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범죄' 의사 매년 증가 … 올해 300명 육박법원 판단에 1개월 자격정지에 그치기도"범죄 줄어들지 않으면 시스템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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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약물에 취해 차를 몰다 행인을 치어 숨지게 한 '압구정 롤스로이스' 사건 운전자에게 마약류를 처방한 의사 염모씨가 2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은 후 법원을 나서고 있다. 2023.12.27 ⓒ연합뉴스
대한민국은 마약 청정국이란 말도 이젠 옛말이다. 지난해 검거된 마약류 사범은 2만7611명으로 통계 작성 이래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이 가운데 올해는 마약류 사범으로 검거된 의사만 300명에 육박한 것으로 집계돼 또다시 충격을 안겼다. 병원을 중심으로 마약 범죄가 번지고 있지만 이에 대한 법적 제재는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양부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4일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4년 1~10월 마약류 사범으로 검거된 의사는 294명이다. 검거된 의사를 매달 30명꼴로 가정하면 통계 집계 이래 최대치를 기록한 2023년 323명을 돌파할 전망이다.현행 의료법상 의료인이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로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거나 마약·대마·향정신성의약품 중독자인 경우 면허를 취소하도록 규정한다. 하지만 법원이 '그 밖의 비도덕적 진료행위를 한 경우' 등으로 판단하면 1개월 남짓의 자격정지에 그치기도 한다.실제로 2018년 12월부터 2020년 5월까지 타인 명의를 도용해 대리처방한 뒤 본인이 투약한 의사 A씨는 자격정지 1개월15일의 처분을 받는데 그쳤다. 또 의사면허가 취소된 이후 재교부를 신청해 승인받은 의사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다.전문가들은 의사들의 무분별한 마약류 취급이 급격히 증가함에도 처분이 지나치게 약하다고 지적한다. 그러면서 마약 투약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았음에도 면허를 재교부가 이뤄지는 등의 느슨한 규제를 바짝 조여야 한다고 주문했다.일각에서는 최근 마약류 통합 관리 시스템(NIMS)에 대한 감시가 엄격해지면서 자연스레 마약류 사범으로 검거된 의사 수가 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법조계 한 관계자는 "시스템은 시스템이다. 범죄가 줄어들지 않는다면 기능을 제대로 하고 있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짚었다.이어 "마약은 특히 재범률이 높은 범죄임에도 의사에 한해 처벌이 약한 것 같다"며 "그럼에도 의사면허 재교부 신청을 승인해 준다는 건 사실상 전과자에게 칼을 다시 쥐여주는 꼴"이라고 비판했다.면허재교부심의제도 도입 이후 의료인 면허 재교부율은 계속 감소하는 추세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최보윤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9월26일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의사 면허 재교부 승인율은 2020년 85.5%에서 2023년 11.1%로 크게 감소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