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부부가 함께 기르던 반려견도 숨져발견 당시 미라화 진행, 이미 부패해
  • ▲ 사망한 할리우드 배우 진 해크먼. ⓒ연합뉴스
    ▲ 사망한 할리우드 배우 진 해크먼. ⓒ연합뉴스
    할리우드의 명배우 진 해크먼(95·Gene Hackman)이 아내 벳시 아라카와(64·Betsy Arakawa), 그리고 반려견과 함께 한날한시에 숨진 채 발견돼 충격을 주고 있다.

    AP통신·BBC·가디언·뉴욕포스트·TMZ 등 영미 언론 보도에 따르면 진 해크먼과 그의 아내는 지난 26일(현지시각) 미국 뉴멕시코주 산타페에 있는 자택 내부에서 사망한 상태로 발견됐다.

    최초 발견자는 해크먼의 자택을 관리하는 직원이었다. 그는 이날도 작업을 하기 위해 해크먼의 집에 도착했는데 이미 숨이 끊어진 두 사람을 발견하고 911에 신고했다고. 이 직원이 들어왔을 때 자택 현관문은 열려 있는 상태였다.

    해크먼의 시신은 자택 현관에서 발견됐다. 당시 회색 트레이닝복과 긴팔 티셔츠를 입고 있었고, 옆에는 늘상 짚고 다니던 지팡이와 선글라스가 놓여 있었다. 정황상 외출을 하려다 갑자기 쓰러진 것으로 추정되는 모습이었다.

    부인 아라카와는 욕실 바닥에서 발견됐다. 욕실 옆 조리대 위에는 뚜껑이 열린 약병과 약들이 흩어져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해크먼 부부가 기르던 반려견은 아라카와와 약 3m 떨어진 욕실 벽장 안에서 역시 죽은 채로 발견됐다.

    산타페 카운티의 보안관인 아단 멘도자는 지역 언론에 "현재까지 범죄 혐의점은 발견되지 않았다"면서도 "아직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은 채 사망 경위를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누군가 해크먼의 집에 강제로 침입했거나 물건을 훔쳐간 흔적을 발견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두 사람의 시신에 외상의 흔적은 없었고, 유서도 발견되지 않았다는 게 경찰의 초동 수사 소견이었다.

    수색영장에는 "손과 발 등 시신 일부에서 '미라'화가 진행될 정도로 부패한 상태를 보여, 두 사람 모두 사망한 지 상당 시간이 지난 것으로 보인다"는 수사기관의 소견이 씌여 있었다.

    해크먼의 막내딸 레슬리 앤 해크먼(58·Leslie Anne Hackman)은 "최근까지 아버지의 건강에 큰 문제가 없었다"며 "필라테스와 요가를 즐겨 하셔, 고령에도 불구하고 건강이 매우 좋은 편이었다"고 말했다.

    다만 "워낙 고령이셨기에, 아버지의 죽음이 그렇게 충격적이지는 않다"면서도 "최근까지 건강을 유지했던 만큼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사망했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수사해 달라"고 경찰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현지 소방서와 가스회사가 저택 일대를 중심으로 가스 누출 여부를 확인했으나 이상 징후를 발견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 당국은 부검을 통해 일산화탄소 중독 및 독성 여부 등을 확인할 계획이다.

    1930년 캘리포니아주에서 태어난 고인은 젊은 시절 해병대에서 복무하다, 1961년 31살의 나이에 영화 '매드 도그 콜'로 스크린에 데뷔했다.

    이후 60년간 왕성한 활동을 벌이며 △프렌치 커넥션 △포세이돈 어드벤쳐 △슈퍼맨 시리즈 △노 웨이 아웃 △미시시피 버닝 △더 패키지 △용서받지 못한 자 △야망의 함정 △크림슨 타이드 △에너미 오브 스테이트 등 수많은 명작을 남겼다.

    2004년 코미디 영화 '웰컴 프레지던트'를 끝으로 영화계에서 은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