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위, 폭염에 얼음 구매 중단 … 80여 명 탈진여가부, 화장실 미설치 보고 받고도 허위 보고전북도, 간척지 주변 야영장소로 정해 침수 피해英·美 참가자 조기 퇴영 … 국제 망신으로 끝나
  • ▲ 2023 제25회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가 마무리된 12일 전북 부안군 잼버리 야영장이 철거 준비로 분주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23.08.12.ⓒ뉴시스
    ▲ 2023 제25회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가 마무리된 12일 전북 부안군 잼버리 야영장이 철거 준비로 분주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23.08.12.ⓒ뉴시스
    2023년 8월 국제적인 망신을 당하고 파행으로 끝난 '새만금잼버리'가 운영 기관의 준비 부족 등 총체적인 부실이 있었던 것으로 감사원 감사 결과 드러났다.

    감사원은 10일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추진 실태' 감사결과보고서를 공개하며 "생활 서비스 준비 부족, 시설 부실 설치, 현장 대응 미숙, 부적합 부지 선정 등 업무 처리가 총체적으로 부실했다"고 발표했다.

    2023년 8월 1일부터 12일까지 전북 부안군에서 열린 새만금잼버리는 40도가 넘는 가운데 그늘이 없고 습한 간척지 '땡볕'에 자리 잡아 개영식에서 참가자 80여 명이 탈진하는 등 대회 기간 준비 부족 논란으로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다.

    감사 결과 조직위는 사무총장에 전문성이 부족한 여성가족부 퇴직 공무원을 선임하고, 국제행사 경험이 있는 직원 비율이 6.3%(159명 중 10명)에 머무는 등 대규모 국제행사(156개국·4만2000여 명)를 성공적으로 개최하기에 역량에 한계가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상황에서 조직위는 2023년 상반기 숙영(화장실·샤워장 등), 전력, 통신(와이파이), 급수 등 각종 필수 시설을 지연 또는 부실하게 설치했다.
     
    폭염 대비 물품(얼음 등), 급식, 의료, 방제, 폐기물 처리, 화장실 청소 등 생활서비스 제공을 위한 물자, 인력 등도 부실하게 준비했다.

    조직위는 대회 개막 한 달 전인 2023년 7월 얼음 구매 예산(1억8000만 원)을 확보하고도 사무총장의 지시에 따라 얼음 구매 추진을 중단해 폭염 상황에서 얼음 제공에 차질을 빚었다.

    또 급수대에서 따뜻한 물이 나오거나 우유색 물이 나오는 등의 문제가 대회 직전 확인됐는데도 조직위는 수돗물을 마시면 된다는 이유로 폭염이 예상되는 5일간 생수 1일 1병을 주는 것으로 산정해 22만 병만 구입, 생수 부족을 초래했다.

    식자재 보관용 냉장 컨테이너에 설치할 나무 재질 선반은 고온 다습한 야외에 보관해 선반 내 곰팡이가 발생, 식자재 보관에도 차질을 빚었다.

    잼버리 매뉴얼에 따르면 조식·중식 식자재(밀박스)는 오전 4시까지, 석식은 오후 4시까지 식자재 보급소로 배송하도록 돼 있는데도, 급식업체의 분류 작업, 포장 작업이 길어지면서 급식이 5시간 넘게 지연됐다. 이로 인해 참가자들이 식사를 거르거나 영외 과정 활동에 참가하지 않는 사태가 발생했다.

    잼버리 병원 등 의료 체계도 부실하게 운영됐다. 조직위는 새만금잼버리 개최 시기(8월 초 폭염), 장소(그늘이 없고 습한 간척지)의 특수성 고려 없이 이전 잼버리의 환자 발생 추이만을 반영해 대회 전 평균 환자수를 480명(참가자의 8~13%)으로 예측했다.

    그러나 실제 잼버리 개영 8일간(8월 1~8일) 예측치 480명보다 2배 이상 많은 1일 평균 1034명의 환자(피부병변·벌레물림· 온열 손상·일광 화상 등)가 발생하면서 의료 인력 부족 사태를 초래했다.

    조직위의 준비 부족으로 참가자들은 화장실 위생 불량, 통신 장애, 급수대 수압 부족 등으로도 불편을 겪었다.

    사전점검 행사(대표단장 회의 등)에서는 배수, 폭염, 위생, 방제 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는데도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 없이 '문제가 없다'라거나 '대책이 있다는 식'으로 안일하게 대응했다. 

    특히 조직위는 여가부에 시설 설치 일정을 실제보다 빠르게 보고하거나 설치가 완료된 것처럼 허위로 보고해 정부가 보완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는 원인을 제공했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숙영 시설 임차, 과정 활동 프로그램 운영 등 각종 계약 과정에서 관련 규정을 위반하거나 특정 업체에 일감을 몰아줘 특혜를 주는 등 계약 업무도 위법·부당하게 처리한 사실도 이번 감사에서 적발됐다.

    감사원은 시설 설치, 계약 관리, 여가부 보고 등을 위법·부당하게 한 조직위 관련자 6명에 대해 징계를 요구하고 범죄 혐의가 있는 5명에 대해서는 수사를 요청했다.

    잼버리 준비 상황을 지도·감독해야 할 여가부는 현장점검을 형식적으로 수행하는 등 관련 업무를 부실하게 처리했다.

    여가부는 6차례에 걸쳐 현장점검(장관 2회·차관 4회)을 하면서 현장점검 계획도 없이 점검하거나 점검을 나가 야영장 내부를 방문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면서 점검결과보고서를 4차례나 작성하지 않았다.

    조직위로부터 화장실, 샤워장 미설치 사실을 보고 받고, 현장점검에서 의료·사무기기 등 시설이 설치 완료되지 않은 것을 확인하고도 국무회의(2023년 7월 25일)에 '시설 설치가 완료됐다'고 허위 보고했다.

    감사원은 이 때문에 정부 차원의 보완 대책을 마련할 사실상 마지막 기회가 날아갔다고 봤다.

    감사원은 여가부 장관에게 국무회의에 사실과 다른 내용을 보고한 여가부 장관 등 5명에 대해 인사자료 통보, 징계 요구, 수사참고자료 송부 등을 조치했다. 

    유치 지방자치단체인 전북도는 2015년 7월 부지 매립이 필요한지 등 제반 여건 검토 없이 현장을 육안으로 둘러본 후 야영에 부적합한 장소를 후보지로 선정했다. 해당 장소는 새만금호와 접해있고 내부에 3개의 소하천이 흐르며 지반 높이가 낮아 호우시 침수 우려가 컸다.

    그런데도 야영지 내부 배수로를 작고 기울기 없이 설치하고 배수 용량이 부족한 측구수로에 연결해 빗물이 원활히 배출되지 못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결국 잼버리 참가자들은 야영 내내 침수 피해를 겪었다.

    새만금잼버리는 총체적인 준비 및 운영 부실로 인해 영국과 미국 등 각국 참가자들이 잇따라 조기 퇴영을 선언하며 파행으로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