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수사 대상·범위 확대 … 검사 수도 늘려수사 대상에 대법관 추가 … 조희대 겨냥 논란檢 없애면서 수사·기소권 가진 공수처에 힘 싣기로스쿨 명예교수 "삼권분립·사법부 독립 무시"
  • ▲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뉴데일리
    ▲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뉴데일리
    더불어민주당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수사 대상과 범위를 늘리는 법안을 추진하면서 정치권과 법조계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특히 수사 대상에 대법관이 포함돼 조희대 대법원장을 겨냥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검찰개혁 명분으로 수사·기소권 분리를 내세운 민주당이 수사와 기소권이라는 두 권한을 가진 공수처를 오히려 강화하는 것은 자기 모순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27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1소위원회는 지난 23일 민주당 의원들이 발의한 공수처법 개정안을 심사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위헌성을 이유로 반대했기 때문이다.

    대법원도 개정안에 대해 우려를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배형원 법원행정처 차장은 당시 "고위공직자의 직무와 무관한 범죄까지 수사 대상을 확대하면 공수처 설립 취지에 부합하지 않을 수 있다"는 취지로 말하며 '신중 검토' 의견을 제시했다.

    김용민 의원 등이 발의한 개정안은 공수처의 수사 대상을 대법원장과 대법관, 검찰총장, 판사, 검사 등으로 확대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여기에 수사 범위도 '직무 관련 범죄'에서 '모든 범죄'로 확대했다. 전현희 의원은 국회에 불출석한 증인에 대한 공수처의 수사권을 인정하는 법안도 발의했다.

    공수처 검사 정원을 늘리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성윤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공수처 검사의 수를 30명 이상 50명 이내로 늘리고, 최초 임기를 3년에서 7년으로 상향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공수처 수사관의 수도 50명 이상 70명 이내로 증원하면서 임기를 폐지하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개정안이 사실상 조 대법원장을 노린 것으로 보고 있다. 민주당은 최근 조 대법원장에게 노골적으로 사퇴를 압박하면서 탄핵 가능성까지 거론하고 있다. 근거가 불분명한 의혹을 토대로 조 대법원장 청문회까지 추진하면서 그가 출석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공수처법까지 고쳤다는 것이다. 박성훈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공수처법 개정안을 '조희대 표적 사정법'으로 규정했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공수처는 민주당 마음대로 할 수 있는 '하명수사처'"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이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을 취소한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판사와 이재명 대통령을 수사했던 검사 등에 대한 공수처 수사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수사·기소권을 가진 검사의 '권력 비대화'를 명분으로 검찰청 폐지에 앞장섰던 민주당이 공수처의 권한을 늘려주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검찰이 사라지면 수사·기소권을 가진 유일한 정부조직은 공수처만 남게 되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자기모순이며 내로남불"이라고 꼬집었다.

    앞서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3개 특검(내란·김건희·순직해병)의 수사 기간 및 인력을 늘린 '더 센 특검법'을 추진하자 "검찰 권력을 분리하고 해체하겠다면서 특검에는 수사권과 기소권 등 온갖 권력을 몰아줬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김용민 의원은 개정안 발의 배경에 대해 "공수처가 제 기능을 발휘하려면 법조 비리에 대해 모든 범죄를 수사해야 자기들(고위 공무원)끼리 봐주기를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예를 들면 검사가 교통사고를 냈거나 음주 운전을 했거나 이런 것들에 대해서 검찰에서 스스로 다 봐주기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도대체 언제 적 얘기를 하는 건가"라며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사법 농단 의혹 때 누가 수사했나, 검찰이었다. 그것도 무더기로 기소했다가 법원에서 무리한 수사였다고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내리지 않았나"라고 반박했다.

    장 교수는 개정안의 문제점에 대해 "공수처 도입의 명분은 검찰 개혁이었는데 지금 와서 사법부를 겨누는 칼처럼 쓰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삼권 분립과 사법부 독립을 무시하는 상황에서 마음에 드는 판결을 하지 않는, 예컨대 지귀연 판사를 혼내주겠다는 식으로 법을 개정하는 것이라면 그 의도부터 잘못됐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