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홍 주도' 지적에 "선거 단일대오 노력" 반박"尹 영입 후회 없어 … 비상계엄 선포 최대 패착"후보 교체 논란에 말 아껴 … 韓엔 "타협 배워야"
  • ▲ 국민의힘 원내대표직 사의를 표명한 권성동 원내대표가 9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 도중 회의실을 나서고 있다. ⓒ이종현 기자
    ▲ 국민의힘 원내대표직 사의를 표명한 권성동 원내대표가 9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 도중 회의실을 나서고 있다. ⓒ이종현 기자
    국민의힘이 대선 패배 휴유증에 시달리는 가운데 권성동 원내대표가 자리에서 물러났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과 대선 과정에서 후보 교체 논란 등 이슈 한복판에 서 있던 권 원내대표 체제가 끝난 것이다.

    권 원내대표는 12일 오후 국회에서 사퇴 기자회견을 열고 "저는 원내대표 출마 선언 당시 밝혔듯 당의 분열을 막기 위해 독이 든 성배를 마셨다"며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위법적이고 정치적으로도 대단히 잘못된 선택"이라고 밝혔다.

    권 원내대표는 "지금도 왜 계엄을 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 그러나 윤 전 대통령이 떠나더라도 당은 살아남아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당은 분열했다. 그 상처는 아직도 남아있다"고 말했다.

    권 원내대표는 지난해 12월 윤 전 대통령 비상계엄 선포와 함께 추경호 전 원내대표가 물러나면서 후임자가 됐다. 당시 당내에서는 혼란을 수습할 적임자로 권 원내대표가 적합하다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권 원내대표는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취임한 권영세 의원과 함께 윤 전 대통령과 관계 설정에 대한 고민이 컸다. 당내 의원들 상당수가 윤 전 대통령의 탄핵을 반대하며 거리로 나섰을 때도 권 원내대표는 '장내'를 지키며 거리를 유지했다.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에 동조했다며 '내란 세력'이라는 비판을,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윤 전 대통령 탄핵을 막는 데 소극적이라는 지적을 동시에 들었다.

    이에 권 원내대표는 "분열한 탓에 정권까지 넘겨줬다. 과거의 오류를 반복해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며 "일단 당은 단일대오를 유지하면서 탄핵소추안 통과를 최대한 늦춰보려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탄핵 찬반을 두고 격렬히 대립하는 와중에도 저는 단일대오를 꾸리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며 "그 과정에서 한쪽에서는 배신자라는 소리를 들었고 다른 한쪽에서는 구태라고 손가락질을 받았지만 묵묵히 감내하며 당의 중심을 잡아야 했다"고 주장했다.

    윤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접어든 당내 대통령 경선 과정 관리는 낙제점으로 평가받는다. 당 밖에 있던 한덕수 전 국무총리를 무리하게 국민의힘 후보로 추대하려다 악수를 뒀다. 김문수 전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 자격을 취소하고 한 전 총리를 추대하려 했지만 당원 투표가 부결되며 비판을 받았다. 당내에선 '민주주의가 죽었다'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이날 사퇴 기자회견에서 권 원내대표는 후보 교체 논란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그는 "민주당은 하자투성이 후보를 내세우고도 일치단결해 대권을 쟁취했다. 반면 우리는 훨씬 훌륭한 김문수 후보를 내세우고도 분열과 반목을 하다 패배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가업을 받을 때 자산과 부채가 함께 승계된다. 정당도 마찬가지"라며 "제1야당이라는 자산과 동시에 윤석열 정부 실패와 탄핵이라는 부채도 있다"고 했다.

    윤 전 대통령 탄핵을 두고 다른 입장을 보이며 대립했던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견해를 드러냈다.

    권 원내대표는 "한 전 대표가 조금 더 소통과 공감하는 능력을 키우고 이 당의 조직원들과의 의사 조율을 통해 타협하는 자세를 배우면 더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