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 국정감사 출석해 모두발언서 아쉬움 토로"법치국가, 법관 증언대 세운 예 찾기 어려워"민주, '인사말 후 이석' 관례 깨고 질의 강행천대엽 "초등생때 배운 삼권분립 지켜져야"100여분 질의 이어져…정회 후 조희대 이석
  • ▲ 조희대 대법원장이 1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법원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한 후 이석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 조희대 대법원장이 1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법원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한 후 이석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이재명 정부의 첫 국정감사가 13일 시작된 가운데 조희대 대법원장이 법제사법위원회 대법원 국감에 출석했다. 

    조 대법원장은 모두 발언에서 증인 출석요구의 위법성 및 위헌성을 지적했다. 또 "정의와 양심에 벗어난 적 없다"며 민주당이 제기한 '사법 거래 의혹'에 정면 반박했다.

    대법원장은 법사위원장의 양해를 얻어 국감 출석 직후 곧바로 이석해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이 답변하는 게 국감 관례였다. 하지만 추미애 법사위원장은 조 대법원장의 인사말이 끝나자 "증인이 아닌 참고인 신분으로 채택하겠다"라며 사실상 이석을 불허했다.

    결국 조 대법원장은 약 100분간 진행된 국정감사 질의를 참고인 신분으로 듣다 오전 11시38분께 정회 후 이석했다.

    법조계에선 조 대법원장 국감 출석을 두고 "진행 중인 재판 공정성을 해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회는 무소불위의 집단은 아니지 않느냐"며 "'사법부 길들이기'를 전국민 앞에서 생중계하는 것"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 ▲ 나경원·곽규택·조배숙·신동욱 의원 등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이 13일 국회에서 열린 대법원 등에 대한 국정감사 진행과 관련해 추미애 법사위원장 자리로 찾아와 항의를 하자 국회직원들이 앞을 막고 있다. ⓒ이종현 기자
    ▲ 나경원·곽규택·조배숙·신동욱 의원 등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이 13일 국회에서 열린 대법원 등에 대한 국정감사 진행과 관련해 추미애 법사위원장 자리로 찾아와 항의를 하자 국회직원들이 앞을 막고 있다. ⓒ이종현 기자
    ◆ 조희대, 법사위 국감 출석해 여권 공세 응수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조 대법원장은 이날 오전 10시 10분 법제사법위원회 대법원 국정감사에 출석해 모두 발언을 통해 "사법부를 둘러싼 작금의 여러 상황에 대해서는 깊은 책임감과 함께 무겁고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대법원이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상고심을 이례적으로 빠르게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것은 '대선 개입'이라는 민주당 주장에 우려를 표한 것이다.

    그는 "취임한 이래 오늘에 이르기까지 오직 헌법과 법률에 따라 직무를 수행해 왔으며 정의와 양심에서 벗어난 적이 없음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강한 어조로 밝혔다. 그러면서 "법치국가에서 재판 사항에 대해 법관을 감사나 청문의 대상으로 삼아 증언대에 세운 예를 찾아보기 어렵다"며 "대법원장으로서 국감의 시작과 종료 시에 출석해 인사 말씀과 마무리 말씀을 했던 종전의 관례에 따른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 대법원장은 "저에 대한 증인 출석요구는 계속 중인 재판에 대한 합의 과정의 해명을 요구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국감은 계속 중인 재판에 관여할 목적으로 행사되어서는 안 된다'라고 규정한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 제8조'와 사법권의 독립을 규정한 대한민국 '헌법 제103조', 합의의 비공개를 규정한 '법원조직법 제65조' 등의 규정과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우려가 있다"고 현 상황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설명했다. 

