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 핵심 증인 이진우 전 수방사령관,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체포지시 없었다"尹 홍장원에 '방첩사 도우라' 통화… 전면 반박법조계, 내란 혐의 형사 재판과 탄핵 심판 치열한 공방 예상'예단' 벗어나 첫 단추부터 다시 꿰야헌재도 서두르지 말고 진실 찾은 뒤 결론 내야
  •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본인의 탄핵심판 5차 변론에 피청구인으로 출석해 진술하고 있다.ⓒ연합뉴스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본인의 탄핵심판 5차 변론에 피청구인으로 출석해 진술하고 있다.ⓒ연합뉴스
    헌법재판소가 지난 4일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 다섯 번째 변론에 증인으로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과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 등을 불러 조사했지만 서로 상반된 입장을 밝히고 있어 명확한 조사가 필요해 보인다.

    특히 '12·3 비상계엄' 당시 누구도 정치인 체포나 국회 의결 방해와 관련해 윤 대통령에게 직접적으로 명확한 지시를 받았다는 사람은 없었다는 점에서 계엄 수사 곳곳에 '부실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다.

    법조계에선 "내란 의혹과 혐의, 탄핵 필요성을 가려내기가 더 어려워졌다"는 말이 나온다. 헌재 역시 서두르지 말고 진실을 명확히 가려낸 뒤 심리 결과를 내야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윤 대통령의 탄핵심판 다섯 번째 변론에 첫 증인은 이진우 전 사령관이었다. 이 전 사령관은 계엄군을 국회에 투입해 봉쇄하고 윤 대통령에게 '의원을 끌어내라'는 지시를 듣고 이행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이 전 사령관은 자신의 진술 조서와 공소장을 바탕으로 한 국회 측 질문에 "답변이 어렵다", "말씀드릴 수 없다"며 대부분 답변을 거부했다. 그는 "제가 지금 (기소돼) 형사 소송과 관련돼 있고 조서에 대한 동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 전 사령관은 비상계엄 해제 후 윤 대통령에게 "두 번, 세 번 계엄하면 되니 계속 진행하라"는 지시를 받았다는 공소장 내용도 부인했다. 이 전 사령관은 "제3자의 이야기가 제 기억에 없는 것이 많다. 공소장에 나와 있는 내용은 제 (발언) 내용이 대부분 아니다"고 했다.

    윤 대통령 측이 "계엄 당시 대통령, 국방 장관에게 누군가를 체포하라는 지시를 받은 사실이 있느냐"고 묻자, 이 전 사령관은 "없다"고 했다. "(국회) 출동 시 대통령 등에게 의원들의 본관 출입을 막고 (계엄 해제) 의결을 못 하게 하라는 지시를 받았느냐"는 물음에도 "없다"고 답했다.

    자신을 포함해 윤 대통령 등 계엄 관련 내란 혐의로 기소된 사람들의 공소장에 담긴 핵심 내용을 부인한 것이다.

    두 번째 증인으로 나온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도 정치인 체포 지시 등에 직접적인 답변을 피했다. 여 전 사령관은 김용현 전 국방 장관에게 이재명 민주당 대표,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우원식 국회의장 등 10여 명을 체포·구금하라는 지시를 받고 이행하려 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공소장에 따르면, 여 전 사령관은 윤 대통령이 아니라 김 전 장관에게 정치인 체포 지시를 받은 것으로 돼 있다. 여 전 사령관은 "장관에게 지시받은 것이 있지만, 제가 부하들에게 이야기한 것과 부하들이 각각 지시·전파한 부분이 조금씩 다르다"고 했다.

    다만 계엄 당시 조지호 경찰청장에게 관련 명단을 전달한 사실은 인정했다. 그는 "조 청장에게 특정 명단에 대한 위치 파악을 요청했다"고 했다. 이에 윤 대통령 측 대리인이 "체포 명단이 맞느냐"고 묻자, 여 전 사령관은 "체포 명단, 검거 명단 등 습관적으로 나오는 말이 많다"며 즉답을 피했다.

    반면 셋째 증인인 홍장원 전 차장은 "(계엄 직후) 윤 대통령이 전화로 '싹 다 잡아들이라'고 말했느냐"는 국회 측 질문에 "그렇게 기억한다. (대통령의) 말 뜻 그대로 이해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당시 통화 내용으로 보면 구체적 대상자, 목적어를 규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뭔가 잡아야 한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누굴 잡아야 한다는 부분까지 전달받지 못했다"고 했다.

    홍 전 차장은 여 전 사령관에게 구체적인 체포 명단을 전해 듣고 메모했다고 증언했지만, 여 전 사령관은 이에 대해 "할 말은 많지만 형사 재판에서 밝히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 측이 "대통령은 당시 통화에서 '국정원 대공 수사권이 없어졌으니, 방첩사령관이 방첩 수사를 도와 간첩을 싹 다 잡아들이라'라고 말했다고 한다"고 하자, 홍 전 차장은 "제가 기억하는 내용과는 차이가 있다"고 했다. 체포 의혹에 대한 윤 대통령과 두 사람의 말이 엇갈리는 상황이다.
  • ▲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제1차장이 지난 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5차 변론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제1차장이 지난 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5차 변론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尹 "홍장원에 '방첩사 도우라' 통화, 계엄과 무관"

