 4·13 총선에서 험지(險地) 전북 전주에서 32년 만에 당선돼 바른정당 창당 이후 줄곧 지명직과 선출직 최고위원으로 지도부의 일원으로 핵심적 민생·정무 활동을 펼쳐왔던 정운천 의원의 탈당은 바른정당 잔류파에 거대한 충격을 던질 것으로 보인다.

    일단 잔류한 의원들이 추가 탈당을 결행할 신호탄이 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정운천 의원은 "(탈당을) 할 수 있다"며 "내려놓을 때는 탁 내려놓는 게 좋다"고 단언했다.

    이는 이날 당사에서 열린 연석회의에 참석했던 유승민 의원이 취재진과 만나 "정운천·박인숙 의원은 탈당은 하지 않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것이다.

    이와 관련해 유승민 의원과 정운천 의원 두 사람은 아직 통화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운천 의원은 "(유승민 의원으로부터) 문자는 왔더라"며 "언제 한 번 만나야지"라고 짧게 답했다.

    정운천 의원의 탈당이 현실화될 경우, 새로운 보수혁신의 실험이 실패한 것에 대해 묵묵히 책임지는 자세로 말그대로 백의종군하며 당분간 무소속으로 '제3지대'에 머물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그는 "지금은 책임을 져야 하는 시기"라며 "(탈당은) 할 수 있는데 한국당으로 간다거나 이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아울러 "얼마나 (한국당이) 변화했는지를 봐야지, 보지도 않고 작위적으로 해석해서 명분을 만들면 되겠느냐"며 "지금은 명분을 만들면 만들수록 군더더기고 '아니다' 싶으면 내려놓는 게 낫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