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은 긴축, 정부는 확장 스텝 … 정책 충돌 우려재정·통화 따로 노는 '따로국밥' 경제정책 현실화초과세수·추경·부동산 … 물가 자극 변수만 늘어성장률 3%보다 중요한 건 금리인상 막는 경제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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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의사봉 두드리는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한국은행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2.75%로 다시 끌어올렸다. 표면적인 이유는 분명하다. 예상보다 빠른 경기 회복과 여전히 높은 물가, 다시 꿈틀거리는 부동산 시장 때문이다.시장의 관심은 이미 다음으로 향한다. 8월 금융통화위원회다. 한은은 기준금리의 시기와 폭을 결정할 때 2분기 국민소득(GDP)과 7월 소비자물가를 핵심 지표로 삼겠다고 예고했다. 만약 7월 물가가 시장 예상치를 웃돈다면 추가 금리 인상은 선택이 아니라 '수순'이 될 가능성이 높다.문제는 지금의 금리 인상이 단순히 물가만을 겨냥한 정책이 아니라는 점이다. 금리는 부동산과 가계대출을 억제하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다. 동시에 기업 투자와 소비를 위축시키는 양날의 검이다. 금리가 한 단계 더 올라가는 순간 우리 경제는 '물가 잡는 긴축'과 '경기 침체' 사이에서 더 어려운 선택을 강요받게 된다.정부는 최근 경제가 살아나고 있다고 자신한다. 반도체 슈퍼사이클에 힘입어 성장률 전망치를 대폭 끌어올렸고 수출은 사상 처음 월 1000억달러를 넘어섰다. 무역수지도 연일 신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숫자만 보면 분명 좋아지는 경제가 맞다.하지만 그 호황의 온기가 경제 전반으로 퍼지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청년 일자리는 44개월째 줄고, 제조업과 건설업 고용은 장기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성장률은 높아졌지만 체감경기는 살아나지 않고 있다. 지금 한국 경제는 반도체가 성장률을 끌어올리는 거지 경제 전체가 살아나는 게 아니란 얘기다.이런 상황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정부가 자초하는 '정책 충돌'이다. 반도체 호황으로 초과 세수가 발생하면 추가경정예산 편성 요구는 자연스럽게 커질 수밖에 없다. 경기 회복의 과실을 국민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논리도 힘을 얻을 것이다. 이미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인공지능(AI) 인프라 확충을 위한 GPU 확보와 관련해 "필요하면 곧 추경을 하게 될지 모르겠다"고 언급하며 추가 재정 투입 가능성을 시사했다.그러나 지금은 한은이 시중의 유동성을 줄이기 위해 금리를 올리는 시기다. 한쪽에서는 돈을 거둬들이는데 다른 한쪽에서는 재정을 통해 다시 돈을 푼다면 정책 효과는 서로 상쇄될 수밖에 없다. 특히 확장 재정은 소비를 자극하고 이는 다시 물가를 밀어 올릴 가능성이 크다.결국 물가가 다시 뛰면 한은은 추가 금리 인상이라는 카드를 꺼낼 수밖에 없다. 정부의 경기 부양이 오히려 금리 인상을 부르는 역설이 발생한다는 뜻이다.부동산도 변수다. 최근 시장에선 다시 집값 상승 기대가 고개를 들고 있다. 아직 본격적인 상승 국면이라고 단정하기는 이르지만 시장의 심리는 정책보다 빠르게 움직인다. 그런데도 시장에서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보이지 않는다"는 말이 적지 않다.세종 관가에서조차 "국토교통부가 무엇을 준비하는지 모르겠다" "장관이 보이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들릴 정도다. 시장은 정책의 빈틈을 가장 먼저 파고든다. 공급 신호도, 수요 관리도, 금융 규제도 방향성이 분명하지 않다면 불안 심리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한은이 추가 금리 인상을 고민하게 만드는 것은 결국 물가와 부동산이다. 정부가 금리 인상을 원치 않는다면 답은 의외로 단순하다. 물가를 자극하는 정책은 최대한 자제하고 부동산 시장에는 명확한 안정 신호를 보내야 한다. 재정과 통화정책이 같은 방향을 바라봐야 한다는 것은 경제정책의 기본 원칙이다.더 큰 문제는 출구전략이다. 지금 정부 정책은 반도체와 AI에 집중돼 있다. 첨단산업 육성은 필요하지만 반도체 하나만으로 한국 경제를 설명할 수는 없다. 제조업과 건설업, 서비스업이 함께 살아나지 못하면 성장률이 높아도 국민은 경기를 체감하지 못한다. 이미 '고용 없는 성장'이 현실이 되고 있다.지금 필요한 것은 성장률 3%를 자랑하는 것이 아니라 반도체 호황 이후에도 버틸 경제 체력을 만드는 일이다. 물가와 부동산을 안정시키고 재정과 통화정책의 엇박자를 줄이며 성장의 온기를 산업 전반으로 확산시키는 것, 그것이 정부가 서둘러 마련해야 할 진짜 출구전략이다.반도체가 흔들리면 한국 경제가 통째로 무너지는, 이 '외발 자전거 경제'를 언제까지 계속할 것인가. 때마침 한국은행이 내놓은 보고서의 경고가 뇌리를 친다. 1950년대 말 천연가스에만 의존하다 다른 전략 산업을 키우지 못해 몰락했던 네덜란드, 오죽하면 '네덜란드병'이라 명명된 그 오명을 이제 한국이 이어받을 판이다. '왼쪽 깜빡이(긴축)'를 켜고 '우회전(확장 재정)'을 하는 한국 경제의 엇박자 주행이 아찔하기만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