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의 '실용 외교' … 사실상 안미경중 시즌2'헤징 외교' 내세운 李, 文 '3불1한' 재현 우려사드보다 먼저 배치한 中 DF-21 미사일엔 침묵필리핀·우크라 친중·친러 헤징 실패서 배워야이재명 'EU 따라하기', 한국에선 통하지 않아기술도 무기화 … '안미경중'은 시대착오적간첩법 막는 민주당·말 바꾸는 李 불신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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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2023년 6월 8일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서울 성북구 중국대사관저에서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를 예방해 인사하는 모습. ⓒ국회사진기자단
"왜 중국을 집적거려요. 그냥 (중국에) 셰셰(謝謝·고맙다), 대만에도 '셰셰' 이러면 되지. 중국과 대만 국내 문제가 어떻게 되든 우리가 뭔 상관 있죠."중국을 향한 '셰셰' 발언으로 논란이 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최근 '국익 중심의 실용 외교'를 외교·안보 기조로 제시했다. 이는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의 연장선이며 동맹국인 미국과 '잠재적 위협국'인 중국 사이에서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자는 더불어민주당의 전통적인 외교·안보 기조인 '균형 외교'의 간판만 바꾼 셈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이 후보는 지난달 25일 제3차 대선 경선 토론에서 자신의 실용외교 기조와 관련해 "대한민국 외교의 축은 한미동맹이지만 거기에 매일 수 없다"며 "현실적 강대국인 중국, 러시아, 지정학적으로 맞닿아 있는 북한과의 관계를 일방적으로 적대할 수 없다. 적절한 관리가 필요하다"며 말했다. -
- ▲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발사대가 지난 2017년 7월 13일 오후 경북 성주군 성주골프장에 배치돼 있는 모습. 이날 군은 지난 7월 9일 강원도 인제의 한 야산에서 발견된 북한군 소형 무인기에 대한 초기 분석 결과 "사드를 촬영한 사진 10여 장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뉴데일리DB
◆이재명 캠프, 文 정부 '3불1한' 실패에도 또 '헤징' 선택이재명 캠프 측 조현 전 주유엔대표부 대사와 박선원 민주당 의원 등이 추천한 이 후보의 최신 외교·안보 정책 해설서인 '이재명의 외교·안보를 읽는다'에 따르면, '이재명표 국익 중심 실용외교'는 이념과 진영의 논리에 따른 구분과 배제를 거부하고 외교적 유용성과 실용성을 발휘하는 외교 전략으로서 평화, 공영, 연대를 3대 목표로 삼는다.이 해설서는 한국이 미중 경쟁에서 "중립적이고 협력적인 다자주의적 접근을 지향하는 동시에 미중 양국 간 협력을 촉진하는 매개체 역할을 하고 미국과 중국 등 강대국에 대해서는 동맹, 헤징(hedging), 중재 등의 전략적 수단을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이러한 이재명표 실용 외교가 내세우는 '헤징'은 특정 국가가 서로 경쟁하거나 갈등을 겪는 강대국 사이에서 어느 한쪽에도 완전히 편향되지 않음으로써 전략적 명확성이 초래할 위험을 회피하자는 전략을 뜻한다.그러나 북한의 핵을 머리에 이고 있는 분단국이자 중견국인 한국이 초강대국 사이에서 헤징을 추진해 외교적 성과를 보기란 매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박근혜 정부 시절 북한의 핵미사일을 막고자 내린 주권적 결정인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를 놓고 문재인 정부가 2017년 중국과 비밀리에 구두로 약속한 '3불1한'(三不一限)은 헤징의 대표적인 실패 사례로 꼽힌다.