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경찰위원회, 대통령·총리 직속 추진 … 경찰 인사·예산 직접 통제 우려국가수사위원회도 중앙행정기관화 … 모든 수사기관 위에 군림"정치 검찰 없애더니 정치 경찰 만들어" … 전문가들 '권력 재집중'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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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가경찰위원회
이재명 정부가 경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 강화를 명분으로 국가경찰위원회(국가경찰위)의 권한 확대에 나섰다.경찰 정책과 예산, 인사에 대한 실질적 의결권을 갖는 기구로 국가경찰위를 격상시켜 문민 통제를 강화하겠다는 구상이지만 일각에서는 집권 세력의 '경찰 장악' 수단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국가경찰위는 1991년 경찰의 정치적 중립 확보를 위해 도입된 기구다. 위원장 1명과 상임위원 1명, 비상임위원 5명 등 총 7인으로 구성된다. 위원은 행정안전부 장관의 제청을 받아 대통령이 임명하는 방식이며 경찰청 소관 법령 제·개정, 경찰 인사 기준, 예산 및 조직 운영 전반을 심의·의결하는 기능을 가진다. 경찰청장 임명에도 위원회의 동의가 필요하다.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지난 2017년부터 10·11기 국가경찰위는 위원회의 실질화를 핵심 과제로 삼아 추진해 왔다. 그 결과 정기회의 횟수를 늘리고 심의·의결 범위를 구체화했으며 경찰청에 대한 보고 요구권도 신설했다. 위원회 청사는 경찰청 외부로 이전했고 사무 수행 부서가 비직제에서 직제화되면서 안건심의 보좌 인력 3명(경감 1, 일반직 2)이 증원되는 등 인력도 보강됐다. -
- ▲ 이재명 대통령. ⓒ이종현 기자
◆국가경찰위·국가수사위 중앙행정기관화 추진 … '수사 개입 통로' 우려이재명 대통령은 국가경찰위 실질화를 대선 공약으로 내세우면서도 행정안전부 산하 경찰국의 폐지 외에는 구체적인 내용을 밝힌 바가 없다. 따라서 문재인 정부에서 진행되던 국가경찰위 실질화 방안이 큰틀에서 변화 없이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문재인 전 대통령 임기 후반부인 제21대 국회에서 발의된 국가경찰위 실질화 관련 법안은 ▲대통령 또는 국무총리 소속의 중앙행정기관화 ▲위원수 7인에서 9인으로 확대 및 구성의 다양화 ▲사무기구 설치 ▲경찰행정 관리·감독 권한 및 치안정책 수립 권한부여 등이 있다.이 중 핵심은 국가경찰위의 소속과 지위를 대통령 또는 국무총리 소속의 중앙행정기관으로 둔다는 것이다. 위원장(상임)을 국무위원으로 임명하고 경찰청을 국가경찰위원회 소속으로 둬 경찰의 중립성을 실질적으로 확보하겠다는 취지다.정부·여당은 이와 함께 국가수사위원회(국가수사위)도 국무총리실 소속 중앙행정기관으로 두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여당 주도로 발의된 국가수사위 설치·운영에 관한 법안에 따르면 국가수사위에는 경찰청과 국가수사본부, 공수처, 중대범죄수사청 등 모든 수사기관을 총괄·감독하는 수사 컨트롤타워로서의 역할이 부여된다. 여기에 수사의 적법성·적정성 점검, 감찰, 사건 감사뿐 아니라 형사소송법과 경찰법 등 수사 관련 법령의 제·개정 권한까지 갖게 된다. -
- ▲ 검찰개혁 4법(검찰청 폐지법, 공소청 설치법, 중대범죄수사청 설치법, 국가수사위원회법)' 관련 공청회가 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리고 있다. (왼쪽부터 김예원 변호사, 김필성, 김종민, 황문규 교수) ⓒ이종현 기자
문제는 국가경찰위와 국가수사위가 중앙행정기관으로 설치될 경우 정부조직법상 대통령과 국무총리가 모든 수사기관에 대한 직접적인 지휘·감독 권한을 갖게 된다는 점이다.정부조직법 제11조에 따르면 대통령은 정부의 수반으로서 법령에 따라 모든 중앙행정기관의 장을 지휘·감독한다. 국무총리와 중앙행정기관의 장의 명령이나 처분이 위법 또는 부당하다고 인정하면 이를 중지 또는 취소할 수도 있다. 국무총리 역시 같은 법 18조에 따라 대통령의 명을 받아 국가경찰위와 국가수사위를 지휘·감독할 수 있다. 장관에 의해 간접적으로 권한을 행사하던 기존 체계에서 대통령과 국무총리가 직접 개입할 수 있는 통로가 열린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지점이다.