    윤 대통령은 이날 증인 신문이 끝난 뒤 발언 기회를 얻고 내란 혐의를 적극 부인했다. 윤 대통령은 정치인 체포 의혹에 대해 "(홍 전 차장의) 메모가 작년 12월 6일 박선원 민주당 의원에게 넘어가며 탄핵부터 내란죄 등 모든 프로세스가 시작된 것이라고 본다"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은 "조태용 국정원장이 계엄 이후 홍 전 차장의 해임을 요청해 사표를 결재한 이후 한동훈 체포 등의 기사가 나왔다"며 "(계엄 당일) 홍 전 차장에게 전화한 건 계엄과 무관한 얘기였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제가 만약 계엄에 대해 국정원에다 뭘 지시하거나 부탁할 일이 있으면 국정원장에게 직접 하지 차장들에게는 하지 않는다"며 "담당인 2차장도 아닌 1차장에게 계엄과 관련한 부탁을 한다는 게 비상식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정원은 수사권이 없고 위치추적을 할 수 없다"며 "협력한다고 하는데 방첩사령관이 물을 이유는 없고 저 자체(홍 전 차장 진술)는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홍 전 사령관이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으로부터 '체포조' 명단을 받고 위치추적 요청을 받았다고 한 진술을 전면 반박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조태용 국정원장이) 해외에 있는 줄 알고 처음으로 홍 차장에게 전화하게 됐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다만 당시는 "연락할 일이 생길지 모르니 비화폰을 잘 챙겨달라"고 당부만 전했다.

    이후 조 원장이 국내에 체류 중인 사실을 파악한 뒤 홍 전 차장에게 재차 연락했지만 계엄 관련 대화는 나누지 않았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홍 차장한테 전화한 것은 계엄 사항도 아니고 이미 관련된 문제는 국정원장과 다 이야기했기 때문에 해외 순방 때 국정원 해외 담당 파트가 여러 가지를 도왔기 때문에 격려 차원에서 전화했다"고 말했다.

    또 "국정원에 방첩사 도와주라는 얘기는 방첩사 예산이 부족해 늘 한다"며 "간첩 수사를 방첩사가 잘할 수 있게 도와주라는 계엄 사무와 관련 없는 이야기를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홍준표 대구시장도 이날 페이스북에 "수사, 체포 권한도 없는 국정원 1차장에게 싹 잡아들이라는 지시를 대통령이 전화로 했다는 홍 전 차장의 진술이 과연 사실일까"라며 "도저히 믿을 수 없는 말"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계엄은 군·경을 움직여 실행한다"며 "비상계엄에 국정원 1차장의 역할은 없다. 대통령이 그런 걸 몰랐겠느냐"고 말했다. 

  • ▲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23일 윤 대통령 탄핵심판 4차 변론에 나와 증언하고 있다.ⓒ연합뉴스
    ▲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23일 윤 대통령 탄핵심판 4차 변론에 나와 증언하고 있다.ⓒ연합뉴스
    ◆김 전 국방장관도 "체포 지시 없었다"…헌재 섣부른 '예단' 말아야

    김용현 전 장관 역시 지난달 23일 윤 대통령 탄핵심판 4차 변론에 증인으로 나와 "윤 대통령에게 정치인 체포 지시를 받은 적이 없다"며 "포고령 위반 우려 대상자의 동정을 살피라고 했을 뿐"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여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 모두 윤 대통령에게서 직접 정치인 체포 지시를 받은 적이 없다는 것이다.

    김 전 장관이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준 '비상입법기구 쪽지' 역시 자신이 직접 작성했고,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 선포 이후 소수 병력만 투입할 것을 지시했다고 증언하고 있다.

    김 전 장관은 이날 '최 권한대행에게 쪽지를 건넨 사실이 있느냐'는 윤 대통령 측 질문에 "있다. 최 대행이 늦게 와서 직접 만나지 못해 실무자를 통해 줬다"고 답변했다. 쪽지를 누가 작성했냐는 질문에는 "제가 (했다)'고 답했다.

    김 전 장관은 포고령 작성 과정에서 윤 대통령과 이뤄진 논의 내용에 대해서도 진술했다. 김 전 장관은 "(작성한 포고령을 건네주니) 윤 대통령이 쭉 보고는 '통행금지 부분은 시대에 안 맞다. 국민에게 불편을 주지 않겠냐'라고 해 이건 삭제했다"고 말했다.

    정치활동을 금지한다는 취지의 포고령 1호가 국회의 입법이나 계엄 해제 의결을 방해하려는 목적이었냐는 질문에는 "아니다"고 답변했다.

    김 전 장관은 또 자신이 직접 민주당사와 '여론조사 꽃'에 병력 투입을 지시했고 윤 대통령이 중지하라고 지시해 병력 투입을 중단했다고 진술했다.

    국회 봉쇄 지시와 관련해선 "질서유지에 반하는 인물이 접근하는지 잘 보고, 선별해서 출입시키라는 취지였다"며 "침투하라는 지시는 상황에 맞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법조계에서는 "공소장을 통해 알려진 범죄 혐의와 군 지휘부가 헌재에서 증언한 내용이 차이가 있다"며 앞으로 내란 혐의에 대한 형사 재판과 탄핵 심판에서 치열한 공방이 벌어질 것 등의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윤 대통령 측 대리인단 최거훈 변호사는 "계엄 당시 윤 대통령과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간 전화 통화 횟수에 대해 윤 대통령 공소장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공소장 간 내용이 다르다"며 "객관적 사실은 하나일 것인데 검찰 공소장 자체에 의해 객관적 사실이 흔들린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는 검찰이 객관적 상황을 잘못 파악했기 때문이며, 당연히 청구인(국회) 측도 객관적 사실에 맞지 않는 주장을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헌재가 주요 증인들에 대한 증인신문 시간이 지나치게 제한되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그는 "증인 신청을 가능한 많이 받아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한 법조계 인사는 "법관은 개인적 양심이 아니라 헌법과 법률에 따라 재판해야 한다"며 "섣부른 '예단'을 하지 말고 첫단추부터 다시 시작해 우리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판결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