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전원합의체, 李 선거법 유죄취지 파기환송"이재명 골프·백현동 발언, 허위사실 … 원심 잘못"법조계 "예측된 결과 … 거짓말 엄단한 모범 판례"항소심 재판부, 초고속 심판 통해 대선전 형 확정지어야
  •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4월 30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제21대 대통령선거 '진짜 대한민국'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겠다는 의미로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4월 30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제21대 대통령선거 '진짜 대한민국'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겠다는 의미로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대법원이 1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발언은)후보자의 표현의 자유라는 이름 아래 허용될 수 없다"며 이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 환송했다. 이에 따라 이 후보는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2심 재판을 다시 받게 됐다. 

    대법의 이번 판결은 형식상으로는 '파기 환송'이지만 실제로는 '피선거권 박탈'을 판결했다고 보는 게 맞다. 사실상의 '파기 자판'인 셈이다. 12명의 재판관 중 10명이 '유죄'를 얘기했고, 더욱이 선거법 위반 내용 대부분에 대해 '죄가 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법조계에서도 서울고법이 물리적으로 대선 전에 형을 확정짓는 것이 힘들다고 하더라도, 이 후보에 대해 "대통령 출마 자격이 없다"고 대법이 규정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다만 대법원이 파기자판을 통해 정치적 논란의 씨앗을 아예 없앴어야 하고, 그것이 대선에서 유권자의 판단을 위한 올바른 길이었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표하기도 한다. 파기자판이 그간 선례가 거의 없고, 또 다른 정치적 논란을 불러 일으킬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이지만, 대법 스스로 '면피'를 했다는 것이다. 차진아 고대 로스쿨 교수는 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파기환송 후 당선되는 것은 최악"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 후보는 이날 판결 이후 "제 생각과 전혀 다른 판결"이라며 "국민 뜻이 가장 중요하다"며 판결을 정면으로 부정하기도 했다. 
     
    ◆대법 "선거인 정확한 판단 그르쳐 … 허용 안 돼"

    전원합의체는 "김문기 관련 발언 중 골프 발언 부분과 백현동 관련 발언 부분은 공직선거법 제257조 1항의 허위사실 공표죄에 해당한다는 것이 대법원의 다수 의견"이라며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고 밝혔다.

    앞서 1심은 이 후보의 선거법 위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2심은 이를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이 후보의 발언이 전체적으로 의견 표명에 해당하며 허위로 볼 수도 없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김문기 관련 발언 중 골프 발언 부분과 백현동 관련 발언은 피고인의 공직 적격성에 관한 선거인의 정확한 판단을 그르칠 정도로 중요한 사항에 관한 허위사실의 발언이라고 판단되므로 후보자의 표현의 자유라는 이름 아래 허용될 수가 없다"며 2심 판결을 파기했다. 

    먼저 대법원은 '김문기와 골프 안 쳤다'는 이 후보의 발언을 허위사실 공표라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골프 발언은 피고인이 김문기와 함께 간 해외 출장 기간 중에 김문기와 골프를 치지 않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고 판단했다. 

    이어 "이는 후보자의 행위에 관한 허위사실의 공표에 해당한다"며 "2심이 골프 발언을 무죄로 판단한 것에는 공직선거법 제250조 제1항의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이 후보의 '국토부 협박' 발언에 대해서도 의견이 아닌 허위사실 공표로 봤다. 대법원은 "용도 지역 상향과 관련하여 국토부가 성남시에 직무유기를 문제 삼겠다고 협박한 사실이 전혀 없는데도 피고인은 이와 같은 허위의 발언을 했다"며 "(2심은) 공직선거법 제25조 1항의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설명했다.
  • ▲ 조희대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들이 1일 오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사건 전원합의체 선고를 위해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 입장해 자리에 앉아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조희대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들이 1일 오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사건 전원합의체 선고를 위해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 입장해 자리에 앉아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법조계, 대법 판결에 공감 … "거짓말에 엄단했다"

    이 후보의 '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한 대법원의 파기환송 판결은 예견된 결과라는 것이 법조계 중론이다. 또 대법원이 유죄취지로 사건을 돌려보낸 만큼 사실상 '파기자판'한 것이란 목소리도 나온다. 

    최건 법무법인 건양 변호사는 "많은 변호사들도 2심 판결에 문제가 있다고 봤기 때문에 대법원 판결은 예측된 결과"라며 "유권자들로 하여금 올바른 선택을 하기 위함과 후보자의 경우 진실만 얘기해야 된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또 최 변호사는 대법원이 사실상 파기자판을 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사실심이 형을 정하는 만큼 법률심인 대법원이 유죄취지로 파기환송한 것이라는 취지다. 최 변호사는 "형을 정하는 건 사실심의 판단이라서 유죄 취지의 파기자판은 사실 쉽지않다"면서도 "대법원에서 굉장히 상세하게 설명한 것을 보았을 때 사살상의 파기자판과 마찬가지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소연 법무법인 황앤씨 변호사도 "사회 곳곳이 다 썩어 있었는데 법의 최종 해석 권한을 가진 최후의 보루 같은 곳이 그나마 살아 있다는 사실에 시민으로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며 "다른 나라에 비해 우리나라가 이게 거짓말 범죄에 굉장히 관대한데 엄단을 한 모범 케이스로 잘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원심의 법리오해 등 위법을 바로 잡은 대법원 판결 선고 취지에 따라 파기환송심에서 죄에 상응하는 형이 선고될 수 있도록 공소유지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전했다. 이 후보는 '선거법 재판'에서 벌금 100만 원 이상 형이 확정되면 피선거권이 박탈돼 대선에 출마할 수 없다.

    한편 조희대 대법원장은 지난달 22일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했다. 12명의 대법관들은 22일과 24일 두 차례 합의기일을 열어 사건을 심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