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라디오서 '가족 작성' 언급 후 SNS서 전면 부인이호선 "게시글, 가족 5인 동일 명의·87.6% 동일 IP"당 법률의견서·게시글 삭제 경위 놓고 추가 의혹도
  • ▲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이종현 기자
    ▲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이종현 기자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 의혹을 둘러싸고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와 이호선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장 사이의 진실 공방이 전면전으로 치닫고 있다. 한 전 대표는 게시판 가입 사실 자체를 부인하며 '정치 공작'을 주장하는 반면, 이 위원장은 개인정보와 접속 IP가 일치한다는 구체적 데이터가 한 전 대표를 지목하고 있다고 맞서고 있다.

    당원게시판 사건은 지난해 11월 국민의힘 당원게시판에 한동훈 전 대표와 그 가족 명의로 대통령 부부를 비방하는 글 등이 조직적으로 올라왔다는 의혹에서 비롯된 사건이다.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 30일 당원게시판 사건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논란이 된 다수 계정의 명의가 한 전 대표 가족 5인과 동일하며, 해당 계정들이 작성한 게시글의 87.6%가 단 두 개의 IP(접속 주소)에서 집중적으로 생산됐다고 밝혔다.

    ◇韓, 하루 새 메시지 혼선 … "가족 작성 → 동명이인"

    한 전 대표는 조사 결과가 발표된 지난 30일부터 31일 사이 상반된 입장을 내놓으며 메시지 혼선을 빚었다. 그는 당무감사위 발표 직후인 30일 오후 5시쯤 SBS 라디오 '주영진의 뉴스직격'에 출연해 "가족들이 익명 게시판에 대통령 부부에 대한 비판적인 사설이나 칼럼 등을 올린 사실이 있다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됐다"고 했다. 사실상 가족의 게시판 활동을 시인한 것으로 해석된 발언이었다.

    그러나 같은 날 오후 9시쯤 페이스북을 통해서는 "이 위원장이 동명이인들의 게시물을 저와 가족 명의인 것처럼 유포했다"며 당무감사 결과를 '고의적 허위사실 유포'라고 지적했다. 이어 31일 오전에도 "저는 게시판에 아예 가입하지도 않았다는 것이 공식 확인되어 있다"며 "이 위원장이 '동명이인 한동훈' 게시물을 제 가족 게시물인 것처럼 조작했다"고 재차 주장하며 입장을 번복했다.
  • ▲ 이호선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장이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힘 중앙당사에서 회의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당무위는 김종혁 전 최고위원을 윤리위에 회부, 당원권 정지 2년 권고 결정을 내렸다.2025.12.16. ⓒ뉴시스
    ▲ 이호선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장이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힘 중앙당사에서 회의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당무위는 김종혁 전 최고위원을 윤리위에 회부, 당원권 정지 2년 권고 결정을 내렸다.2025.12.16. ⓒ뉴시스
    ◇당무위, '동명이인' 주장 반박하는 4중 데이터 제시

    한 전 대표가 '동명이인'임을 내세우는 반면, 이 위원장은 이를 정면으로 반박하는 조사 결과를 제시했다. 당무감사위 자료에 따르면, 실명인증이 필수인 해당 게시판의 문제의 계정들은 ▲한 전 대표 가족 5인의 명의와 동일하고 ▲휴대전화 뒷번호 4자리 ▲거주지 선거구(강남구 병)가 일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접속 IP 분석 결과, 비방 댓글의 87.6%가 단 2개의 고정 IP에서 작성됐으며, 이 IP를 한 전 대표 가족 명의와 일치하는 계정들이 공동 사용한 사실이 확인됐다.

    이 위원장은 "'동명이인'이 이 모든 조건을 우연히 공유할 확률은 사실상 0%"라고 지적했다. 그는 "만약 우연한 일치라면, 피조사인이 직접 해명하면 되는데, 아무런 답변이 없었다"고도 했다.

    ◇'당권 사유화' 의혹 … 가해 의심자 보호에 당 자산 동원했나

    게시글 삭제 경위와 당 공적 자원의 사적 동원 의혹도 떠올랐다. 이 위원장은 지난해 12월 국민의힘 법률대리인이 수사기관에 제출한 의견서를 근거로 문제를 제기했다.

    당시 법률대리인은 의견서에서 ▲윤 전 대통령 부부의 고소나 처벌 의사가 없고 ▲게시글은 정치적 표현의 자유로서 보호받아야 하며 ▲가족 명의 게시글 1068건 중 1056건은 언론 사설 공유 등으로 비방 의도가 없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에 따라 범죄 혐의가 없으므로 관리자가 해당 글들을 삭제하거나 비공개 처리한 것은 정당한 운영권 행사라는 논리를 폈다.
  • ▲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뉴데일리 DB
    ▲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뉴데일리 DB
    이 위원장은 당의 공적 인력인 법률지원단이 한 전 대표 일가를 변호하며 수사기관의 압수수색 시도를 '과잉 수사'라고 방어한 점을 '사적 동원' 의혹으로 짚었다.

    그는 "당이 피해자인데 왜 가해자를 보호하느냐"면서 "결국 당의 울타리를 자기를 보호하는 치외법권 담장으로 만들려 했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댓글 작성 여부는 빙산의 일각이며, 당대표의 권한과 당의 자원을 사유화해 자기 보호에 쓴 것이 이번 사건의 본질"이라며 "당의 공식 질의에 답변하고 명의도용자에 대한 수사 의뢰부터 하라"고 촉구했다.

    이 위원장은 조사 과정에서 가족 실명 여부를 확인하는 서면 질의를 보냈으나 한 전 대표 측은 응답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당무위가 조사 결과를 중앙윤리위원회에 송부한 가운데, 사건의 실체는 중앙윤리위와 수사기관의 수사를 통해 검증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