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어시아 국제정치에서 한국 보다 더 중요 역할 맡아야역대 한국정권 햇볕정책은 모두 실패좌파정부 들어서서 유사정책 또 추진해도 성과 없을 것
  • ▲ 존 볼턴 전 미국대통령 국가안보보좌관. ⓒ 필자 제공
    ▲ 존 볼턴 전 미국대통령 국가안보보좌관. ⓒ 필자 제공
    [편집자 주]
    존 볼턴트럼프 정부 1기 때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냈다. 강성기조로 트럼프와 충돌 끝에 경질됐다.

    존 볼턴을 인터뷰한 필자는 일본《산케이신문(産經新聞)》산하 유력 영자지인《재팬포워드(Japan Forward)》의 서울특파원이다. 22년부터 한국 관련 뉴스를 영어로 보도하는 그는 한국어문 구사에도 아주 능하다.  미국 윌리엄&메리대에서 정치학을 전공했다. The Diplomat, Asia Times 등 영자지는 물론 일본의 주간《신쵸》월간《하나다》에도 활발한 기고활동을 하고 있디.

    본지에 "일본인 기자의 양심고백, 외신기자인 나도《계몽》되었다 …《한국 법치주의 붕괴》우려한다"를 기고, 주목을 받았다. 이글은 원로언론인둘의 모임인 사단법인《대한언론인회》에서 발행하는 신문《대한언론인회보》에도 다시 실릴만큼 화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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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보좌관 실절 트럼프와 함께 있는 모습. ⓒ 연합뉴스
    ▲ 보좌관 실절 트럼프와 함께 있는 모습. ⓒ 연합뉴스
    《존 볼턴 전 국가안보보좌관 단독 인터뷰》

    지난 4월 29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두 번째로 백악관에 입성한 지 100일을 맞았다. 

    미국 정치에서 임기 초 100일은 단순한 시간적 이정표를 넘어, 새 대통령의 자질과 리더십, 그리고 향후 국정운영 방침을 가늠할 수 있는 상징적 기준으로 여겨진다. 
    특히 집권 초기에는 야당조차 비교적 관용적인 자세를 취하는 경우가 많아, 핵심 정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할 수 있는 시기로 알려져 있다.

    트럼프 대통령 또한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취임과 동시에 전례 없는 속도로 각종 정책들을 밀어붙이며, 강한 추진력을 과시하고 있다. 
    그 범위는 남서부 국경 이슈나 연방 보조금 축소 같은 국내 현안을 넘어, 대외적으로는 고율 관세,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식 구상, 중동 정세 개입 등 광범위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문화 전쟁과 이민 정책 부문에서는 나름의 정책적 성과를 거두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그러나 국제 현안, 그중에서도 동유럽과 가자지구에서 벌어지는 전쟁은 여전히 해법을 찾지 못한 채 교착 상태에 빠져 있다. 
    트럼프 특유의 ‘빅딜’ 지향적 성향을 감안할 때, 이들 분쟁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할 경우, 관심을 다시 북한 문제로 돌려 새로운 외교적 돌파구를 모색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미 정치 전문지《Axios》는 최근 보도를 통해, 백악관이 북한과의 잠재적 대화 재개를 염두에 두고 다양한 접근법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필자는 5일,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최장수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존 볼턴과 단독 인터뷰를 진행했다. 

    유엔 주재 미국 대사를 역임했으며, 대표적 네오콘(neo-conservative)으로 분류되는 그는 40년에 걸쳐 워싱턴 정・외교가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해왔다. 
    트럼프와의 견해 차이로 보좌관직에서 해임된 이후 두 사람의 관계는 소원해졌지만, 트럼프를 오랜 기간 곁에서 지켜본 인물로서 누구보다도 그의 성향과 판단 방식을 잘 이해하고 있다.

