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1B 비자 수수료 명령에 해외 체류자들 혼란-불안 확산백악관 진화에도 불확실성 여전…美 언론 "IT 경쟁력 위협" 경고
  • ▲ 마이크로소프트 직원.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연합뉴스
    ▲ 마이크로소프트 직원.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전문직 비자(H-1B)' 수수료를 1인당 10만달러(약 1억4000만원)로 대폭 인상하기로 하면서 주요 기술기업들이 이 비자를 소유한 직원들에게 해외여행을 피하고 미국에 머물 것을 긴급하게 요구했다.

    21일(현지시각) 블룸버그·로이터통신,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마이크로소프트(MS)와 구글, 아마존 등은 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트럼프 행정부가 19일 밝힌 새로운 비자 규정이 발효되기 전에 미국으로 돌아오고 출국계획은 취소하라고 통보했다.

    새 규정 발표 이후 논란이 커지자 백악관은 대폭 인상되는 이번 수수료가 신규 비자에만 적용되고 기존 비자 소지자의 미국 출입국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이번 제도의 적용과 집행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미국 전역 기업들에 혼란과 불안이 확산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이에 기업과 이민 전문변호사들은 H-1B 비자 소지자들에게 신중히 행동할 것을 조언하고 있다.

    MS는 19일 트럼프 행정부 발표 이후 자사의 H-1B 비자 직원들에게 "당분간 미국 내에 체류해야 한다"고 안내했다.

    MS는 또 추가 이메일을 통해 직원들에게 백악관의 설명이 "현재 중요한 개인 사유로 해외에 있는 동료들의 귀국을 보장할 것"이라면서도 "향후 며칠간 입국장에서 일부 혼선이 있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MS뿐만 아니라 실리콘밸리와 월가의 주요 기업들은 직원들에게 긴급 메모를 보내 미국으로 돌아올 것을 권고하고 출국을 자제할 것으로 요청했다.

    아마존, 알파벳, 골드만삭스 등 주요 기업들은 직원들에게 긴급 귀국을 요청하는 이메일을 발송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비자 소지자들은 갑작스러운 규정 변경에 충격을 받고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영국에서 샌프란시스코 베이 지역으로 이주해 새 엔지니어링 직장을 시작하려던 34살의 로런스는 행정명령 서명 시점에 이미 짐을 싸고, 자동차를 팔고, 집을 임대주고, 가족·친지들과 작별인사를 한 상태였다.

    그러나 그는 회사의 이민변호사들로부터 "추가 정보를 기다리며 영국에 머물라"는 조언을 들었다고 전했다.

    구글의 한 직원은 가족 방문을 위해 계획했던 도쿄 여행을 백악관 발표 이후 취소했고, 아마존은 H-1B 소지자의 배우자와 자녀에게 발급되는 H-4 비자 보유자들에게도 미국에 머물 것을 권고했다.

    중국 소셜미디어 레드노트에는 "코로나19 때처럼 급히 귀국했다"는 경험담이 속속 올라왔으며 한 사용자는 "현실판 '분노의 질주(fast and furious)'식 귀국이었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USCIS 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시작된 2025 회계연도 들어 올해 6월30일까지 가장 많은 H-1B 비자를 할당받은 기업은 '아마존닷컴'으로, 1만44명에 달한다.

    아마존 계열사 중 클라우드 업체인 '아마존웹서비스(AWS)'와 '아마존개발센터US'까지 더하면 아마존의 올해 H-1B 비자 할당은 1만4000명을 넘는다.

    인도 뭄바이에 본사를 둔 IT서비스·컨설팅기업 '타타 컨설턴시(5505명)'가 두 번째로 많고 △MS 5198명 △메타 5123명 △애플 4202명 △구글 4181명 등이 뒤를 이었다.

    미국 IT 전문매체 테크크런치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처음 학생 신분으로 미국에 입국한 뒤 H-1B 비자를 받아 IT업계에서 경험을 쌓았다고 전했다.

    이어 이번 조치가 외국 인재들이 미국에서 경험을 쌓고 스타트업을 설립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는 기존 경로를 위축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테크크런치는 머스크 CEO가 지난해 12월 엑스(X, 전 트위터)에 남긴 발언을 인용하며 "H-1B 비자가 없었다면 스페이스X와 테슬라 등 글로벌 기업을 설립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인스타그램 공동 창립자인 마이크 크리거 역시 H-1B 비자로 미국에 처음 입국한 사례로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