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단, 굴삭기 기사에 8000만 원 구상 소송대법 파기자판 … 공단 구상금 청구 뒤집어"고용 관계 없어도 같은 현장 위험 공유"
  • ▲ 대법원. ⓒ뉴데일리DB
    ▲ 대법원. ⓒ뉴데일리DB
    철거공사 현장에서 굴삭기 작업 중 발생한 사고로 근로자가 다쳤더라도 해당 기사가 같은 현장에서 함께 작업하며 동일한 위험을 공유한 경우에는 근로복지공단이 산재보험금을 대신 물어내라고 요구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1일 법조계와 연합뉴스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마용주 대법관)는 근로복지공단이 굴삭기 기사 A 씨를 상대로 제기한 구상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파기자판했다. 파기자판은 상급심이 원심 판결을 파기한 뒤 사건을 다시 돌려보내지 않고 직접 판결하는 절차다.

    사건은 2018년 3월 부산 해운대구 한 복합시설 철거공사 현장에서 발생했다. 당시 A 씨는 공사업체 소유 굴삭기를 운전하며 기둥 해체 작업을 하던 중 튄 철근이 현장 근로자의 얼굴을 가격하는 사고를 냈다.

    이후 근로복지공단은 피해 근로자에게 약 8000만 원의 산재보험급여를 지급한 뒤 사고 책임이 A 씨에게 있다며 구상권을 행사했다.

    쟁점은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87조 1항의 '제3자' 해석 여부였다. 해당 조항은 제3자의 행위로 재해가 발생해 공단이 보험급여를 지급한 경우 재해 근로자의 손해배상 청구권을 대신 행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1·2심은 기존 대법원 판례에 따라 A 씨를 재해 근로자와 산재보험 관계가 없는 '제3자'로 판단해 공단의 청구를 일부 받아들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올해 1월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제시한 새로운 법리를 근거로 판단을 뒤집었다. 당시 전원합의체는 산재보험법상 '제3자' 여부를 판단할 때 단순한 보험 관계 유무가 아니라 같은 사업장 내 위험을 공동으로 부담하는 관계인지가 중요하다고 봤다.

    특히 가해자가 피해 근로자와 직접 고용 관계에 있지 않더라도 사업주의 지휘·감독 아래 같은 작업 환경에서 업무를 수행하다 사고가 발생했다면 동일한 산업재해 위험을 공유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A 씨도 철거공사 현장에서 공사업체의 작업 체계 안에서 업무를 수행한 만큼 재해 근로자와 동일한 위험을 공유한 관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근로복지공단이 A 씨를 상대로 구상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결론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