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AEA 사무총장, 핵 보유 전제한 대화 재개 촉구 트럼프, ICBM 발사 영구유예 위해 韓 방기 가능성
  • ▲ 라파엘 그로시(오른쪽)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 지난 3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기자회견하는 모습. ⓒAP/뉴시스
    ▲ 라파엘 그로시(오른쪽)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 지난 3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기자회견하는 모습. ⓒAP/뉴시스
    핵확산 통제를 위한 국제기구의 수장이 국제사회가 북한의 핵 보유를 인정하고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발언하면서 '북한 비핵화'를 위한 지난 30여 년간의 국제사회 대북 정책 기조가 흔들리게 됐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특히 오는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공화당과 민주당이 당 강령에서 '북한 비핵화'를 삭제한 상황에서 IAEA 수장마저 북한의 핵 보유를 인정하자고 발언한 것은 국제사회의 대북 정책 기조의 변화를 예고하는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은 26일(현지시간)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핵 프로그램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와 국제법을 위반한 점에서 비난받아야 한다면서도 국제사회가 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인정하고 대화를 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북한이 2006년 '사실상 핵무기 보유국'이 된 이후 국제사회의 대화 시도가 없었고, 이후 북한의 핵 프로그램이 상당히 확대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북한과 대화를 중단하는 게 조금이라도 문제를 해결했는지 의문"이라며 "오히려 상황을 통제 불가능한 상태로 악화시키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이어 "북한이 핵 활동을 중단해야 한다고 계속 강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동시에 서로 딴소리하는 것을 멈출 방법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며 "다년간 나의 신조는 항상 개입하고 대화를 시도하자는 것이었고, 우리는 항상 상황을 앞서 주도하고 대화를 위한 문을 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핵 안전 문제가 가능한 대화 주제가 될 것이라고도 언급하며 대화를 위해서는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매우 신중하고 외교적인 준비가 필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북한이 30개 혹은 50개의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다는 관측이 있다"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핵무기연구소 현지지도 당시 핵무기를 기하급수적으로 늘리기 위한 노력을 주문한 점이 무엇을 의미하겠냐"고 반문했다.

    이러한 그의 발언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를 사실상 무력화하고 '북한 비핵화' 협상을 핵군축협상으로 전환한다는 북한의 숙원을 실현하는 셈으로 해석될 수 있다. 북한이 국제사회의 공인된 핵보유국이 되면 한국은 동아시아나 한반도의 국제관계와 관련한 의사결정이나 협상의 당사국으로서의 입지가 약화될 위험이 있다.

    그의 발언은 대북 제재를 무력화해 온 러시아를 정당화할 여지가 있다는 측면에서도 논란이 되고 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이날 외무부 웹사이트를 통한 질의응답에서 북한의 비핵화를 '종결된 문제'라고 규정하며 IAEA의 북핵 결의안에도 거부 의사를 밝혔다. 북한의 대북 제재 위반을 감시해 온 유엔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은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가 임기 연장에 반대하면서 사실상 형해화된 바 있다.

    한편, 미국이 미 본토를 위협할 수 있는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를 유예하는 조건으로 동맹국인 한국을 '방기'할 것이라는 우려는 꾸준히 제기돼왔다.

    엘런 김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연구원은 CSIS가 발간한 '2024 미국 대선의 글로벌 영향' 보고서를 통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북한 김정은과 '연애편지' 교환 등을 통해 북한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에 대한 영구적인 유예를 얻어내려고 할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