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개딸 앞잡이 하겠다는 고백 … 사퇴하라"'재판중지법' '내란특별재판부' … 입김 커진 김어준'선출 권력' 위에 '미디어 권력' 군림 우려 커져
  • ▲ 방송인 김어준 씨가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계엄관련 현안질의에서 증언을 마치고 엘레베이터를 타고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 방송인 김어준 씨가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계엄관련 현안질의에서 증언을 마치고 엘레베이터를 타고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유튜버 김어준 씨가 운영하는 좌파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 딴지일보를 '민심의 바로미터'라고 표현한 것을 두고 정치권의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정 대표 발언으로 이른바 '김어준 상왕 정치' 논란이 재점화하면서 선출 권력 위에 미디어 권력이 군림하고 있다는 우려마저 커지고 있다.

    국민의힘 미디어특별위원회는 17일 성명서를 통해 "김어준 교주의 지령에 따라 가짜뉴스를 살포하는 커뮤니티를 민심의 척도라고 주장한 것은 집권 여당의 대표이길 포기한 망언이자, 김어준에 아양을 떨어 정치 생명을 연장하겠다는 교활한 꼼수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딴지일보는) 유튜브 방송 등을 통해 천안함 좌초설, 세월호 고의 침몰설 등 수많은 허위 사실과 가짜뉴스로 사회를 혼란케 하고, 선의의 피해자를 양산한 사회적 독극물 같은 인물의 커뮤니티"라며 "김어준을 제대로 모시고 싶다면 집권당 대표직에서 사퇴하고 김어준 방송에 고정 패널로 출연할 것을 추천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정 대표는 지난 6일 제주도에서 열린 민주당 초선 의원 모임 '더민초' 워크숍에서 "민주당 지지 성향을 봤을 때 딴지일보가 바로미터"라고 발언했다. 김 씨가 만들고 대표로 있는 딴지일보의 게시글을 '민심'으로 보고 있다는 뜻이다. (뉴데일리 2025년 11월 17일자 [단독] 김어준 커뮤니티가 민심? … 정청래, 초선 모임 강연서 "딴지일보가 민심 바로미터" 참조)

    김 씨와 민주당 관계를 의미하는 '여의도 상왕' 논란이 불거진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민주당은 지난해 12월 계엄령 선포 당시 한동훈 암살조가 있었다는 '김어준발 음모론'이 허위라는 보고서를 낸 후 김 씨 방송에서 사과했다. 

    김 씨는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선포 당시 계엄군에게 체포돼 이송되는 한 전 대표를 암살조가 사살한다는 내용의 임무가 암살조에게 부여됐다는 제보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최초 보고서에서 허구가 가미됐다는 평가를 내린 박선원 민주당 의원은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음'이라고 보고서를 수정한 후 김 씨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사과했다. 

    지난 3월에는 민주당 초선 의원 6명이 김 씨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면박을 들었다. 김 씨는 당시 방송에서 의원들을 향해 국무위원 줄탄핵을 요구하며 "정말 모든 것을 할 각오가 돼 있느냐. 하는 시늉만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압박했다. 
  • ▲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3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서성진 기자
    ▲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3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서성진 기자
    정 대표의 앞선 당대표 당선에서 김 씨가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김 씨는 방송을 통해 민주당 전당대회 국면에서 상대 후보였던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보다 정 대표에게 힘을 실어주는 듯한 모습을 수차례 보였기 때문이다. 

    애초에 정 대표의 당대표 당선 배경에는 김 씨와의 '밀착 관계'가 있었다는 것이 정치권의 중론이다. 정 대표는 딴지일보 게시판에 2016년부터 1000건 이상 글을 올리며 강성 당원 기반을 다졌다.

    또 전당대회 기간 수차례 김 씨의 방송에 출연했다. 지난 6월 박찬대 의원이 대표 출마를 선언하고 같은 방송에 출연했을 당시 김 씨는 "정청래 의원이 관두거나, 박찬대 의원이 관두거나 그럴 가능성은 없느냐"고 질문해 사실상 사퇴를 압박했다는 해석도 나왔다.

    같은 기간 정 대표는 김 씨의 콘서트에도 참석했는데, 이 행사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 우원식 국회의장, 김민석 당시 국무총리 후보자, 김경수 대통령 직속 지방시대위원장 등 여권 핵심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반면 경쟁 주자인 박 의원은 개인 일정을 이유로 불참했다.

    김 씨의 입김은 '정청래호' 출범 이후에 더 부각됐다. 이재명 대통령의 사법리스크와 직결된 재판중지법이 대표적이다. 그는 지난달 23일 자신의 유튜브 방송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재판을 중단하는 이른바 '재판중지법'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그러자 정 대표가 이끄는 민주당은 열흘 뒤인 지난 2일 이를 '국정안정법'이라고 부르며 국회 본회의 처리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이에 대통령실이 "이 대통령을 정쟁의 중심에 끌어넣지 않기를 당부한다"는 입장을 밝힌 후에야 재판중지법 논란은 마무리됐다.

    민주당의 노선 결정의 '출발점' 역할을 해 온 김 씨의 영향력은 '내란특별재판부' 논란에서도 드러났다. 

    김 씨는 지난 9월 자신의 유튜브 방송에서 "법은, 구조는 입법부가 만들고 사법부는 그에 따라 판단하는 곳"이라며 내란특별재판부 설치를 촉구했다. 이미 민주당 의원 115명 발의로 법사위 소위에 회부된 상황이었지만, 김 씨가 이를 끄집어내 법안 처리를 재촉한 것이다. 

    이에 정 대표는 같은 날 당 회의에서 "사법부도 헌법을 뛰어넘는, 국민의 민주주의를 뛰어넘는 그런 행태를 보인다면 결국은 국회에서 입법을 통해서 그것을 제재할 수 있다"며 "내란 전담 재판부 설치는 국회 입법 사항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화답했다. 

    이처럼 정 대표가 당권을 잡은 후 김 씨의 입에 민주당의 주요 의사 결정까지 달린 사례가 이어지자 '김어준당'이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민주당 극성 광신도들이 로동신문·딴지일보를 여론의 기준으로 삼아 다른 생각을 가진 국민을 모두 비정상·반정부 세력으로 몰아 드잡이 하려는 선언이냐"고 비판했다. 

    이어 "딴지일보가 민심 바로미터라는 정 대표는 가짜뉴스가 진실을 덮고, 권력이 거짓선동으로 국민을 세뇌하는 세상(을 만들려는 것인가)"라며 "이제 민주당의 피바람 숙청이 정치와 방송까지 휩쓸고 나면 공영방송 9시 뉴스에서 가짜뉴스 김어준 앵커의 메인뉴스를 봐야 할 날을 만들려느냐"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