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군가합창단 제9회 정기연주회 성료세대와 기억 잇는 軍 헌정 무대로 꾸며져예비역 장성·교수·시민 100여 명 한목소리관객들 "나라의 의미 다시 생각한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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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보다 젊은 세대가 더 많이 봤으면 하는 공연이네요."
- ▲ 공연 중인 대한민국군가합창단. ⓒ대한민국군가합창단 공식 홈페이지
공연이 끝난 뒤 객석을 빠져나오던 한 노년 관객의 짧은 한마디가 오래도록 귓가에 남았다. 2시간 가까이 이어진 합창과 오케스트라 연주가 단순한 음악회를 넘어 우리 사회가 기억해야 할 역사와 공동체의 의미를 되돌아보게 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군가합창단(단장 홍두승)은 지난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홀에서 제9회 정기연주회 '영웅Ⅱ'를 개최했다.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마련된 이번 무대는 조국을 위해 헌신한 이들에게 바치는 헌정 무대로 꾸며졌다.
공연 시작 전만 해도 관객들의 분위기는 여느 음악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무대 막이 오르고 국방부 국군교향악단의 웅장한 연주와 합창단의 힘 있는 화음이 홀을 가득 채우자 객석의 공기는 서서히 달라졌다.
육군가, 해군가, 공군가, 해병대군가로 문을 연 공연은 뮤지컬 '영웅'의 수록곡 '그날을 기약하며', '진짜 사나이', '빨간 마후라',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강원도 아리랑' 등 친숙한 곡들을 오가며 세대와 장르의 경계를 허물었다.
특히 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Saving Private Ryan)'의 음악으로 널리 알려진 '전사자를 위한 찬가(Benedictus)'가 울려 퍼질 때는 객석 곳곳이 숙연해졌다. 전쟁과 희생, 그리고 평화의 의미를 담아낸 선율은 단순한 감상을 넘어 깊은 사색의 시간을 선물했다.
이번 공연의 주인공은 화려한 스타가 아니었다. 무대에 오른 이들은 전직 장성, 교수, 기업인, 문화예술인 등 각자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평범한 시민들이었다. 그러나 합창이 시작되는 순간 그들은 모두 하나의 목소리가 됐다.
2015년 창단된 대한민국군가합창단은 예비역 장성들을 중심으로 출발해 현재는 사회 각 분야 인사 100여 명이 함께하는 남성합창단으로 성장했다. 평균 연령은 높지만 무대 위 에너지만큼은 어느 젊은 합창단에도 뒤지지 않았다.
실제 공연을 관람한 관객들은 예상보다 훨씬 큰 규모와 완성도에 놀라움을 나타냈다. 한 관람객은 "가벼운 마음으로 공연장을 찾았는데 오케스트라와 합창단 규모에 먼저 놀랐다"며 "익숙한 노래들이 이어지면서 자연스럽게 따라 부르게 됐고 공연이 끝날 때는 오히려 힘을 얻고 돌아가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객은 "나라를 위해 헌신한 사람들을 기리는 공연이라고 해서 다소 엄숙할 줄 알았는데 감동과 즐거움이 함께 있었다"며 "군가뿐 아니라 가요와 국악까지 어우러져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무대였다"고 평가했다.
공연 제목인 '영웅Ⅱ'는 뮤지컬 '영웅'에서 착안했다. 그러나 이날 무대가 말한 영웅은 특정 인물에 국한되지 않았다. 독립운동가와 참전용사, 국가유공자는 물론 산업화와 민주화의 현장을 지켜낸 세대, 묵묵히 가정을 지켜온 부모들까지 폭넓은 의미의 '영웅'이 조명됐다.
대한민국군가합창단 관계자는 "호국보훈의 달마다 음악을 통해 나라를 위한 헌신과 희생을 기억하는 자리를 만들어 왔다"며 "군가가 가진 역사적 의미를 현대적인 합창 문화로 이어가며 국민과 소통하는 무대를 계속 만들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앙코르곡까지 모두 끝난 뒤 KBS홀에는 긴 박수가 이어졌다. 관객들은 쉽게 자리를 뜨지 못했고, 무대 위 합창단원들도 서로를 바라보며 미소를 나눴다.
누군가에게는 추억을 떠올리게 한 공연이었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지금의 대한민국이 있기까지의 시간을 되새기게 한 무대였다.
'영웅Ⅱ'는 그렇게 기억과 감사, 그리고 공동체의 가치를 노래하며 올해 호국보훈의 달을 더욱 특별하게 물들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