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 지향은 '내밀한 사적 영역'온라인 블로그에 비방 목적 글 작성
  • ▲ 대법원 ⓒ 뉴데일리 DB
    ▲ 대법원 ⓒ 뉴데일리 DB
    다자 간 연애를 하는 대학생의 이름과 얼굴을 온라인 블로그에 올리고 비난한 목사가 대법원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정보통신망법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교회 목사 A씨에게 벌금 50만 원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이 사건에서 문제 된 다자 간 연애는 연애 대상을 한 명으로 제한하는 게 아니라 동시에 여러 사람과 사랑을 할 수 있다는 견해로 폴리아모리(polyamory)라고도 불린다.  

    A씨는 2018년 1월 블로그에 '모 대학교 강연자였던 폴리아모리 생활을 하는 B씨의 글을 읽어보니'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해당 글에서 A씨는 'B씨와 함께 폴리아모리 생활을 하는 사람 중 1명이 모 대학교 재학생 C씨'라고 명시했다. C씨의 인터뷰 기사도 함께 게재했다. 

    해당 인터뷰에는 C씨의 실제 이름과 얼굴 사진이 담겨있었다. 이 인터뷰는 성적 지향과 관련 없이 당시 피해자가 학교와 빚은 분쟁과 관련된 것이었다. 

    그러면서 A씨는 '세상에는 보편적인 도덕가치가 있고 소수의 행동이라고 다 보호받는 건 아니'라는 취지의 글을 덧붙였다. 

    검찰은 A씨가 비방할 목적으로 폴리아모리의 삶을 산다는 사실을 드러내 C씨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기소했다.

    1심은 A씨에게 무죄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2심은 이를 뒤집고 명예훼손 혐의를 인정했다.

    2심 재판부는 "해당 글이 의견 표명에 불과하거나 공익을 위한 것이라고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당시 피해자인 C씨가 다자 연애를 한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지지 않았고 이를 알리고 싶어 하지도 않던 상황에서 서 목사가 강제로 성적 지향을 공개했다는 것이다.

    대법원 판단도 같았다. 

    대법원은 "공적 인물이 아닌 C씨의 내밀한 사적 영역에 속하는 '성적 지향'을 실명, 얼굴 사진 등과 함께 공개했다"고 판단했다. 

    "자신과 다른 견해를 가진 피해자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키고 비방할 목적으로 글을 작성하고 게시했음을 인정할 수 있다"고 대법원은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