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환장 세 차례 모두 기일 이후 도착""국회 일정 통보에도 영장 집행 강행""체포영장 발부, 경찰의 법원 기망 가능성"
  • ▲ 공직선거법·국가공무원법 위반 등 혐의로 체포된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2일 서울 영등포경찰서로 압송되고 있다. ⓒ뉴시스
    ▲ 공직선거법·국가공무원법 위반 등 혐의로 체포된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2일 서울 영등포경찰서로 압송되고 있다. ⓒ뉴시스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의 체포를 둘러싸고 경찰과 변호인 측의 주장이 크게 엇갈리고 있다. 경찰은 반복된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아 체포영장을 집행했다고 밝혔고, 변호인 측은 이미 출석 일정을 협의하고 사유서도 제출했다며 체포의 절차적 타당성이 부족하다고 반박하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국회 일정 등을 이유로 소환에 응하지 못했다고 주장했으며, 변호인 측은 경찰의 체포가 무리한 강제수사라며 법원이 기망당했을 가능성까지 제기하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현재 유치장에 수감 중이며, 체포의 적법성과 필요성을 따지는 구속적부심 심사는 4일 오후 서울남부지법에서 열릴 예정이다.

    이 전 위원장의 변호인인 임무영 변호사는 2일 오후 영등포경찰서에서 기자들을 만나 이른바 '출석 요구서 불응' 논란에 대한 절차상 위법성을 지적했다.

    그는 "9월에 경찰이 소환 통지서를 세 차례 보낸 것은 맞지만 모두 일반우편으로 보내졌고, 세 번의 소환 통지서 모두 소환일 이후에 도착했다"며 "따라서 '3회에 걸친 소환 요구를 했다'는 형식적인 요건을 갖추기 위한 경찰의 자의적 행위"라고 반박했다.

    이 전 위원장이 수령한 소환 통지서 중 9월 10일, 15일, 27일 출석을 요구한 문서가 있었으나, 세 차례 모두 출석일이 지나거나 당일 오후 이후에 우편함에 도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임 변호사는 "이 전 위원장의 배우자가 매일 우편함을 확인하는데, 단 한 번도 소환 일정 이전에 도착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변호인 측에 따르면 경찰과 이 전 위원장은 이미 지난 9월 9일, 조사 일정을 27일 오후 2시로 협의해 확정한 상태였다.

    임 변호사는 "27일에 조사하기로 일정을 잡아놓고, 9월 10일·15일쯤에 소환장을 보낸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 이미 조사 일정이 잡혀 있는데 그 조사 일정과 별개로 소환장을 보냈다는 것은, 경찰이 처음부터 체포 영장을 신청하기 위한 요건을 갖추려고 의도적으로 한 행동으로 보인다"고 했다.

    특히 이 전 위원장 측은 9월 26일 갑작스러운 국회 일정으로 출석이 어렵게 되자 경찰에 직접 전화로 사정을 알렸고, 같은 날 오후 2시쯤 '불출석 사유서'를 팩스로 제출했다고도 주장했다. 이후 등기우편으로도 동일한 내용을 보냈다고도 했다. 

    임 변호사는 "경찰은 조사 일정 이전에 저희가 국회 출석이라는 공무상의 이유로 출석을 못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며 " 경찰이 저희가 '출석을 못 한다'고 했더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환장을 보내겠다'라는 얘기를 했다. 출석 못 한다는 걸 알면서도 소환장을 보내서 3회 불출석이라는 외적 모습을 갖추겠다는 의도를 밝힌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금 봐서는 이게 결국은 전부 다 체포 영장 신청을 위한 사전 포석이었다고 확인되는 것 같다"고 했다.
  • ▲ 공직선거법·국가공무원법 위반 등 혐의로 체포된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2일 서울 영등포경찰서로 압송되고 있다. ⓒ뉴시스
    ▲ 공직선거법·국가공무원법 위반 등 혐의로 체포된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2일 서울 영등포경찰서로 압송되고 있다. ⓒ뉴시스
    ◆정치적 발언 두고 선거법 위반 공방

    이 전 위원장은 지난해 9~10월과 올해 3~4월, 보수 성향 유튜브 및 자신의 SNS 계정을 통해 정치적 발언을 한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 공직선거법상 사전 선거운동 및 국가공무원법상 정치 중립 의무 위반이라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이 전 위원장 측은 해당 발언의 사실관계 자체는 인정하되, 선거운동에 해당하지 않으며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임 변호사는 "작년 9~10월 유튜브에서의 발언은 윤석열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하기도 전이라 (향후) 대통령 선거가 있을 거라는 건 예상도 할 수 없는 상태"며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는 대통령 선거에서 민주당과 이재명을 반대했다라는 것을 구속 요건으로 삼았다"고 말했다.

