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의 '방송3법' 개정 후폭풍 이어져'정치적 후견주의' 타파는커녕 되레 강화방송사 경영·편성에 '노조 관여' 명문화권력 감시 대신 '프로파간다 전락' 우려
  • ▲ 최민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 ⓒ이종현 기자
    ▲ 최민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 ⓒ이종현 기자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공영방송(KBS·MBC·EBS)의 지배구조를 바꾸고, 노조가 인사와 방송 편성에까지 관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송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를 통과했다. 

    지난 7일 과방위 전체회의에서 재석 의원 14명, 찬성 11인, 반대 3인으로 의결된 '방송3법 개정안'은 향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심사를 거친 후 국회 본회의에 부의될 예정이다. 민주당은 7월 중에 해당 법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키겠다는 구상이다. 

    민주당은 이 개정안이 공영방송을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시키기 위한 법안이라고 선전하고 있다. 공영방송 이사 추천권을 기존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에서 직능단체 등으로 확대해 '정치적 후견주의'를 배제하고, 편성 참여 등으로 노조의 권한을 강화해 공영방송의 공정·공익성을 높이는 긍정적인 효과를 낳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법안은 △방송사업자의 고유한 편성권과 자율성이 침해당할 소지가 다분하고 △개정안대로 이사회가 재편될 경우 오히려 '친민주당 세력'이 경영권을 틀어쥘 공산이 커져 △사실상 민주당을 위시한 좌파 세력이 방송을 영구 장악하기 위한 '개악(改惡)법'이라는 비판이 정치권과 언론계 안팎에서 일고 있다.

    ◆'정언유착' 관행 합법화 ‥ 법안 발의 취지와 모순


    '방송3법 개정안'의 핵심은 공영방송의 이사 수와 이사 추천 주체를 늘리는 것이다. 이사 추천 단체를 다양화해 공영방송에 대한 정치권의 간섭을 최소화하겠다는 취지다.

    현재는 방통위 추천으로 구성된 9~11명의 이사가 공영방송 3사를 이끌고 있으나, 개정안이 시행되면 △방송사 시청자위원회 △방송사 임직원 △방송·미디어 관련 학회 △법조계에도 추천 권한이 돌아가, 이들 단체가 올린 명단을 방통위가 임명 제청하고 최종적으로 대통령이 임명하는 수순을 밟게 된다.

    각 사의 이사회 규모도 커진다. 개정안에 따르면 KBS 이사는 기존 11명에서 15명으로, MBC(방송문화진흥회)와 EBS의 이사는 각각 9명에서 13명으로 확대된다.

    문제는 공영방송 이사 추천 단체에 '국회'가 포함됐다는 점이다. 민주당은 지금껏 여야가 이사 추천 권한을 100% 갖고 있었지만, 개정안에선 국회의 이사 추천권이 40%로 낮아져 목표대로 '정치적 후견주의'를 배제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공영방송 이사를 여야가 추천해 임명하는 것을 법으로 규정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공영방송을 '정치권력'의 입김에서 벗어나도록 하는 게 민주당의 입법 취지라면, 국회가 공영방송 이사회 구성에 관여해 온 오래된 '정언유착' 관행을 근절하는 게 우선일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오히려 여야가 이사를 추천할 수 있다고 '명문화'함으로써 정치권이 합법적으로 방송에 개입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주고 말았다.

    ◆친여 성향 인사들 '방송사 이사회 장악' 우려


    이 구조에서 친여 성향 인사들이 각 이사회의 과반을 차지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점도 문제다. 

    현행 원내 교섭단체 의석수에 따르면 KBS의 경우 △민주당은 4명 △국민의힘은 2명의 이사를 추천할 수 있다. 나머지는 △공사 시청자위원회가 2명 △방송사 임직원이 3명 △미디어 관련 학회가 2명 △대한변호사협회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이 각 1명씩 추천해 총 15명의 이사회가 구성되게 된다.

    민주당 추천 인사를 제외하고도, 시청자위원회와 임직원 추천 몫은 대부분 민주당과 가까운 인사들이 차지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시청자위원회는 '방송법 시행령'에 따라 학부모단체, 소비자단체, 여성단체, 청소년단체, 변호사단체, 언론 관련 시민·학술단체, 장애인·노동·경제·문화·과학기술·인권 관련 단체 등이 추천한다. 성격상 민주당과 가까운 인사들이 시청자위원회를 장악할 수 있는 구조다.

    또 방송사 임직원이 과반 이상이 추천하는 3명은 KBS의 3개 노조가 각 1명씩 추천하도록 돼 있다. 여기에 민변이 1명을 추천하면, 친여 성향 인사가 과반을 넘어 '9명 이상'을 차지하는 것이 어렵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방송사업자 '경영·편성권'에 노조 개입 명분 실어줘

    이사회 구성뿐 아니라 각 사에 '노사 동수 편성위원회' 설립을 강제함으로써 방송사업자의 자율성과 독립성이 흔들릴 우려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헌법재판소는 2021년 '방송사업자가 자율적으로 방송편성을 할 수 있도록 편성의 자유와 독립이 보장돼야 한다'고 전원일치 결정(2019헌바439)을 내린 바 있다. 방송법 제4조 제2항 '누구든지 법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방송편성에 어떠한 규제나 간섭도 할 수 없다'는 법규에 헌법적 당위성을 실어준 것이다.

