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태용 감독, 1월 인니 감독 경질 후 첫 인터뷰가장 짜릿했을 때는 사우디 2-0으로 잡은 것당분간 욕심 내지 않고 휴식 취할 것
  • ▲ 신태용 감독은 5년 동안의 인도네시아 생활이 행복 그 자체였다고 고백했다.ⓒ연합뉴스 제공
    ▲ 신태용 감독은 5년 동안의 인도네시아 생활이 행복 그 자체였다고 고백했다.ⓒ연합뉴스 제공
    지난 1월 6일 신태용 인도네시아 감독이 경질됐다. 

    충격적이고, 갑작스러운 소식이었다. 신 감독이 인도네시아에서 '전설'을 쓰고 있던 도중에 나온 경질 소식이었기 때문이다. 

    지난 2019년 겨울 인도네시아 U-20, U-23, A대표팀까지 총괄하는 감독으로 부임한 신 감독은 그야말로 역사를 썼다. 동남아시아 변방, 최약체로 꼽히던 인도네시아를 끈끈하고 저력 있는 팀으로 변모시키는 마법을 일으켰다. 신 감독이 가는 길이 인도네시아의 역사였다. 

    2020 아세안축구연맹(AFF) 스즈키컵 준우승, 2022 AFF 미쓰비시컵 4위,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16강, 2024 AFC U-23 아시안컵 4강,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진출 등 인도네시아 축구 역사를 새로 썼다. 

    인도네시아 역사상 처음으로 월드컵 최종예선에 진출한 신 감독은 아시아의 강호 사우디아라비아를 2-0으로 잡는 파란을 일으키며 화룡점정을 찍었다. 인도네시아의 월드컵 최종예선 역사에서 첫 번째 승리였다. 인도네시아는 사상 첫 월드컵 본선 진출에 대한 희망을 품을 수 있었다. 

    신 감독은 영향력과 인기는 폭발했다. 인도네시아에서 신 감독은 국민적 영웅으로 등극했다. 절대적인 사랑을 받았다. 대표팀 경기장에 인도네시아 팬들이 작성한 '삼성 미안해요, 한국 최고 수출품은 신태용'이라는 플래카드가 등장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인도네시아축구협회(PSSI))는 그 누구도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을 연출했다. 신 감독 경질을 결정한 것이다. 상승세의 신 감독과 이별하고 대신 네덜란드 출신의 파트릭 클라위버르트 감독을 선임했다. 인도네시아 팬들의 거센 반발을 일으켰다. 

    신 감독 대신 지휘봉을 잡은 클라위버르트 감독이 월드컵 최종예선 호주와 경기에서 1-5 참패를 당하자, 인도네시아 팬들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신 감독을 다시 데려오라는 목소리를 냈다. 

    그러자 인도네시아 현지 언론들은 신 감독의 복귀설을 앞다퉈 보도했다. 클라위버르트 감독이 경질되고 다시 대표팀 감독으로 온다는 설을 시작으로, PSSI 기술이사로 온다는 소식까지 전해졌다.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현지 언론들은 인도네시아 대표팀이 아닌 인도네시아 프로 클럽으로 복귀할 수 있다는 가능성까지 제기했다. 인도네시아 1부리그 페르세바야 수라바야와 페르시야 자카르타가 신 감독 영입에 관심을 드러냈고, 성사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신 감독은 물러났지만, 여전히 인도네시아에서는 신 감독 거취가 뜨거운 이슈다.  

    진실은 무엇일까. 신 감독이 '뉴데일리'와 단독인터뷰를 통해 진실을 밝혔다. '뉴데일리'는 6일 성남 모처에서 신 감독을 만났다. 신 감독은 인도네시아 대표팀에서 경질된 후 처음으로 언론과 마주했다. 

    이해할 수 없는 경질. 그렇지만 신 감독은 인도네시아와 인도네시아 축구, 그리고 PSSI에 대한 부정적인 말을 단 한 마디도 꺼내지 않았다. 신 감독에게 인도네시아는 행복한 기억으로 가득 차 있었다. 행복이라는 단어로 모든 것을 설명했다. 

    신 감독은 "인도네시아에서 물러나고 귀국할 때 공항에서의 장면이 생생히 기억난다. 수많은 팬이 모였고, 공항이 마비 상태였다.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인도네시아 체육부 장관은 나에게 '이렇게 보내서 미안하다'고 말했다. 정말 인도네시아 팬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이렇게 좋은 기억만 간직하고 싶다"고 밝혔다. 

    경질에 아쉬움은 없을까. 

    신 감독은 "이미 지난 일이다. 5년을 함께 했다. 인도네시아에 좋은 성적, 좋은 이미지를 남기고 떠났다. 돌아보면 정말 후회 없이 하고 왔다. 오직 행복한 기억만 가져가고 싶다. 인도네시아 팬들과 선수들에게 정말 감사하다. 그들이 나를 아름답게 기억해 줬으면 좋겠다"고 고백했다. 