    또한 올해 4월 보궐선거를 겨냥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4월 지방선거는 누구를 뽑는 선거인지 여기 계신 분들 아무도 기억 못 하실 텐데, 누구를 뽑는지 어디서 뭘 하는지도 모르는 선거에 대해서 '이 전 위원장이 유튜브에 나와서 민주당 사람들의 당선을 반대하기 위해 선거 운동을 했다'는 것 자체가 상식에 반하는 말도 안 되는 주장"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는 더불어민주당과 이재명 대통령에 대해서는 어떠한 정당한 정상적이고 팩트에 입각한 비판도 하지 말라는 요구"라고 반박했다.

    이 전 위원장 측은 법원에서 발부한 체포영장에 대해서도, 경찰이 영장을 신청하며 불출석 사유서 등을 법원에 제출하지 않았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임 변호사는 "국회 일정으로 출석이 불가하다는 사유가 기록에 포함됐다면 영장이 나왔을 리 없다"며 "경찰이 법원을 기망해 영장을 받아냈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어 "체포영장은 주로 '출석 불응 여부'만으로 판단하게 된다"며 "경찰이 불출석 사유를 고의로 누락했다면 이는 절차적 조작에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 ▲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 ⓒ이종현 기자
    ▲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 ⓒ이종현 기자
    ◆체포영장 발부 과정서 경찰의 '법원 기망' 주장도 제기

    이 전 위원장은 10월 2일 자로 공식 면직됐다. 이에 따라 변호인 측은 "현재는 공직에서 물러났기 때문에 언제든지 경찰 소환에 응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경찰이 면직 다음 날 곧바로 체포에 나선 것을 두고 "명백한 권한 남용이며, 불법 구금"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임 변호사는 "조사에 응할 의사가 명확하고 시간적 제약도 없는 상태에서 굳이 체포영장을 집행한 건 과도한 대응"이라고 밝혔다.

    법원의 영장 발부에 대해서도 "법원은 당사자가 출석에 불응하는지 여부를 기본 판단 조건으로 하는데, 경찰에서 불출석 사유서를 기록에 첨부했다면, 법원에서 국회 때문에 출석하지 못했다는 불출석 사유서로 보고 출석에 불응한다고 판단해 체포 영장을 발부했을 것 같지는 않다"고 했다.

    이어 "경찰이 불출석 사유서를 체포 영장을 신청할 때 기록에 첨부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훨씬 더 높아서, 법원은 아마도 경찰의 기망에 의해 체포영장을 발부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영등포경찰서는 2일 오후 4시경 서울 자택 인근에서 이 전 위원장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가 6차례에 걸친 서면 출석 요구에 불응해 법원의 체포영장을 받아 집행한 것"이라고 전했다.

    이 전 위원장은 같은 날 오후 5시 40분께 영등포경찰서에 도착했으며 수갑을 찬 채 "선출 권력보다 개딸 권력이 더 센 것이냐", "대통령 위에 개딸 권력이 있냐"고 외쳤다.

    이에 앞서 이 전 위원장은 경찰로부터 세 차례 출석 요구를 받았다고 인정하면서도, "국회 필리버스터 일정으로 기관장인 내가 반드시 출석해야 했고, 그것 때문에 경찰 조사를 미룬 것뿐인데도 체포해 수갑을 채웠다"고 항변했다.

    반면 경찰은 이 위원장이 6차례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며 법원에서 적법하게 발부받은 체포영장을 집행했다는 입장이다.

    현재 이 전 위원장은 유치장에 수감돼 있으며 3일까지 경찰의 두 차례 조사를 받았다. 야간 조사는 거부했으며 경찰은 추가 조사 이후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체포적부심은 이날 오후 3시 서울남부지법에서 진행되며 체포의 적법성·필요성을 법원이 판단하게 된다. 체포 단계에서 적부심이 청구되는 사례는 흔치 않지만, 이번 사건은 수사 초기부터 피의자와 경찰 사이의 충돌이 뚜렷하게 드러나며 법적 다툼의 본격화가 예고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