    다음은 인터뷰의 주요 일문일답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첫 100일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제사회에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과제가 산적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4시간은 커녕, 취임 100일이 지난 지금까지도 우크라이나에서의 휴전을 성사시키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휴전을 위한 외교적 시도는 교착 상태에 빠졌으며, 향후 돌파구가 마련될 가능성도 불투명하다. 
    중동 정세 역시 여전히 불안정하다. 
    이란과의 협상은 가시적인 진전을 보이지 않고 있고,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얼마나 지속적으로 추진할지, 또 그 결과가 어떠할지는 현재로서는 가늠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주목해야 할 점은, 첫 100일 동안 추진된 관세 정책이 미국은 물론, 특히 미국의 우방과 동맹국들에게 심각한 경제적 충격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가 전 세계를 상대로 동시다발적인 무역 전쟁에 나설지, 아니면 협상을 통해 일부 조율할지는 여전히 불분명하다. 

    다만, 최소한 중국과의 정면 충돌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중국이 미국에 가했던 것과 같은 불공정한 무역 관행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미국의 우방 및 동맹국들을 결집시키기 위한 준비가 충분치 않았다. 

    이 때문에 나는 관세 정책이 초래할 경제적 파장을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 
    더불어 이 조치가, 향후 미국과의 관계 설정을 고심 중인 전 세계 국가들과의 외교적 신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주목해야 한다.


    5월 1일, 미국과 우크라이나가 체결한 광물협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광물 협정은 비록 제한적이지만, 의미 있는 진전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광물 채굴은 단기간에 성과를 거두기 어려운 사업이며, 실질적인 수익이 발생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특히 희토류의 경우, 극소량의 물질을 추출하기 위해 막대한 양의 암석을 파쇄하고 처리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는 긍정적인 정치적 신호였고, 충분히 시도해볼 만한 가치가 있었다. 
    적어도 공개된 범위 내에서 볼 때, 해당 거래는 우크라이나와 미국 모두에게 공정한 내용으로 보인다는 점에서 평가할 만하다. 
    다만, 현재 진행 중인 종전 협상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러-우 종전협상에 진전이 있을것으로 보는가?

    진정한 돌파구의 가능성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양측은 수용 가능한 결과에 대해 극명하게 상반된 입장을 갖고 있으며, 여러 분야에서 이미 서로의 레드라인을 넘나들고 있다.

    우크라이나에 있어 주권과 영토 보전은 결코 양보할 수 없는 핵심적 조건인 반면, 크렘린의 궁극적 목표는 사실상 우크라이나 전역에 대한 지배에 있다. 

    이런 구도에서 휴전에 도달할 수 있을지, 그리고 그것이 과연 지속 가능한지도 불확실하다. 
    입장 차가 워낙 뚜렷한 만큼, 이를 좁히기 위해선 장기적인 협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그 사이 러시아는 느리지만 꾸준히 전진을 시도하고 있으며, 상당한 대가를 치르면서도 일부 진격에는 성공하고 있다. 
    푸틴은 현재 자신에게 전략적 모멘텀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고, 이것이 그가 당장의 협상에 나서려 하지 않는 또 하나의 이유다.


    푸틴이 우크라이나 전역을 지배하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푸틴은 2005년을 시작으로 여러 차례의 발언을 통해 러시아 제국의 재건을 추구하고 있음을 분명히 해왔다. 
    그리고 우크라이나 없이 러시아 제국은 완성될 수 없다는 것이 푸틴의 인식이다.

    그는 2014년부터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행동을 개시했으며, 당시 점령 지역은 전체 우크라이나 영토의 약 9~10%에 불과했지만, 현재는 그 범위가 약 20%로 확대된 상태다. 
    이 같은 확장은 매우 더디게 진행되고 있고, 러시아는 인명 피해와 부상자 발생, 심각한 경제적 손실 등 막대한 대가를 치르고 있다.

    만약 푸틴이 휴전을 수용하게 된다면, 이는 현재 전쟁으로 심각한 손실을 입은 러시아군을 재건할 기회를 제공하게 된다.
    휴전 기간 동안 육군뿐 아니라 크게 약화된 흑해 함대까지 정비할 수 있다면, 푸틴은 세 번째 침공을 감행할 수 있는 군사적 기반을 다시 갖추게 될 것이다.

