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대전 국정자원 전산실 배터리 화재…시스템 647개 가동 중단배터리 화재 특성상 완전 지연…피해 파악 어렵고 복구 착수도 못 해1·2등급 중요 시스템 많아 복구-정상화까지 '난망'…"국민께 깊은 사과"
  • ▲ 대전 유성구 국가정보자원관리원 5층 전산실 창문이 리튬이온 배터리 폭발 화재로 불에 타 있다. 250927 ⓒ연합뉴스
    ▲ 대전 유성구 국가정보자원관리원 5층 전산실 창문이 리튬이온 배터리 폭발 화재로 불에 타 있다. 250927 ⓒ연합뉴스
    전날인 26일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 대전 본원에 있는 전산실 내 리튬이온 배터리에서 발생한 화재로 정부 업무시스템 647개가 가동이 중단된 것으로 파악됐다.

    정부는 서버 등 전산장비 보호를 위한 선제적 중단 조치라고 강조했으나, 화재로 인해 국가 전산망이 속수무책으로 당하며 정부 온라인서비스가 온통 먹통이 됐다는 비판을 피해 갈 수 없게 됐다.

    리튬이온 배터리 특성상 화재 진압에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정부는 정확한 피해 현황도 파악하지 못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복구작업에도 착수하지 못해 국가 전산망 정상화까지 적잖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국가 전산망의 '심장부'라 볼 수 있는 국정자원 대전 본원에 불이 난 것은 26일 20시15분께다.

    전산실 내 '무정전 전원장치 배터리(UPS)'를 작업자가 지하로 이전하는 과정에서 불꽃이 난 것으로 추정된다. UPS는 전산시스템에 단절 없이 전기 공급을 일정하게 유지해주는 장치다.

    화재가 발생한 배터리는 58V 리튬배터리로, 12개를 수납하는 캐비닛 총 16개 중 8개가 불에 탄 것으로 소방당국은 파악했다. 내부에 있던 리튬배터리의 절반가량이 소실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화재로 전산실 내부 열기가 강해지자 전산실 적정온도를 유지해주는 항온항습장치가 작동을 멈췄고, 서버 등 전산장비가 훼손될 것을 우려한 국정자원 측은 대전 본원 내 시스템 647개의 전원을 모두 차단했다.

    김민재 행정안전부 차관은 2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연 브리핑에서 "화재 영향으로 항온항습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서버의 급격한 가열이 우려됐고, 정보 시스템을 안전하게 보전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가동을 중단시켰다"고 설명했다.

    대전 본원과 분원 개념인 광주·대구센터를 둔 국정자원에는 정부 업무서비스를 기준으로 모두 1600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정보 시스템이 있다.

    이 중 가동이 중단된 시스템 647개는 대전 본원에 있다. 전체 국가 정보 시스템의 3분의 1 이상이 마비 상태에 놓이게 된 것이다.

    이로 인해 1등급 12개, 2등급 58개 등 총 70개 핵심 서비스가 직접 장애를 입었다. 주민등록등본 등 전자민원 발급이 중단된 정부24, 국민신문고, 모바일 신분증, 행정심판시스템, 청렴포털 등이 포함된다.

    불편은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소방청은 "119 전화신고는 가능하지만, 영상·문자신고는 작동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우체국금융·우편 서비스도 정상 가동되지 못해 추석 연휴 직전 창구업무와 배송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국무총리실, 기획재정부 등 사실상 대다수 정부 부처 홈페이지와 주요 시스템이 셧다운 상태다.

    화재로 인해 대외서비스는 물론, 내부 업무전산망인 '온나라시스템'도 마비돼 접속할 수 없다. 전 부처의 문서 작성과 결재, 보고 등 행정업무를 통합해 처리하는 핵심 전산망이다.

    기획재정부는 열린재정과 국가재정관리시스템(디브레인)이 멈췄고, 조달청의 나라장터도 불통이다.

    통계청 역시 국가통계포털(KOSIS) 등 주요 데이터 서비스가 중단됐다. 교육부의 나이스(NEIS, 교육행정정보시스템) 역시 접속이 원활하지 않아 디지털 원패스 로그인도 되지 않는 상황이다.

    김민재 차관은 "현재는 항온항습기를 우선 복구 중이며 이후에 서버를 재가동해 복구조치를 하고자 한다"면서 "우체국금융과 우편 등 대국민 파급효과가 큰 주요 정부 서비스 장애부터 신속히 복구하겠다"고 강조했다.
  • ▲ 서울 서대문우체국 우체국365 ATM에 '장애 발생 안내문'이 놓여있다. 250927 ⓒ연합뉴스
    ▲ 서울 서대문우체국 우체국365 ATM에 '장애 발생 안내문'이 놓여있다. 250927 ⓒ연합뉴스
    정부는 이번 화재로 전산망이 사실상 마비되자 시스템 정상화 이후로 세금 납부, 서류 제출 기한 등을 연장하고, 국민이 기존 온라인서비스를 대신해 이용할 수 있는 대체 서비스를 안내하고 있다.

    김 차관은 "민원 처리가 지연돼 국민이 불이익을 받는 일이 없도록 시스템 정상화 이전에 도래하는 세금 납부, 서류 제출은 정상화 이후로 연장하도록 관계기관에 안내하고 협조를 구했다"고 전했다.

    이어 "국민께서 정부 서비스 장애 발생을 미처 알지 못해 당황하시는 일이 없도록 오늘 오전 8시 재난문자를 발송했다"며 "국민신문고 등 주요 정부 서비스 이용이 제한된다는 것과 관공서 방문 전 서비스 가능 여부를 확인해주실 것을 안내했다"고 덧붙였다.

    김 차관은 "다소 불편하시더라도 민원이나 서비스를 신청하실 경우 해당 기관의 안내에 따라 대체사이트에 접속하시거나 오프라인 창구를 활용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구체적인 정부 서비스 장애 상황과 대체사이트는 네이버 공지를 통해서도 확인 가능함을 참고로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하지만 열폭주 등 리튬배터리 화재 특성상 소방당국의 진화작업이 빠르게 이뤄지지 못하면서 시스템 복구는커녕 이튿날인 27일에도 피해 현황 파악을 위한 내부 진입조차 못 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은 어떤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는지, 어떤 시스템을 먼저 복구해야 하는지를 판단하기조차 어렵게 만들고 있다.

    정부가 전산망 장애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처음으로 위기상황본부를 가동한 데 이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로 대응기구를 격상했으나, 국가 전산망 심장부가 정상 가동할 때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재용 국정자원 원장은 이날 브리핑에 동석해 "화재 원인은 감식을 해봐야 알 것"이라며 "손상에 따라 (복구가) 바로 되는 것도, 안 되는 것도 있을 텐데 복구하면서 공개할 것"이라고 알렸다.

    이어 "오늘 아침까지 화재 열기가 안 빠져 복구작업에 착수를 못 했다"며 "복구가 언제 끝날지는 열기가 빠지고 소방안전점검이 끝나고 서버를 재가동해야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윤상기 소방청 장비기술국장은 "배터리 교체과정에서 불꽃이 발생한 것은 확인됐지만, 전원이 차단된 상태에서 왜 발화했는지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식으로 확인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 차관은 이번 정보시스템 장애에 따른 국민 불편에 거듭 사과의 뜻을 밝혔다.

    그는 "이번 장애로 인해 국민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큰 불편을 겪으신 데 거듭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장애를 신속히 복구하고, 상황이 안정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