    그는 "삼권분립 체제의 법치국가에서는 재판 사항에 대해 법관을 감사나 청문의 대상으로 삼아 증언대에 세운 예를 찾아보기 어렵다"고 전제, "우리 국회도 과거 대법원장의 국정감사 증인 출석 필요성에 관한 논란이 있었을 때에 삼권분립과 사법부 독립을 존중하는 헌법정신과 가치를 확인하는 취지의 관행과 예우 차원에서 그 권한을 자제하여 행사해 온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 ▲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이 13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대법원 등 국정감사에서 조희대 대법원장의 이석을 요청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이 13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대법원 등 국정감사에서 조희대 대법원장의 이석을 요청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 추미애, 대법원장 상대로 질의 강행 … 이석 불허

    대법원장은 법사위원장의 양해를 얻어 국감 출석 직후 곧바로 이석해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이 답변하는 게 관례다. 삼부요인이자 대법원 전원합의체 재판장인 대법원장에게 사건에 대한 구체적인 질문을 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점 등을 고려한 예우다.

    하지만 앞서 민주당은 조 대법원장이 불출석할 경우 동행명령 발부와 고발 조치까지 시사했다. 또 오는 15일엔 현장 국감도 진행키로 했다.

    조 대법원장이 이날 국감에 출석해 동행명령 발부 등은 이뤄지지 않게 됐지만, 민주당은 관례를 깨고 '이석 불허'를 통해 조 대법원장을 국감에 앉혔다.

    추 위원장은 "대법원장이 아직 증인선서를 하지 않았으므로 증인이 아닌 참고인 신분"이라며 질의응답을 이어갔다. 이에 여야 의원들 간 고성이 오가며 회의장은 혼선이 빚어졌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의사진행발언에서 "대법원장이 모두발언하고 증인채택을 하지 않는 것은 국회의 오랜 관례"라며 "추 위원장의 논리대로라면 이재명 대통령과 김민석 국무총리, 우원식 국회의장도 모두 나와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김용민 민주당 의원은 "대법원의 이 대통령의 선거법 위반 사건 유죄 취지 파기환송을 통한 대선 개입 의혹이라는 특수한 상황이 있기 때문에 조 대법원장이 출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 대법원장과 함께 국정감사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은 "87년 체제 이후 대법원장이 국회에 나와서 재판 사안에 대해 일문일답 한 적이 없다"며 우려를 표했다. 또 "우리가 초등학교에 들어갈 때부터 배운 삼권 분립, 사법부 존중, 국회 존중이 이 자리에서도 실현되는 모습을 원한다"며 조 대법원장의 이석 허가를 요청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추 위원장이 정회를 선언한 오전 11시 38분까지 침묵하는 조 대법원장을 향해 일방적인 질의를 이어갔다. 정회 이후 조 대법원장은 이석했다.

  • ▲ 법원. ⓒ뉴데일리 DB
    ▲ 법원. ⓒ뉴데일리 DB
    ◆ 법조계 "부끄러운 선례 남긴 것"

    법조계에선 여당의 대법원장 국정감사 이석 불허를 두고 "입법권이 사법권보다 우위에 있다는 오해를 낳을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건 법무법인 건양 변호사는 "국회는 수사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국정감사에 부르고 대답을 강제한단 것 자체가 헌법 위반 소지가 있다"며 "증인이든 참고인이든 간에 직·간접적으로 질문을 듣게 하는 것은 현재 진행 중인 재판에 영향이 갈 수 있는 부분"이며 이같이 진단했다.

    조상규 법무법인 로하나 변호사는 "삼권분립을 만든 이유는 절대권력은 부패하기 마련이기 때문"이라며 "사법부조차도 민주당은 통제할 수 이다라는, 사법부 길들이기를 전국민앞에서 생중계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추 위원장이 조 대법원장의 이석을 불허하고 참고인 신분으로 규정정해 질의를 강행한 것을 두고 "헌법상 영장주의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조 대법원장이 국회에 나와 법사위 국감에 인사말을 한 것은 그간 관례와 입법부에 대한 존중을 표한 것"이라며 "추 위원장이 독단적으로 조 대법원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앉힌 것은 국회법 위반 가능성과 함께 감금 여부 문제 소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 5월 1일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위반 사건 상고심에서 사건을 유죄 취지로 깨고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