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특검에 "하지 말아요? 안 할 수는 없죠"대통령 사건 공소 취소, 野 몇 안 되는 공통분모계엄 거치며 사분오열, 통합의 마지막 고리야당 내부서 범야권 연석회의 목소리도 나와
  • ▲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1주년 기자회견 '대체 불가 대한민국'에서 발언하는 모습. ⓒ뉴시스
    ▲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1주년 기자회견 '대체 불가 대한민국'에서 발언하는 모습. ⓒ뉴시스
    이재명 대통령이 자신이 관련된 재판에 대한 공소 취소에 대해 의지를 보이면서 범야권 연대의 몇 없는 연결고리가 될 전망이다. 야권 내에서는 사상 초유의 현직 대통령과 관련한 사건의 공소 취소를 매개로 각자도생하는 야권 차기 주자군이 정기적으로 모여 국민 여론을 모아야 한다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의 한 중진 의원은 10일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이재명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의 폭주에도 국민이 야당을 신뢰하지 못하는 것은 결국 서로 비난하고 분열하는 모습만 보였기 때문"이라며 "어떤 정당에도 생각이 일치하는 사람만 모이지 않는다. 하지만 이 대통령과 여당이 원하는 공소 취소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 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자신이 연관된 사건의 공소 취소와 관련해 긍정적인 견해를 보였다. 공소 취소는 검사가 법원에 제기한 형사 재판을 스스로 거둬들인다는 뜻이다. 공소가 취소되면 법원은 공소 기각 결정을 통해 재판을 종료시킨다. 형사소송법상 1심 판결 선고 전까지 가능하다. 

    민주당은 이미 이 대통령과 관련한 사건을 '조작 기소'라고 규정하고 '윤석열 정권 검찰청, 국가정보원, 감사원 등의 조작 수사·조작 기소 등 의혹의 진상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을 지난 4월 발의한 상태다. 이 대통령과 연관된 사건이 모두 대상에 포함됐으며 수사·재판 과정을 들여다보고 공소 취소를 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상황에 따라 대장동·위례·백현동 개발 사건, 성남FC 후원 관련 사건,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법인카드 사건 등 이 대통령에게 제기된 의혹을 기반으로 한 사건이 줄줄이 사라질 수 있다. 

    민주당의 공소취소특검 추진에 이 대통령도 힘을 싣고 있다. 이 대통령은 "객관적으로 문제가 있어 보이는 것들이 꽤 많다"며 "내 입장에서는 내가 지휘할 수 있는 대규모 특별수사본부를 꾸려서 하는 게 훨씬 더 낫고 야당 입장에서는 중립적인 특검이 하는 게 낫지 않나"라고 밝혔다. 

    이어 "그럼 하지 말아요? 안 할 수는 없죠"라며 "그럼 그 결과는 어떻게 할 건가. 결과를 보고 판단하면 되겠다"라고 덧붙였다. 
  • ▲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오른쪽)와 오세훈 서울시장. ⓒ정상윤 기자
    ▲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오른쪽)와 오세훈 서울시장. ⓒ정상윤 기자
    야권에서는 이러한 정권 차원의 공소 취소 시도가 제23대 국회의원 총선거 전 중구난방이던 뜻을 한데 모을 마지막 기회라고 보고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사태 이후 탄핵과 대선을 거치며 야권 내부는 서로 감정의 골이 상할 대로 상한 상태다. 

    여전히 계엄의 늪에 빠져 있는 상황이지만 공소 취소 문제에서 만큼은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사실상의 독재 선언"(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대국민 선전포고"(오세훈 서울시장), "공소 취소하면 탄핵할 것"(한동훈 무소속 의원)이라는 반응이 제기됐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도 줄곧 공소 취소 시도를 반대해 왔다. 그는 "억강부약을 외치던 사람(이 대통령)이 강자가 되자마자 약자에게 허용되지 않는 자신만의 제도를 만들어 빠져나가는 모습, 이게 위선의 본질"이라고 지적했다. 

    정치권에서는 6·3 지방선거 전 공소취소특검을 추진하던 여당이 역풍을 우려해 선거 뒤로 추진을 미뤘을 정도로 파급력이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좌파 진영이 1987년 호헌 조치, 2017년 세월호·최순실 사태, 2024년 계엄 사태를 세력 결집에 적극 활용했던 점을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의 한 초선 의원은 "투표권을 위한 개헌이라는 어젠다를 가지고 다투던 1980년대에 못지않게 공정과 상식이라는 국가 일반론을 가지고 다투는 지금의 공소 취소 시도도 거센 저항에 직면할 것"이라며 "이에 반대하는 모든 사람이 아무 조건 없이 모여 의논하는 연석회의부터 시작해 세력의 뜻을 모으고 국민의 뜻을 모으는 작업을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여론도 좋지 않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12∼14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11명에게 특검에 재판을 무효화할 수 있는 공소취소권을 부여하는 것을 묻자 44%가 '부여하지 말아야 한다'고 답했다. '부여해야 한다'는 27%였다.(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이번 지방선거의 하이라이트인 서울시장 선거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가 나왔다. 야권은 선거 기간 이 대통령의 공소 취소를 지속적으로 비판하며 '정권 견제론'을 펴왔다. 

    민주당 대구시장 후보였던 김부겸 전 국무총리는 이 대통령의 공소 취소를 비판하며 유세에 나섰을 정도였다. 그는 본투표 이틀 전 홍보 문자를 통해 "5월 3일에 (공소취소)특검법도 제가 안 된다고 했다. 5월 6일 보류하겠다고 민주당 의총에서 결의했다"며 "앞으로도 그 법, 저 김부겸이 못하게 막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