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상 6관왕 '어쩌면 해피엔딩' 극작·작사…"윌은 협업자이기 전에 17년 친구"오는 10월 30일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서 한국 초연 10주년 기념 공연 개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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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의 박천휴 작가가 지난 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제78회 토니상 시상식에서 극본상·음악상을 받은 뒤 기념 사진을 촬여하고 있다.ⓒ로이터
"토니 어워즈에 가면서는 피곤함과 설렘, 걱정과 흥분 등 모든 감정이 뒤섞인 기분이었다. 수상 이후 한 명의 창작자로서 생활이 달라지는 건 없을 것 같다. 지난 10년 동안 긴 마라톤 같았던 서울과 뉴욕에서의 '어쩌면 해피엔딩' 작업 여정을 좀 더 뿌듯하게 마무리한 것 같아 기쁩니다."지난 8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라디오시티 뮤직홀에서 열린 '제78회 토니상 시상식에'서 극본상·음악상·연출상·작품상 등 6관왕에 오른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Maybe Happy Ending)'의 박천휴 작가(42)가 서면 인터뷰를 통해 당시의 심정을 이같이 표현했다.그는 "미국 영화계처럼 공연계에도 '어워즈 시즌'이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무수히 많은 행사와 시상식에 참석하며 부지런히 작품을 홍보했다. 내성적인 성격에도 열심히 사람들을 만나 악수를 하고 다녔다"며 "시상식 당일서는 마라톤 피니시라인에 다다른 느낌이었고, 레드카펫부터 마지막 작품상 발표까지 7시간이 걸려 지쳐있었다"고 떠올렸다.토니상은 미국 연극·뮤지컬계의 최고 권위 있는 상으로 '공연계 아카데미상'이라 불린다. '어쩌면 해피엔딩'은 10개 부문 후보에 올랐으며, 총 6개의 트로피를 가져갔다. 국내에서 기획·개발한 뮤지컬이 미국 브로드웨이에 진출해 토니상을 받은 것은 '어쩌면 해피엔딩'이 처음이다. -
- ▲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브로드웨이 공연.ⓒNHN링크
브로드웨이 버전은 대극장 규모에 맞게 무대·배우 구성·넘버에 변화를 줬지만 극 중 배경은 미래의 서울이고, 올리버의 옛 주인이 한국인이라는 설정은 동일하다. 올리버가 기르는 식물인 '화분'을 한국어 발음으로 부르는 등 한국적인 요소를 곳곳에 녹여냈으며, 브라스 편성을 확대하고 재즈 풍의 편곡을 통해 미국적인 색채를 강화했다.박 작가는 "한국은 무대전환이 거의 없는 반면 브로드웨이 공연에서는 매우 많은 무대전환과 효과가 쓰인다. 배우의 숫자와 오케스트라의 악기 숫자 등이 조금씩 더 늘어났고, 한국 버전에는 암시만 되고 직접적으로 보여주지 않았던 장면을 추가하기도 했다. 반대로 축약되거나 생략된 대사와 넘버도 있다"고 설명했다.'어쩌면 해피엔딩'은 미래 서울을 배경으로 인간을 돕기 위해 만들어진 '헬퍼봇' 올리버와 클레어의 사랑 이야기를 다룬다. 우란문화재단 창작지원 사업을 통해 2015년 트라이아웃(시범공연)을 했고, 2016년 대학로 소극장에서 정식 초연했다. 이후 CJENM을 통해 상업 프로덕션으로 발전, 2024년까지 다섯 시즌을 마쳤다.브로드웨이 공연은 토니상을 8번이나 받은 유명 제작자 제프리 리처즈와 계약을 맺고 지난해 11월 12일 1000석 규모의 뉴욕 벨라스코 극장에서 개막했다. 프리뷰 당시 주간 매출 30만 달러(약 4억) 이하로 판매 부진을 겪었으나 현지에서 입소문을 타기 시작해 '반딧불이들'(fireflies)라는 팬덤이 생기며 관객 수를 늘려갔다. 최근 주당 매출은 흥행 기준인 100만 달러(약 13억)에 달한다.박 작가는 "한 팬이 뉴욕에 혼자 휴가를 오면서 티켓 10장을 예매했는데, 다섯 번째 공연을 본 뒤 집에 있는 아내가 그립고 함께 손을 잡고 보고 싶은 생각이 간절해져 나머지 표를 팔고 집으로 돌아갔다고 하더라. 아내와 밸런타인데이 때 함께 오기로 했다는 글을 읽었다. 제가 받을 수 있는 가장 큰 칭찬으로 느껴졌다"고 말했다. -
- ▲ 박천휴와 윌 애런슨.ⓒNHN링크
'윌·휴 콤비'로 불리는 박천휴와 윌 애런슨은 뉴욕대학교(NYU)의 뮤지컬 전문 대학원 과정인 티시예술학교에서 인연을 맺었다. 2010년 '번지 점프를 하다'의 대구뮤지컬페스티벌 트라이아웃 공연을 시작으로 '어쩌면 해피엔딩', '일 테노레', '고스트 베이커리' 등 지금까지 함께 작업하고 있다."한국에서는 윌을 '작곡가'로 부르지만, 미국에서는 우리를 'Writer(라이터), 즉 '쓰는 사람'이라고 호칭한다. 윌은 협업자이기 전에 17년째 매우 가까운 친구 사이이고, 세상을 바라보는 가치관이나 정서에 비슷한 면이 많다. 서로의 예술관에 대한 존경심도 있다. 작업의 지난함과 고통, 즐거움, 한 작품을 끝냈을 때 느껴지는 성장도 거의 매 순간 함께해 오고 있다.'윌·휴 콤비'는 '일 테노레'와 '고스트 베이커리'의 미국 공연을 염두하고 영어 가사와 대본 수정 작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박 작가는 "뉴욕 현지에서 제작자와 연출자 등 좋은 파트너를 찾아야 하는 복잡한 작업들이 남아있다"며 "몇 년 전 뉴욕 배경으로 한국인 커플의 이야기를 담은 단편 영화 시나리오를 완성해 놓았다. 더 늦기 전에 이 영화를 꼭 만들고 싶다"고 전했다.'어쩌면 해피엔딩'은 10월 30일~2026년 1월 25일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한국 초연 10주년 기념 공연을 선보인다. 박 작가는 "극장이 조금 더 큰 곳으로 바뀌면서 시각적 요소에 필요한 변화가 있을 예정이다. 이전 시즌에 함께했던 배우분들이 다시 오를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도 조심스럽게 가져보고 있다"고 귀뜸했다.마지막으로 작가로서의 궁극적인 목표도 밝혔다. "그저 어떠한 이야기를, 음악을 들려주고 싶다는 충동과 의지가 계속되는 한 꾸준하고 진중하게 작업을 이어가는 창작자이고 싶다. 제 평생 서울과 뉴욕에서 보낸 시간이 이제 거의 50:50에 가까워지고 있다. 두 문화와 언어를 오가는 창작자로서 조금은 다른 관점이되, 많은 분들에게 공감을 이끌어내고 의미가 있을 이야기들을 하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