    그럼에도 이번 개정안은 노사 동수로 구성된 편성위원회에 심의·의결권을 부여하고, 편성위원회를 설치하지 않을 경우 형사처벌까지 가능하게 하는 내용을 담아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편성위원회의 권한은 강화하면서도 법적 책임은 방송사가 지는 '권한과 책임의 불일치' 구조를 만들어, 결과적으로 방송사업자의 고유한 '편성 주권'이 침해당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게 국민의힘의 분석이다.

    국민의힘 미디어특위는 "과방위를 통과한 개정안은 헌법 제21조가 보장하는 편성 및 언론출판의 자유를 침해하는 법안"이라며 "친민주당 추천 인사 등이 공영방송을 구조적으로 장악하려는 '언론 카르텔'의 제도화이자, 정권의 입맛에 맞지 않으면 언론의 자유를 말살하겠다는 것"이라고 개정안에 도사린 '꼼수'를 지적했다.

    정치권 외 언론시민사회계에서도 "위임받지 않은 노조나 시민단체가 공영방송을 좌우하는 구조는 헌법이 보장한 언론의 자유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자유언론국민연합, 공정언론국민연대 등 다수 시민단체들은 수차례 성명을 통해 "'방송3법 개정안'은 △공영방송 이사회 구도를 '친민주당'으로 재편하는 것은 물론 △방송사업자의 고유한 '경영권'과 '편성권'에 노조가 개입할 명분을 만들어 줄 우려가 있다"며 "방송의 공영성과 독립성을 해칠 우려가 큰 악법을 즉각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 개정으로 좌파 '방송 장악 고리' 완성


    개정안이 지상파를 포함해 종합편성채널과 보도전문채널 등 '민간 방송'에까지 노사 각 5명씩의 편성위원회 구성을 의무화하고, 편성위원회에서 시청자위원 추천 건을 심의·의결하도록 한 것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목소리가 높다.

    임응수 법무법인 광안 변호사는 "노동조합은 이익단체이며 공적 책임이 없고, 경영과 편성에 대한 의사결정은 국민에게 책임질 수 있는 주체가 해야 한다"며 "편성위원회 미설치 시 형사처벌 조항은 명백한 과잉 입법이고, 포괄 위임 금지 원칙 위반 소지도 크다"고 분석했다.

    이인철 변호사는 "방송은 실시간 편성과 편집이 핵심인데, 노조가 편성권을 요구하는 것은 언론을 정치화하고 책임 있는 운영 주체를 모호하게 만드는 위험한 시도"라고 비판했다.

    공언련 관계자는 "해당 개정안이 시행되면 △사실상 노조 동의를 얻어 임명되는 시청자위원들이 △해당 방송사 이사를 추천하고 △그 이사들이 방송사 사장을 선임하는 일종의 '방송 장악 고리'가 완성될 것"이라며 "개정된 방송3법 체제 아래서는 국민이 선거에서 민주당의 지배를 거부해도 방송을 되돌려 받을 방법이 없다"고 개탄했다.

    이상휘 국민의힘 의원(미디어특위원장)은 "위임받지 않은 노조나 시민단체가 공영방송을 좌우하는 구조는 헌법이 보장한 언론의 자유에 정면으로 배치된다"며 "대통령은 국민과 언론, 국회를 상대로 엇갈린 신호를 보내는 대신, 방송의 독립성과 공적 책임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지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방송=프로파간다 확성기' 전락만큼은 막아야


    여러 전문가들의 분석을 종합하면 과방위를 통과한 '방송3법 개정안'은 정권이 바뀌어도 방송에 대한 민주당의 영향력이 사라지지 않고 오히려 더욱 공고해지도록 하는 꼼수를 담고 있다. 

    이 법안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심사를 거쳐 이달 중으로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될 전망이다. 지난 정부에선 두 차례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무산됐던 법안이지만, '거대 여당'을 등에 업은 이재명 정부에선 사실상 제동을 걸 수단이 전무한 상황이다.

    국민들의 소원은 소박하다. 그저 '불편부당(不偏不黨)'한 공영방송을 보고 싶다는 것.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민주당과, 무능과 무기력의 연속인 국민의힘을 보노라면, 과연 이 정부 하에서 이런 소박한 국민의 소원이 이뤄질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그래도 공공재인 전파를 사용하는 방송이 특정 진영의 '프로파간다 확성기'로 전락하는 것만은 막아야 하지 않겠는가. 야당이 '견제력'을 상실했다면 이젠 국민이 나서야 할 때다. 법을 훼손하고 무시하는 권력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우리가 먼저 깨어 일어나야 한다. 좌파 세력의 항구적 방송 장악 시도를 고발하고 저지하기 위한 대국민 각성 운동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