당시 문재인 정부는 고강도 경제 보복을 시작한 중국에 사드 추가 배치, 미국 미사일방어 시스템 참여, 한미일 군사동맹을 하지 않고, 이미 배치된 사드의 운용을 제한하겠다는 '3불1한'을 약속했다. 그럼에도 결국 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의 고강도 경제 보복 조치는 43가지에 달했고 이로 인해 한국 경제가 입은 피해 규모는 최대 22조4000억 원으로 추산된다.이처럼 문재인 정부는 미중 사이에서 전략적 모호성을 취하려다가 중국으로부터 주권 침해와 경제적 보복만 당하고 미국으로부터는 동맹국으로서 신뢰를 잃고 말았다.그러나 이 후보는 한국의 주권적 결정인 사드가 미국 미사일 방어체제의 일부로서 대(對)중국 감시용이므로 철회돼야 한다는 중국 측 주장을 꾸준히 대변해 왔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그는 성남시장 시절이던 2017년 '이재명의 굽은팔'에서 "사드에 어색해진 중국과의 관계는 어떤가"라는 자책성 서술을 하는가 하면, 오산 공군기지에 사드 미사일 발사대가 도착하기 하루 전에 중국 관영방송 CCTV와의 인터뷰에서 '대통령이 되면 사드 배치를 철회할 건가'라는 CCTV 기자의 질문에 "네 그렇다"고 답해 논란을 일으켰다.이 후보의 외교·안보 정책 해설서도 "중국은 무역뿐 아니라 다양한 측면에서 우리의 경제적 삶에 있어 중요하다. 2016년 박근혜 정부 당시 한국의 사드 배치 결정에 대해 중국이 취한 경제 보복 조치는 중국과의 관계가 틀어질 경우 한국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어떻게 나타날 수 있는가를 잘 보여줬다"며 중국의 경제 보복을 상수로 기정사실화한다. -
- ▲ 사진은 미국 항모전단의 DF-21D 미사일 테스트 장면. ⓒ중국 CCTV 관련보도 화면캡쳐
◆韓 위협하는 中 DF-21 미사일 배치엔 침묵 … 사드보다 먼저 배치이는 중국 인민해방군이 한국의 사드 배치 이전인 2015년 백두산 일대에 한반도를 감시·타격할 수 있는 중거리탄도미사일인 둥펑(DF)-21을 배치한 사실을 간과했다는 점에서 비판의 소지가 크다. 중국 인민해방군 로켓군은 DF-21 계열 미사일을 1000기 이상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이 가운데 DF-21D는 세계 최초의 대함 탄도미사일로 항공모함을 비롯한 대형 해상 전력을 타격할 수 있는 위협적인 무기로 평가된다.이러한 중국의 미사일 전력은 한반도 전역의 한국군 기지와 주한미군 기지, 주요 인프라에 직접적인 위협을 가할 수 있고, 유사시 북한을 지원하는 전략적 수단으로 활용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후보도 중국의 DF-21 배치에 대해서는 비판한 바도 없을뿐더러 사드 배치라는 한국의 주권적 결정에 대한 중국의 압박을 정당화한다고 해석될 수 있는 여지만을 남겼다.중국에 대한 이재명 캠프의 낙관론은 국제 정치 현실과 크게 동떨어져 있다. 그의 외교·안보 해설서는 "중국은 미국의 패권에 도전할 생각이 없고 현존 국제 질서를 부정할 의사가 없고 기존 강대국인 미국과 신흥 강대국인 중국이 공존할 수 있음을 강조하며 미국과의 정면 충돌을 피하고자 했다"며 중국공산당의 주장을 사실상 두둔했다.중국은 기존 국제 질서를 미국 중심에서 미중 양국 중심의 질서로 변경하고자 하는 '현상 타파 국가'(revisionist state)라는 게 외교·안보가의 정론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이미 2013년 6월 버락 오바마 당시 미 대통령과의 첫 정상회담에서 미국에 '신형 대국 관계를 만들어가자'면서 대등한 지위를 요구했다. -
- ▲ 필리핀을 국빈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18년 11월 20일 말라카낭궁에 도착해 로드리고 두테르테 당시 대통령과 환영 행사를 마친 뒤 취재진에 손을 흔드는 모습. ⓒAP/뉴시스