    우크라이나의 젤렌스키 대통령이 반복해서 안보 보장을 강조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현재의 분쟁은 단순한 휴전만으로는 결코 충분하지 않다. 러시아가 강하게 반대하고, 트럼프 전 대통령도 추진에 소극적인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이 배제될 경우, 향후 러시아의 재침략을 효과적으로 억제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명확한 해답이 없다.


    트럼프가 김정은과 재협상을 진행할 가능성은 있다고 보는가?

    그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고 본다. 
    다만, 이번에는 단순히 싱가포르나 다른 아시아 도시에서 회담을 여는 수준을 넘어서, 상징적인 의미에서 평양에서의 회담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아 우려된다. 
    이는 전적으로 북한의 이익에 부합하는 방향이기 때문이다.

    나는 트럼프 행정부가 어떤 방식으로든 한국의 정치적 상황이 정리될 때까지 [북한 문제를] 서두르지 않고 기다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재 핵 문제와 관련해 북한과 중요한 협상을 진행하는 것은 한국의 정치적 상황을 고려하지 않겠다는 매우 부정적인 신호를 줄 수 있다.


    미국이 북한을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인정할 가능성은?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
    그런 표현이 종종 사용되지만, 솔직히 트럼프가 그 의미를 완전히 이해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 
    미국이 공식적으로 선언한 정책은 여전히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CVID) 북한의 비핵화'이다. 

    나는 이 정책이 유지되어야 한다고 확신한다. 
    현재 국무장관 겸 국가안보보좌관인 마르코 루비오도 오랫동안 이 견해를 견지해왔다.


    일부 한국의 전문가들은 트럼프 1기의 매파들이 하노이 회담에서 북한과의 핵 협상을 결렬시킨 원인이라고 평가한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트럼프는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북한에 대한 양보를 약속하기 전에 협상에서 물러난 것이다. 
    북한은 수년간 동일한 전략을 반복해왔다. 
    가시적인 경제적 이익, 중질유, 경질유, 경수로, 제재 완화 등을 대가로 비핵화에 동의했지만, 매번 그 합의를 지키지 않았다. 
    또한 북한에 대한 혜택은 항상 선지급 방식으로 제공되었으며, 이는 북한이 합의를 어기게 만든 주요 요인이다.

    따라서 북한은 비핵화에 동의하고 경제적 이익을 얻은 뒤, 그에 따른 책임을 저버린다. 
    김정은은 하노이에서 또 다시 같은 시도를 하려 했고, 이는 미국 입장에서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 

    이러한 행위는 어떤 경우에도 용인되어서는 안 됐다.


    트럼프에게 북한 문제와 관련 한 가지 조언을 할 수 있다면?

    한국의 정치 상황이 안정되면, 북한의 핵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의 패권적 야망을 포함한 복합적인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즉각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한국은 1년여 전 미국과 일본과 함께 캠프 데이비드 선언에 합의하며 매우 중요한 결정을 내렸다. 
    이러한 결정을 바탕으로, 향후 이를 강화하고 발전시켜야 할 부분들이 분명히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한국에서는 중국의 대만 공격이 한국에 대한 공격으로 인식되고 있는 추세다. 
    동아시아 안보 문제는 점점 더 복잡하고 시급해지고 있으며, 이 문제에서 한국은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 

    이에 나는 한국을 인도, 일본, 호주, 미국과 함께 쿼드(Quad)에 합류시켜, 5개국 체제를 구축해야한다고 생각한다.


    만약 한국에 좌파 정권이 들어선다면, 북한 문제는 어떻게 변할것인가?

    우리는 과거 여러 한국 대통령들의 다양한 변형된 햇볕정책을 목격해왔다. 
    그들의 목표는 특히 북한의 핵 문제를 포함한 제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었지만, 모두 실패로 끝났다. 

    같은 방식으로 다시 시도해도 결과는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누구든지 새로운 대통령이 선출되더라도, 김정은이 달성하려는 목표를 정확히 이해해야 한다.
    김정은은 자신의 정부 하에서 한반도의 통일을 추구하며, 북한의 핵 능력이 그에게 막대한 레버리지를 제공한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 ▲ 요시타 켄지《재팬포워드(Japan Forward)》서울특파원. ⓒ
    ▲ 요시타 켄지《재팬포워드(Japan Forward)》서울특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