    순탄한 5년은 아니었다. 세상에 쉽게 얻어지는 건 없다. 보이지 않는 어려움도 많았다. 이런 상황에서 신 감독은 기본에 충실했다. 외인으로서 진심으로 인도네시아에 녹아드는 것이다. 신 감독의 노력은 배신하지 않았다. 

    신 감독은 "5년은 극과 극이었다. 초반에는 솔직히 힘들었다. 인도네시아의 축구, 문화에 적응해야 했다. 코로나19가 찾아왔을 때도 정말 힘들었다. 나는 인도네시아의 축구와 문화를 이해하고 맞춰가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다 보니 상황이 나아졌다. 내가 하고자 하는 것들을 선수들이 잘 따라와 줬다. 인도네시아 팬들도 나를 받아들여 줬다. 그때부터 정말 행복했다"고 회상했다. 

    5년 동안 최고의 장면은 무엇일까. 신 감독은 지난해 11월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사우디아라비아를 2-0으로 잡은 장면을 꼽았다. 

    그는 "사우디아라비아를 2-0으로 잡았을 때 가장 큰 희열을 느꼈다. 아시아의 약체였던 팀의 상승세에 많은 이들이 놀랐다. 인도네시아 대표팀 감독으로서 자부심을 느꼈다. 솔직히 일본과 함께 월드컵 본선에 직행하는 프로세스를 짰다"고 털어놨다. 
     
    최고의 순간이 있다면 최악의 순간도 있는 법. 가장 아쉬웠던 순간으로 신 감독은 U-20 월드컵 개최지 자격 박탈을 떠올렸다. 

    당초 2023 U-20 월드컵 개최지는 인도네시아였다. 하지만 개막 두 달을 남긴 상황에서 개최국 자격을 잃었다. 이스라엘이 U-20 월드컵 본선 출전권을 얻으면서 종교 갈등이 일어날 수 있는 우려가 제기됐고, 결국 인도네시아에서 대회가 열리지 못했다. 

    신 감독은 "U-20 월드컵 개최가 취소된 것이 가장 아쉽다. 내가 인도네시아 지휘봉을 수락한 중요한 이유 중 하나가 홈에서 열리는 U-20 월드컵이었다. 이를 위해 4년을 정말 열심히 준비했다. 마지막까지 희망을 놓지 않았지만 결국 대회를 개최하지 못했다. 개최가 됐다면 한 번 히트할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이 있었다"고 말했다. 

  • ▲ 신태용 감독과 노바 아리안토 인도네시아 U-17 대표팀 감독.ⓒ노바 아리안토 SNS
    ▲ 신태용 감독과 노바 아리안토 인도네시아 U-17 대표팀 감독.ⓒ노바 아리안토 SNS
    지난 5일 한국 축구 입장에서는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졌다. 2025 AFC U-17 아시안컵에 출전한 한국 U-17 대표팀이 C조 조별리그 1차전에서 인도네시아에 0-1로 패배한 것이다. 한국 U-17 대표팀 역사상 인도네시아에 당한 첫 패배였다. 

    이 기적과 같은 승리를 이끈 이는 노바 아리안토 인도네시아 U-17 대표팀 감독. 인도네시아 현지 언론들은 노바 감독이 신 감독 스타일과 전술을 그대로 받아들여 거함 한국을 잡았다고 대서특필했다. 

    노바 감독은 신 감독이 인도네시아를 지도할 때 5년 동안 동고동락한 코치였다. 신 감독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자연스럽게 그 배움이 한국전 승리로 이어졌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신 감독이 U-23 대회에서 한국을 잡은 것처럼. 

    이에 신 감독은 "내가 인도네시아 감독을 할 때 유일하게 5년 동안 함께 한 인도네시아 코치다. 노바 코치는 지도자로서 능력이 출중하다. 열정도 강하다. 그리고 정말 착하고 예의가 바르다. 내가 눈여겨본 코치였다. 노바는 인도네시아에서 유능한 지도자가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인도네시아에 또 패배한 한국. 한국 축구의 하락세인가. 신 감독은 고개를 저었다. 

    그는 "나도 그 경기를 지켜봤다.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동남아 축구가 예전보다 많이 성장했다고 본다. 그렇지만 한국 축구가 하락했다고 볼 수는 없다. 이 경기에서도 한국은 골 운이 따라주지 않았다. 경기 내용은 한국이 우세했다. 한국은 골 운이 없었고, 인도네시아는 잘 지켜냈다"고 평가했다. 

    최근 인도네시아 현지 언론들이 연일 보도하고 있는 인도네시아 복귀설. 신 감독은 확고하게 말했다. 

    그는 "사실무근이다. 실제로 인도네시아에서 들어온 오퍼는 하나도 없다. 실제 제안도 없었고, 내가 직접 들은 것도 없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신 감독의 계획을 물었다. 당분간은 '무계획'이다. 

    신 감독은 "앞으로 길게 1년 정도는 감독으로 복귀하지 않고 쉴 계획이다. 쉬면서 축구 공부를 더 할 생각이다. 다음 감독 계획은 현재로서는 없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 물론 좋은 팀에서 제의가 온다면 좋겠지만, 큰 욕심 내지 않고 휴식을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