◆필리핀·우크라이나, '친중·친러 헤징'의 비극적 결말이 후보는 또 2017년 저서인 '이재명, 대한민국 혁명하라'에서 "특히 대륙 세력(중국·러시아)과 해양 세력(미국·일본)이 충돌하는 반도국가의 외교는 국익과 자주성을 높이면서 균형을 중시하는 외교여야 한다"며 "대륙과 해양의 중간에 위치한 우리도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한쪽의 불리한 요구는 다른 쪽의 힘을 빌려 막고 다른 쪽에게서 필요한 자원은 반대쪽의 힘을 빌려 얻는 외교 능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로드리고 두테르테 전 필리핀 대통령의 '미국 외교·안보 정책과의 분리'를 모범 사례로 소개했다.이 후보의 평가와 달리 필리핀의 헤징 전략은 득보다 실이 훨씬 컸다. 두테르테 전 대통령은 집권 초인 2016년 10월 중국에 방문해 미국 외교·안보 정책과의 분리를 공개적으로 선언한 데 이어 미국과의 연합훈련 축소 및 주둔군 협정 재검토 등을 통해 전략적 모호성을 키웠다.국제기구인 상설중재재판소(PCA)는 중국과의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소송에서 필리핀의 손을 들어줬지만 중국은 두테르테 임기 내내 분쟁 해역에 군함과 해경선을 지속적으로 보냈고 필리핀 어민들을 계속해서 통제했다. 중국은 약 240억 달러 규모의 투자와 차관 약속도 임기 말까지 대부분 이행하지 않았다.'안미경중' 논리대로라면 필리핀은 안보는 미국에 경제는 중국에 의존해야 했겠지만 결과적으로 작은 국가가 큰 양보를 하면서 얻고자 했던 경제적 이익은 불확실했고 핵심 안보 이익만 침해받았다.이에 필리핀 국내 여론은 반중으로 기울었고 두테르테 전 대통령은 임기 말인 2021년 7월 미국과의 '방문군 협정'(VFA) 종료 통보를 번복함으로써 원점으로 회귀했다. 이를 두고 미국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중국은 필리핀이 미국과 멀어지는 모습을 보이자 더욱 과감히 해양 영유권을 밀어붙였고 미국은 필리핀이 중국에 기울자 지원을 줄이려는 조짐을 보였다면서 필리핀이 처한 안보 환경에서 줄타기는 애초에 지속할 수 없었다고 평가했다.우크라이나 사례도 마찬가지다. 2010~2013년에 집권했던 친(親)러시아 성향의 빅토르 야누코비치 대통령은 EU와 러시아 사이에서 헤징 외교를 시도했지만 그 결과는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강제 병합과 2022년 전면 침공이었다. 강대국 사이에서 전략적 모호성을 취할 때는 그 파장까지 예견해야 하지만 작은 국가는 그 상황을 통제하기 어렵다. 한국은 이 국가들보다 훨씬 중대한 북핵 위협을 마주하고 있는 만큼 동맹 약화의 대가는 더욱 치명적일 수 있다. 한미동맹에 균열이 가면 한국은 북한과 중국, 러시아의 군사적 압박에 더욱 취약해질 것이라는 교훈을 준다. -
- ▲ 2023년 9월 중국이 2년 만에 또 다시 요소수 수출을 통제하면서 '제2의 요소수 대란'이 발생했다. 2023년 9월 17일 오전 서울시내 한 주유소에 '요소수 품절' 안내문이 게시돼 있는 모습. ⓒ뉴시스
◆기술마저 무기화된 '경제안보' 시대, 안미경중 위험성 증폭특히 지금은 경제와 안보의 경계가 허물어진 '경제안보 시대'를 맞은 만큼 안미경중은 친중 외교를 합리화하는 레토릭일 뿐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첨단기술이 군사와 민간 용도를 겸할 수 있게 되면서 전에는 비전략 분야로 간주되던 농업·에너지·통신·인공지능(AI)도 군사 전용 가능성만 있다면 전략물자로 취급되는 추세다.실제로 '이중용도 품목'은 "민간 또는 군사적 목적이거나 군사적 잠재력 확대, 특히 대량살상무기(WMD) 개발 등에 기여하는 상품·기술·서비스"를 의미한다. 