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혁 체제 이후 한동훈 오히려 체급 커져韓 제명 속도 늦어지며 빌미 … 피로감 증폭당내 갈등 커지며 중재 인사들도 신뢰 하락 "퇴진 요구는 지선+張 체제 10개월 평가"張 측 "제대로 지지해 준 적도 없이 비난만"
  • ▲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정상윤 기자
    ▲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정상윤 기자
    6·3 지방선거가 끝나자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를 향한 퇴진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장 대표와 각을 세우던 친한(친한동훈)계 뿐 아니라 당내 중진과 원내대표단에서도 '장동혁 체제'에서 보인 의사 결정 구조와 '마이웨이'를 두고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국민의힘의 한 중진 의원은 5일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장 대표를 향한 거취 결단 요구는 지금 지방선거라는 하나의 결과를 놓고 하는 측면이 아니라 1년 동안 당이 발전적 방향으로 변화해왔는지에 대한 평가를 하는 측면이 강하다"고 했다. 

    이어 "장 대표는 한 전 대표를 제명하는 데 힘을 많이 쏟았지만 결과는 결국 한 전 대표가 오히려 더 체급이 커진 모습"이라며 "당내 갈등을 감수하면서까지 공약인 한동훈 제명을 밀어붙였지만 결국 선거를 통해 마무리를 짓지 못했다. 물러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장 대표는 지난해 8월 전당대회를 통해 한 전 대표의 제명을 약속하며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측은지심을 느낀 당원들의 표심을 흡수했다. '언더독'으로 평가받았지만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과 경쟁에서 승리하며 당권을 거머쥐었다. 

    한 전 대표에게 문제가 된 것은 당원게시판 사건이다. 그가 당대표 시절이던 2024년 한 전 대표 가족 명의로 국민의힘 당원게시판에 윤 전 대통령과 국민의힘 인사들을 비난하는 글이 수백 개가 달렸다는 의혹 제기가 나왔다. 

    그의 징계를 요구하는 당원들의 요구가 거셌지만 장동혁 체제에서 한 전 대표의 제명을 향한 발걸음은 더뎠다. 징계를 주도할 당무감사위·당 윤리위원회 구성이 늦어지면서 시기도 뒤로 밀렸다. 결국 해가 바뀌고 지난 1월에야 한 전 대표가 제명 처리됐다. 

    이 과정에서 당내에서는 끝없는 잡음이 터져 나왔다. 한 전 대표를 따르는 친한계 의원들은 장 대표를 원색적으로 비난하며 퇴진을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당 내 갑론을박도 있었다. 

    이 때만 해도 장 대표를 향한 시선이 부정적이지 않았다. 당원게시판 의혹 자체가 사실이라면 한 전 대표의 제명도 충분하다는 견해도 많았다. 

    하지만 제명 정국 이후 장 대표를 향한 실망감이 커지는 계기가 수차례 있었다는 것이 당 내부의 반응이다. 가장 큰 변곡점은 윤 전 대통령과 절연 과정이다. 

    국민의힘은 지난 3월 9일 당 소속 의원들을 모두 불러 모아 절연 선언문을 발표했다. '윤 어게인'으로 불리는 윤 전 대통령의 정신을 계승하는 세력과 선을 긋겠다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선언문이 발표되기 전까지 장 대표와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 측의 끝없는 줄다리기가 있었다. 송 원내대표가 수차례 장 대표를 찾아 '절윤 선언'이 필요하다고 설득했지만 장 대표는 당의 주요 지지층과 함께 갈 필요가 있다고 반박했다. 당시 양측은 "벽과 이야기하는 것 같았다"고 밝혔다.
  • ▲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3월 9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한 모습. 윤석열 전 대통령 절연 선언문이 발표된 날이다. ⓒ이종현 기자
    ▲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3월 9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한 모습. 윤석열 전 대통령 절연 선언문이 발표된 날이다. ⓒ이종현 기자
    등떠밀리듯 발표된 '절윤 선언문'의 효과는 생각보다 크지 않았다. 장 대표는 이후 행보에서도 자신만의 행보를 이어갔다. 그를 향한 시선이 곱지 않은 상황에서 갑작스러운 방미는 결국 기폭제가 됐다. 지방선거를 불과 40여 일 앞둔 외국행이었다. 

