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말이 차오르는 중입니다>를 플레이하다기후 위기 한국을 배경으로 한 7편의 연작소설게임처럼 다른 폭염의 난이도…당신은 몇 스테이지에 있나요
  • ▲  표지.ⓒ열림원
    ▲ <종말이 차오르는 중입니다> 표지.ⓒ열림원
    <종말이 차오르는 중입니다>

    ◆ 이 책, 이 문장

    물에 잠기는 건 다른 세계 이야기인 줄로만 알았다. 가난한 나라에서, 사람들이 잘 몰라서 당하는 일인 줄로만 말이다. 하지만 그건 갑자기 찾아오는 재앙이 아니라 세면대가 막히는 것처럼 스멀스멀 쌓이는 거였다.

    여러분, 정말이지 무덥습니다. "더워 죽겠다"는 말이 과장되고 지나치게 단순한 표현이라 군색한 줄 알면서도 입에 달고 살게 됩니다. 왜 일부 과학자들이 기후 위기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그토록 호소해왔는지 알 것도 같습니다.

    누군가는 기후 위기 해결을 80억 인구가 함께하는 '팀플(팀 프로젝트)'이라고 하던데요. 저라는 인간부터가 텀블러를 들고 다니면서도 페트병 생수를 택배로 시키니 쉽지 않은 일입니다.

    사족이 길었습니다. 제5회 한국과학문학상 대상 수상작가 서윤빈 작가의 첫 연작소설집 <종말이 차오르는 중입니다>는 기후 변화로 인한 재난에 대처하는 인간 군상의 모습을 피카레스크 구성으로 보여줍니다. 피카레스크는 도덕적 결함을 지닌 악인이 주인공인 이야기를 뜻합니다.

    유례 없는 폭우, 기록적인 폭염이 일상이 된 한국 사회를 배경으로 한 7편의 소설은 저마다 다른 형식이라 책장을 넘길 때마다 색다른 재미를 줍니다. 편지, 일기, 르포라고 불리는 르포르타주 등.
  • ▲  인터랙티브 게임 콘텐츠 관련 이미지.ⓒ열림원
    ▲ <종말이 차오르는 중입니다> 인터랙티브 게임 콘텐츠 관련 이미지.ⓒ열림원
    이 책에는 스마트폰으로 체험 가능한 인터랙티브 게임 콘텐츠도 담겨 있습니다. 책 속 QR 코드를 통해 기후 재난으로 검게 변한 소설 속 인천 앞바다를 모티브로 한 가상 세계에 참여하고, 독자가 직접 이 세계를 확장해 나갈 수 있습니다. 단순한 덤이 아니라, 소설집의 감각적 확장입니다.

    우리의 감각이 뻗어나가는 것과 반대로, 더위는 모든 방향에서 우리를 덮쳐옵니다. 작가가 그리는 인물들은 기후 문제를 해결하자거나 원인을 알아내려고 하지 않습니다. 그저 살아갑니다. 그런데 그 '살아가기'의 난이도는 게임처럼 플레이어마다 다릅니다.

    악취로 뒤덮인 해변이 포토 스폿으로 유명해지면 인파가 몰려가 사진을 찍고, 폭우 속에서도 배달 노동자는 허우적거리며 배달을 합니다. 높고 안전한 벽으로 둘러싸인 건물 주민에게는 이 폭염이 다소 쉬운 난도의 생존게임일겁니다.

    어떤 사람에게는 하루를 살아내는 것도 숨이 찬 일이겠고요.    




    지은이 서윤빈 / 출판사 열림원 / 272쪽 / 1만7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