산업통상자원부도 2023년 수출 통제 동향 자료에서 과거에는 무기나 첨단부품 위주였던 전략물자 통제 범위가 이제는 민간 기술 전반으로 확대돼 사실상 모든 것이 무기화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했다고 짚었다.중국 정부는 안보를 명분으로 핵심 물자의 수출을 제약해 왔다. 중국은 국가 안보 수호를 명분으로 2023년 8월부터 반도체 핵심 원료인 갈륨과 게르마늄의 해외 수출을 제한했으며 2024년 12월에는 미국의 대중 반도체 제재에 대한 대응 조치로 이들 민간·군수 이중용도 품목의 대미 수출을 전면 금지했다.나아가 중국은 수출통제법을 근거로 중국산 기술이 조금이라도 포함된 해외 생산품까지 규제하는 등 통제 범위를 역외로 확대하고 있고 수출 대상국의 안보 위협 평가 기준까지 마련해 국가별로 차등 적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결국 중국과의 어떠한 경제 협력도 중국의 안보 논리에서 자유롭기 어려우므로 '경제는 중국'에 의존한다는 안미경중 전략은 실효성이 크게 떨어진다.◆이재명의 EU식 외교, 韓 현실에선 불가능현재 경제안보 시대를 맞이했다는 사실을 차치하고도 이재명표 실용외교의 또 다른 특징인 기능주의(functionalism)는 한반도에서 실현되기 어렵다. 기능주의는 유럽연합(EU)의 사례처럼 경제·사회·문화·체육 등 비교적 갈등이 적은 비정치적·기술적 분야에서 협력을 시작해 정치·외교·안보와 같은 민감한 영역으로 확산한다는 접근법이다.그는 '이재명의 굽은 팔'에서 "사드에 어색해진 중국과의 관계는 어떤가"라면서 "EU는 세계대전이라는 살육의 역사를 반성하며 무기 살 돈으로 경제협력체제를 만들었다. 그 중심에 우리나라를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EU 회원국들과 달리 한국과 중국은 근본적으로 이념과 정치 체제가 다르고 안보적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상충하므로 기능주의적 협력의 기본 전제조차 충족하지 못한다. -
- ▲ 이재명 제21대 대통령 선거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8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내 고(故) 이승만 전 대통령 묘역을 찾아 분향하고 있다. ⓒ공동취재
◆간첩법 막는 민주당·말 바꾸는 이재명 … 한미동맹이 중심축?전문가들은 이 후보와 민주당이 한미동맹을 중심축으로 놓되 미중 사이에서 매개체 역할을 하겠다는 실용외교를 펼치기 어려울 것으로 본다. 민주당은 중국인들이 관광객과 유학생으로 위장하고 간첩 행위를 하다 적발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음에도 간첩죄 적용 범위를 '적국'(북한)에서 중국을 비롯한 '외국'으로 확대하자는 간첩법 개정을 반대하고 있으며 이 후보는 정치적 상황에 따라 말을 쉽게 바꾸는 성향을 보여왔다는 이유에서다.이 후보는 2021년 12월 3일 전북 전주에서 열린 청년 토크콘서트에서 "우리 존경하는 박근혜 전 대통령께서 대통령 하다 힘드실 때 대구 서문시장을 갔다는 거 아니냐"고 말했다가 나흘 뒤 서울대 강연에서 "'존경하는 박근혜 대통령'이라 했더니 진짜 존경하는 줄 알더라"고 말을 바꿔 빈축을 샀다.◆전문가들 "이재명표 실용외교는 자기부정이자 전술"중국 전문가인 이지용 계명대 교수는 이재명표 실용외교는 선거를 위한 정치공학적 전술에 불과하며 사실상 '자기부정'이라고 분석했다.이 교수는 통화에서 "2024년 7월에 발표된 '퓨 리서치 센터' 조사에 따르면 한국은 중국에 가장 부정적 시각을 가진 국가 1~2위(대만과 동률)를 차지한다. 한국의 부정적 인식은 전 연령대, 이념 성향을 막론하고 압도적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 후보가 또 '셰셰'하면 표를 잃을 수 있다"면서도 "진정한 의미의 국익 중심 실용외교는 이 후보 본인과 민주당의 지지 기반, 나아가 민주당 자체를 부정해야 하므로 실제로 전개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