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자 "급발진" 경찰 "페달 오조작"전문가 "제동등 안 켜졌으면 급발진↓"국과수 '급발진' 결과 나온 사례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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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13일 오전 10시54분께 부천시 오정구 원종동 제일시장에 1t 트럭이 돌진해 60대 여성과 70대 여성 등 2명이 숨지고 19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인천일보 제공
경기 부천 제일시장에서 1톤 트럭이 후진 직후 약 150m를 질주해 21명의 사상자를 낸 가운데, 운전자가 제기한 '급발진' 가능성이 논란이 되고 있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에 사고기록장치(EDR) 분석을 의뢰했다. 전문가들은 "제동등이 켜지지 않았다면 급발진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한다.◆ 전문가 "제동등 안 켜졌으면 급발진 가능성↓"사고는 지난 13일 경기 부천시 오정구 원종동 시장 초입에서 발생했다. 수산물 상인 A씨(67)가 트럭을 후진한 뒤 전진하는 과정에서 차량이 갑자기 시장 안쪽으로 돌진해 속옷 판매점의 매대를 들이받고서야 멈췄다. 충격으로 가게 유리창은 산산조각 나고 인근 통로에는 옷가지와 파손된 기물, 차량 파편이 흩어졌다.경찰이 확보한 CCTV 영상에도 트럭이 A씨 가게 앞에서 급가속하는 모습이 포착됐으며, 당시 제동등은 켜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소방 당국은 "트럭이 약 28m를 후진한 뒤 150m가량 직진하면서 사고가 발생했고, 100m 지점부터 사상자가 많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20여 년 동안 시장에서 수산물을 판매해온 A씨는 평소 트럭을 가게 앞까지 몰고 들어와 물건을 내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직후 그는 급발진 가능성을 제기했다.그러나 경찰은 사고 당시 제동등이 켜지지 않은 점을 근거로 가속페달을 브레이크로 잘못 밟았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트럭의 제동등이 정상 작동 상황에서 켜지지 않은 점에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
- ▲ 부천 시장 트럭 돌진 사고 현장. ⓒ연합뉴스
전문가들은 이번 사고 형태를 기계적 급발진으로 보기 어렵다고 평가한다. 최재원 한국도로교통공단 교수는 "브레이크를 밟으면 제동등이 켜지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이번 사고에서 제동등이 켜지지 않은 점이 급발진 가능성 논란으로 이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이어 그는 "최종 원인은 국과수의 EDR 분석을 통해 확인되겠지만, 지금까지 국과수에서 기계적 급발진이라고 공식 확인된 사례는 없다"고 덧붙였다.최 교수는 "사고 직전 5초 동안의 차량 상태는 EDR에 44가지 항목으로 저장된다. 핸들 방향, 가속·브레이크 조작 등 대부분 정보가 기록돼 있어 마치 비행기 블랙박스처럼 사고 원인을 분석할 수 있다. 다만 차량이 크게 파손되면 일부 데이터(약 15%)는 판독이 어렵다"고 말했다.현장에서는 A씨 가게 인근 바닥에 두 줄의 진한 스키드마크가 남아 있다. 최 교수는 "스키드마크는 급가속이나 급제동 시에도 발생할 수 있으며, 브레이크를 밟거나 차량 결함으로 급발진이 발생해도 마찰로 흔적이 남는다"고 설명했다.부천오정경찰서는 A씨에 대해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치사상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EDR 분석을 의뢰했다. 분석 대상에는 가속페달·브레이크페달 조작 여부와 속도 변화 등 사고 직전 핵심 정보가 포함된다.총 사상자는 21명으로 집계됐다. 사고 당시 귀가했던 60대 여성이 뒤늦게 통증을 호소하며 피해자 수가 1명 더 늘었고, 이 중 70대 여성과 중국 국적 60대 여성이 숨졌다.경찰은 EDR 분석 결과가 나오는 대로 운전자의 주장과 사고 원인을 최종 판단할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