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도수 교수, 前 헌법연구관·국회 개헌특위 자문위원 "헌재가 尹탄핵심판 과정에서 '절차적 하자' 드러냈다""심판대상·소추사유 제대로 정리하지 않고 심리 들어가""피청구인 측에 파면에 충분한 입증 기회 부여하지 않아"최장숙고…"현재 상태라면, 증거불충분으로 '기각'할 것"
  • ▲ 헌법재판소. ⓒ뉴데일리 DB
    ▲ 헌법재판소. ⓒ뉴데일리 DB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심리 과정에서 헌법재판소가 피청구인 측에 충분한 입증 기회를 부여하지 않았다는 절차적 하자가 변수로 작용할 것이다."

    황도수 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헌재가 윤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현재 증거 상태로는 파면할 수 없고 증거불충분으로 기각할 가능성이 크다"며 이같이 말했다.

    황 교수는 헌재 헌법연구관을 11년 지냈고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 자문위원 등을 맡은 헌법 전문가다. 그는 윤 대통령 탄핵심판을 심리하는 헌재가 탄핵심판 과정에서 '절차적 하자'를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황 교수는 "심판대상과 소추사유를 제대로 정리하지 않고 심리에 들어간 것, 탄핵 심리에서 피청구인 측에 파면(탄핵)에 충분한 입증 기회를 부여하지 않은 것 등 절차적 하자가 있었다"면서 "헌재는 공정성의 화신으로 남아 있어야 함에도 공정하게 탄핵심리를 진행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 ▲ 황도수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황도수 교수 제공
    ▲ 황도수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황도수 교수 제공
    ◆ "탄핵소추 사유에 내란죄 포함되는지 국민은 여전히 헷갈려"

    황 교수는 윤 대통령 탄핵심판이 심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에 헌재가 심판대상과 소추사유를 제대로 정리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지난 1월 13일 열린 헌재의 대통령 탄핵심판 변론 준비 기일에 정형식 헌법재판관이 국회 측에 "계엄과 관련한 일련의 행위가 내란죄, 형법상의 범죄에 해당한다는 주장은 철회한다는 그런 취지인가"라고 묻자 국회 측 대리인인 김진한 변호사가 "사실상 철회한다"고 밝혔다.

    이에 윤 대통령 측은 "내란죄 철회는 중대한 탄핵 사유 변경이므로 각하 사유에 해당한다"고 반발했다.

    이를 두고 황 교수는 "윤 대통령 탄핵심판 첫 변론 기일에 국회의 탄핵소추 사유에 내란죄가 포함되는지를 두고 공소장 변경이 불쑥 제기됐다"며 "소추위원(국회 측)이 그런 주장을 했더라도, 헌재는 본격적인 심리도 시작하기 전에 어떻게 처음부터 공소장 변경을 쟁점화할 수 있느냐고 걷어찼어야 했다"고 밝혔다.

    황 교수는 "헌재는 어정쩡한 태도로 국민을 혼란 혹은 현혹했다"며 "공소장 변경 제도는 심리를 진행해 보니, 심판대상(소추사유)를 변경해서 재판할 필요성이 있을 때 이용하는 제도다. 심리를 해보지 않은 첫 기일에 이런 논의를 하는 건 '법이 아닌 어떤 의도'를 엿볼 수 있게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소추사유는 피소추인이 무엇을 방어해야 할지를 결정하는 쟁점이기 때문에 재판절차의 핵심 사항이다"라며 "헌재가 어정쩡한 태도를 취한 상태에서 심리가 이루어졌다면, 누가 그 심판이 공정했다고 신뢰할 수 있겠는가. 국민을 위해서라도 헌재는 입장을 분명히 정리했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 ▲ 조지호 경찰청장. ⓒ정상윤 기자
    ▲ 조지호 경찰청장. ⓒ정상윤 기자
    ◆ "검사작성 조서를 증거로 사용하는 것, 헌재의 오만"

    황 교수는 "헌재가 증거능력이 없는 검사 작성 조서에 대해 증거능력이 있다고 선언한 뒤, 해당 증인 신청을 모두 거부한 것에서도 절차적 하자가 드러났다"고 못박았다.

    헌재는 지난달 18일 윤 대통령 탄핵심판 9차 변론에서 국회 측이 공개한 조지호 경찰청장의 피의자 신문조서를 증거로 채택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황 교수는 "2020년 형사소송법(312조)이 개정됨에 따라 윤 대통령이 동의하지 않으면 증인들의 검찰 피의자 신문조서는 탄핵심판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며 "헌법재판소법(제40조)에 따르면 탄핵심판은 형사소송법을 준용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형사소송법 절차법을 적용하지 않겠다는 헌재의 입장은 오만이자 위법"이라고 부연했다.

    그는 "탄핵심판에서는 민사재판과 달리 법이 엄격히 정한 증거만 사용할 수 있다"며 "예를 들어, 검사가 수방사령관을 신문하고 작성한 조서의 경우, 그 조서는 증거가 될 수 없고 그 수방사령관을 직접 헌재 법정에 불러서 증인으로 신문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황 교수는 "해당 개정 조항은 민주당이 피고인의 인권을 보장하기 위해서 마련한 조항이었다. 만일 헌재가 이 조항을 적용하지 않는다면, 제멋대로 귀에 걸고 코에 거는 셈이 된다"고 단언했다. 형사소송법 제312조 개정은 소위 '검수완박법' 개정 당시 개정된 사항이었음을 지적한 것이다.

  • ▲ 황도수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황도수 교수 제공
    ▲ 황도수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황도수 교수 제공
    ◆ "현재 상태라면, 증거불충분으로 '기각'할 것"

    헌재는 지난달 25일 최후 변론을 마친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를 앞두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당초 선고일은 지난 14일로 예상됐으나 헌재는 아직 국회 측과 윤 대통령 측에 선고일을 통보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최장기 숙의 기간에 해당한다. 과거 노무현·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결론은 변론 종결일을 기준으로 각각 14일, 11일 만에 나왔다. 

    황 교수는 '최장 탄핵 심리'에 대해 "헌재가 '법대로' 재판하기에 충분히 변론과 심리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법원의 윤 대통령 구속취소 청구 인용으로 윤 대통령이 석발될 때, 구속취소 사유로 써 놓은 법리가 증거능력 쟁점을 크게 흔들어놓았다"며 "또 탄핵소추 의결 당시 10% 내외였던 대통령 지지율이 현재 4~50%까지 오른 것도 변수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황 교수는 "헌법재판소장과 헌법재판관들의 관계는 대법원장과 대법관의 관계가 아니다"라며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이 탄핵 심리를 불공정·부실하게 진행해 파면에 충분한 증거를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탄핵 인용을 반대하는 재판관들이 거칠게 반대할 명분이 생긴 셈이다"라고 평가했다.

    황 교수는 "이제 본격적으로 '법리 논쟁'이 시작됐다. 현재 증거 상태로는 윤 대통령을 파면할 수 없다"며 "변론을 재개해서 증거를 더 수집하지 않는 이상 현재 상태라면, 증거불충분으로 기각할 것"이라고 관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