    당 대변인, 원내대표도 구체적인 방미 일정에 대해 통보받지 못한 상태에서 일정이 이뤄졌다. 송 원내대표 측도 방미 전날에야 이러한 사실을 알았다. 

    무리한 방미는 논란만 불러일으켰다. 장 대표와 김민수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해맑게 찍은 사진이 공개되자 당내 불만은 겉잡을 수없이 커졌다. 만난 사람과 일정 자체도 깜깜이였다는 점도 비판의 대상이 됐다. 당시 함께 미국을 찾은 의원들도 장 대표와 마찰을 빚었을 만큼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 

    방미 일정을 현지에서 연장해 귀국을 미룬 것도 도마 위에 올랐다. 점차 옅어지던 장 대표와 송 원내대표의 신뢰는 이때 무너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의 한 원내지도부 측 관계자는 "당 내 우려와 장 대표 사이에서 조율을 이어가던 송 원내대표가 이 때만큼은 화를 감추지 못했다"고 전했다. 

    이후 당 내부에서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장 대표의 '2선 후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오세훈 서울시장부터 당내 의원들 사이에서도 여진이 이어졌다. 

    방미 직후인 지난 4월 말 당내 의견을 수렴한 송 원내대표 측과 정점식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이 장 대표를 찾아 관련한 논의를 진행했다. 회의에서 장 대표도 2선 후퇴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고 한다. 

    이후 장 대표는 공개적으로 다른 모습을 보였다. 그는 지난 4월 24일 "최선을 다해 지방선거를 마무리하고 당당하게 평가받겠다"고 선언했다. 

    당내 의견 수렴이 전혀 되지 않았다는 목소리도 존재한다. 당 운영과 관련해 중진 그룹부터 초·재선 의원들까지 단체로, 개별적으로 의견을 전달했으나 장 대표의 의사 결정 구조는 한결같았다는 것이 당내 전언이다. 

    특히 한 전 대표가 이번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진 부산 북갑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것은 장 대표에게 치명타라는 평가가 많다.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 소속인 박민식 전 국가보훈부 장관, 민주당 하정우 전 청와대 AI수석과 3자 구도를 이뤘지만 살아서 국회에 입성하게 됐다. 

    국민의힘에서는 부산 북갑 무공천 주장 등이 나왔지만 장 대표는 이를 일축했다. 이후 단일화 과정에도 참여하지 않으면서 3자 구도가 이어졌으나 이마저도 한 전 대표를 주저앉히지 못하면서 부메랑이 된 모습이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의 한 초선 의원은 "의원들이 말을 해도 전혀 듣지 않는다는 인식이 박히게 됐고 당대표와 주변에서 당의 방향을 결정하는 폐쇄적인 구조도 만들어져 말이 많았다"며 "당의 노선도 제대로 가져가지 못하고 한 전 대표는 오히려 날개를 단 채 돌아오게 됐다. 결국 독단적 결정으로 신뢰를 스스로 저버렸다"고 지적했다. 

    반면 장 대표 측은 당 내부에서 끊임없이 장동혁 체제를 흔든 것이 갈등을 유발한 것이라고 반박한다. 당원들의 방향과 맞추기 위해 노선을 정리하려 해도 당내 의원들의 훈수와 압박이 끊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장동혁 대표와 가까운 한 국민의힘 인사는 "장 대표는 당원들의 열망을 반영하기 위해 애썼지만 그것에 대한 반발은 결국 당 내부 기득권에서 막아세운 측면이 크다"며 "장동혁을 타박할 것이 아니라 당 내 구성원들이 장 대표에게 믿음을 주고 그의 방향을 제대로 지지해 줬는지부터 생각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