전문가들은 이 같은 구조가 수사기관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훼손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특히 수사관에 대한 감찰·징계 권한을 가진 기관이 대통령 직속으로 설치될 경우 여권 인사에 대한 수사에 불이익을 주고 반대로 정부에 비판적인 인사들에 대해 강도 높은 수사로 연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김종민 법무법인 MK파트너스 대표변호사는 지난 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검찰개혁 4법 공청회에서 "이런 구조가 되면 국가수사위가 국무총리 산하 기관으로서 직접적으로 인사권도 행사하고 직접적으로 국가 수사위원회를 통해서 모든 수사기관을 다 장악할 수 있다"면서 "지금보다 훨씬 개악된 형태의 구조가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
- ▲ 검찰개혁 4법(검찰청 폐지법, 공소청 설치법, 중대범죄수사청 설치법, 국가수사위원회법)' 관련 공청회가 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리고 있다. (왼쪽부터 김예원 변호사, 김필성, 김종민, 황문규 교수) ⓒ이종현 기자
◆국가경찰위 권한 확대 … 문민 통제인가, 경찰 장악인가또 관련 법안에 따르면 국가경찰위 위원은 7인에서 9인으로 늘어나고 상임위원도 기존 1인에서 2인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국가경찰위 산하에 별도의 사무기구를 설치하고 그 기구에 실질적인 권한을 부여하는 내용도 있다. 자체적으로 예산을 편성·집행할 수 있는 사무기구를 두고 인사권 행사도 가능하도록 추진한다. 위원장에게는 사무기구 구성에 대한 전권과 함께, 파견 경찰공무원에 대한 근무평정 권한도 부여할 예정이다.국가경찰위가 실질적인 경찰 행정을 총괄하도록 권한 범위를 대폭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경찰의 인사와 예산, 조직, 감찰, 인권보장 등 주요 행정 영역에 대해 관리·감독 권한을 가지며 치안정책 수립에도 직접 관여할 수 있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현재 행정안전부 장관이 보유한 총경 이상 경찰공무원 인사권도 국가경찰위로 이관된다.그러나 이런 방식 역시 국가경찰위를 또 다른 형태의 정치적 통제 기구로 변질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중앙행정기관화한 국가경찰위의 권한을 확대시킨다면 경찰은 대통령 또는 국무총리 등 살아있는 정치권력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 구조가 된다.수사기관의 '중앙통제' 강화라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권력 구조를 분배하는 것이 아니라 재집중하는 조치에 가깝다는 평가도 나온다.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의 경찰국 신설 당시 "행안부를 통한 정치 권력의 경찰 장악 시도"로 규정하며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지난 정부의 경찰 장악 시도를 비판하면서도 이름만 바뀐 또 다른 통제 장치를 만들려고 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잇따른다.전문가들은 경찰에 대한 통제의 필요성에는 대체로 공감하면서도 국가경찰위 실질화와 국가수사위 신설을 핵심으로 한 이번 사법개혁안이 실제로 중립성과 효율성을 담보할 수 있을지에 대해 엇갈린 시선을 보이고 있다.김종민 변호사는 "검찰 개혁의 근본 원인은 대통령과 법무부의 인사권, 그리고 검찰 특수부의 직접 수사권에 있다"며 "검찰을 없앤다고 해도 대통령과 정치 권력이 수사에 직접 개입할 수 있는 인사권이 남아 있는 한 정치 검찰은 없어지겠지만 '정치 경찰'의 탄생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판사·검사·경찰 고위직의 퇴임 후 선출직 진출을 제한하는 공직선거법 개정 등 인사 제도의 중립성 확보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김필성 법무법인 가로수 변호사는 수사권과 기소권의 분리를 통한 권한 분산이 개혁의 핵심이라고 봤다. 그는 "과도하게 집중된 수사 권한을 분산시키고, 수사-기소의 분리도 이를 위한 가장 중요한 권력 견제 수단으로서 도입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독립감찰기구로서 국가수사위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