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수사위, 경찰·공수처·중수청 등 모든 수사기관 통제헌법상 설치근거 없고 형사사법원칙에도 위배 위원회도 중립성 논란 … 위원 11명 중 9명, 대통령·여당 영향권
  • ▲ 이재명 대통령. ⓒ이종현 기자
    ▲ 이재명 대통령. ⓒ이종현 기자
    새 정부가 추진하는 '사법 개혁'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뜨겁다. 이재명 정부 사법 개혁의 핵심 사안 중 하나는 '국가수사위원회(국가수사위)'의 설치다. 

    국가수사위는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검찰을 분해시켜 새로 만들겠다는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등 한국의 모든 수사기관을 총괄해 통제하는 기구다. 정부와 여당은 국가수사위의 설치를 두고 다원화되는 수사기관들에 대한 '민주적 통제'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가수사위의 설치는 ▲헌법상 근거가 없는 데다 ▲현재 구조로는 위원회 구성에 정부와 여당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할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 여러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국가수사위 위원은 11명인데 이중 4명씩을 대통령과 국회에서 지명하도록 돼 있다. 나머지 3명은 추천위를 통해 선정되는데 추천위의 위원장 역시 대통령이 임명한다. 국회가 여대야소라는 점, 또 여당이 친명으로 기울어져있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국가수사위를 사실상 대통령이 지배하게 되는 셈이다.  

    일각에서는 윤석열 정부가 설치한 경찰국이 경찰을 얽매 통제하는 기구라고 비판해온 정부와 여당이 국가수사위라는 또다른 통제 기구를 만들어 수사권을 장악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 ▲ 경찰청. ⓒ뉴데일리 DB
    ▲ 경찰청. ⓒ뉴데일리 DB
    ◆국가수사위 헌법상 설치 근거 없어 … 수사 공정성·중립성 보장 형사사법원칙에도 위배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13명은 지난 11일 '국가수사위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을 제426회 국회(임시회) 의안으로 발의하며 '검수완박 시즌2'의 핵심으로 불리는 국가수사위 설치를 공식화했다.

    법안에 따르면 국가수사위는 국무총리 직속 중앙행정기관으로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 중수청, 공수처 등 모든 국내 수사기관의 직무에 대해 감독·지휘·감찰권을 갖도록 설계됐다. 국가수사위는 수사 사무의 적법성과 적정성까지 점검하며 수사 공무원 감찰, 사건 감사 등 전방위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 더 나아가 형사소송법·경찰법 등 수사 절차 관련 법령의 제정·개정 권한까지 위원회 단독으로 행사할 수 있도록 해, 법무부와 행정안전부 등 기존 통제 체계를 거치지 않고 국가수사위가 수사 전반을 총괄하도록 권한을 집중시켰다.

    문제는 이처럼 거대한 권력을 가져갈 국가수사위의 설치가 헌법상 근거가 없다는 점이다. 마찬가지로 공공기관에 대한 감사와 감찰을 하는 감사원의 경우 헌법이 근거를 명시하고 있다. 헌법 제97조는 ‘국가의 세입·세출의 결산, 국가 및 법률이 정한 단체의 회계감사와 행정기관 및 공무원의 직무에 관한 검찰을 하기 위해 대통령 소속 하에 감사원을 둔다’고 규정한다. 

    김종민 법무법인 MK파트너스 대표는 지난 25일 국회 토론회에서 “감사원의 사례에 비추어 볼 때 수사기관을 지휘·감독· 감사·감찰하는 기관을 설치하려면 헌법상 근거가 필요하다 할 것”이라며 “헌법상 근거가 없는 국가수사위원회는 위헌 소지가 있는 것이 아닌가 심도있는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준사법권에 해당하는 수사권을 대통령과 국무총리가 직접 지휘·통제할 수 있는 구조는 수사의 공정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는 형사사법원칙에도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경고도 나온다.

    정부조직법 제11조는 대통령이 중앙행정기관의 장을 지휘·감독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고 제18조는 국무총리가 대통령 명을 받아 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발의된 법안대로 국가수사위가 국무총리실 직속 중앙행정기관으로 설치되면 대통령과 총리가 합법적으로 모든 구체적 사건의 수사에 개입할 수 있는 통로가 마련된다.

    현행 검찰 제도하에서는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을 통해서만 수사지휘권을 행사할 수 있어 정치권력의 직접적 개입이 제한되지만 국가수사위 체계에서는 대통령이 수사권 조정, 수사 감사·감찰, 현장 조사, 자료 요구 등을 통해 각 수사기관에 직접 관여할 수 있는 장치가 다중으로 마련된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 ▲ 국회. ⓒ뉴데일리 DB
    ▲ 국회. ⓒ뉴데일리 DB
    ◆위원 11명 중 9명, 대통령·여당 영향권 … 사실상 대통령이 지배

    국가수사위의 구성 방식 또한 정치적 중립성 논란을 키우고 있다. 국가수사위는 법안에 따르면 위원장 1명과 상임위원 3명을 포함한 총 11명의 위원으로 구성된다.

    이 중 4명(상임위원 2명 포함)은 국회에서 선출하고, 4명(상임위원 1명 포함)은 대통령이, 나머지 3명은 국가수사위 위원추천위원회가 추천하도록 되어 있다. 위원장은 상임직으로 국회 인사청문을 거쳐 대통령이 임명한다.

    이러한 구성 방식은 집권 정치권력의 국가수사위에 대한 막강한 영향력을 의미한다.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은 같은 토론회에서 "검찰개혁의 방편으로 국가수사위에 무소불위의 권력을 몰아 주는 모순적 행태에는 불순한 의도가 담겨 있다"며 "대통령과 민주당이 11명의 위원 중 사실상 9명을 임명하는 국가수사위 구성방식"이라고 꼬집었다.

    실제로 추천위원회는 법원행정처장과 법무부 장관, 행정안전부 장관, 공소청장, 국무총리실 소속 국무조정실장이 각 1명씩을 추천하는 5명으로 구성될 예정이다. 여기에서 법원행정처장을 제외한 나머지 4명은 모두 대통령에 의해 임명되는 인사들이므로 사실상 대통령의 영향력이 압도적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국가수사위가 준사법권인 수사권의 독립성을 훼손해 권력분립 원칙에 정면으로 위배된다고 경고한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검찰을 폐지하고 수사·기소 분리를 추진하는 명분 아래 국가수사위원회를 신설하려는 시도는 수사 개입을 합법화하고 수사기관들을 정치적으로 통제하려는 의도가 숨어 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며 "수사 기능의 혼란과 함께 국민의 기본권 보호에 중대한 공백이 발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