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노조 "감사보고서에 '배임수재 공범' 표현""부정한 주식 무상 취득 알고도 명의신탁 도와"
  • ▲ 안형준 MBC 사장. ⓒ연합뉴스
    ▲ 안형준 MBC 사장. ⓒ연합뉴스
    지난해 2월 안형준 MBC 사장의 '공짜 주식 수수 의혹'이 불거졌을 당시 MBC 감사국으로부터 '감사용역'을 받은 모 법무법인이 '안 사장이 배임수재 공범일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취지의 내용을 담은 검토보고서를 MBC 감사국에 제출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10일 MBC노동조합(3노조, 공동비상대책위원장 오정환·강명일)에 따르면 A법무법인이 MBC 감사국으로부터 1000여만 원의 용역비를 받고 해당 사안을 검토한 결과 '△곽OO 씨가 B사 주식을 공짜로 수수한 행위는 배임수재죄의 구성 요건에 해당될 가능성이 높고 △안 사장이 고등학교 후배인 곽씨의 부탁을 받고 주식명의를 대여한 행위는 곽씨의 부정한 주식 무상 취득을 알고도 명의신탁을 도운 배임수재의 공범에 해당할 수 있다'는 견해를 밝힌 것으로 드러났다.

    다만 배임수재죄의 공소시효가 7년이기 때문에 안 사장이 배임수재의 공범에 해당한다 하더라도 현재로서는 형사 처벌이 불가능하다는 게 A법무법인이 내린 결론이었다.

    MBC노조가 공개한 내용을 종합하면 2013년 안 사장(당시 MBC 기자)이 B사 주식을 무상 취득했다는 의혹에 대해 지난해 특별감사를 진행한 MBC 감사국은 'CJ ENM PD였던 곽씨가 자신이 연출하는 드라마와 CG 작업 회사인 B사를 적극적으로 연결시켜 줬고, 곽씨가 B사 대주주인 김OO 씨로부터 B사 주식 9.9%을 무상으로 받았기 때문에 배임수재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또한 '당시 곽씨로부터 명의만 빌려달라는 부탁을 받은 안 사장이 △인감증명서를 제출하고 △본인의 인감을 준비해 날인했으며 △B사 주식을 받는 계약서에는 주식을 중간에 처분할 수 없다는 단서 조항이 담겨 있어, 안 사장이 배임수재의 공범에 해당할 수 있다'고 해석했다.

    지난해 자신을 둘러싼 '무상 주식 취득 논란'이 사내 안팎으로 비화되자, 안 사장은 사내 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타인에게 명의를 빌려준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당시는 주식 명의대여 금지법이 시행되기 전이었고, 실제로 주식을 받은 적도 없다"며 위법성을 부인했다.

    "2013년 후배의 부탁을 거절 못해 명의를 빌려줬지만 결코 주식을 받지 않았다"며 "단 1원의 금전적 이득을 취한 사실 또한 전혀 없다"고 강조한 안 사장은 MBC 감사를 상대로는 "주식 증여가 무상으로 이뤄진 사실을 알지 못했고, 서명한 기억도 나지 않는다. 그냥 주식매매계약서에 서명하라고 해서 했던 기억이 어렴풋이 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세 번의 뻔뻔스러운 거짓말 ‥ 사장 자격 없어"


    하지만 A법무법인을 통해 법률 검토를 마친 MBC 감사국은 이러한 안 사장의 진술을 '거짓말'로 단정했다는 게 MBC노조의 주장이다.

    MBC노조에 따르면 안 사장은 2013년 4월 말 김씨가 곽씨에게 무상 증여한 주식을 자신에게 명의신탁하는 주식매매계약서에 인감도장을 날인했는데, 이로부터 약 두 달 후 안 사장은 김씨와 추가합의서를 작성했다. 이 합의서에는 안 사장이 자택 인근 동사무서에서 발급한 인감증명서가 첨부돼 있었다.

    이 이면합의서에는 안 사장이 B사 주식을 매각할 경우 주식을 무상 증여한 김씨에게 우선 매수권을 부여해 하고, 주식을 담보로 제공해서도 안 되며 이를 위반할 시 1억 원을 배상한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었다.

    따라서 안 사장이 해당 주식 거래의 내용을 전혀 몰랐다는 건, 상상하기조차 어렵다는 게 MBC노조의 견해다.

    MBC노조는 A법무법인의 법률 검토서와 이를 토대로 작성한 MBC 감사국의 특별감사보고서를 통해 안 사장이 세 차례 뻔뻔스러운 '거짓말'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MBC노조는 "안 사장은 △2016년 말 CJ 감사팀에 불려가 '해당 주식이 본인 소유'라는 거짓말을 해 CJ의 감사 업무를 방해했고 △MBC 특별감사에서는 '해당 주식 증여가 무상으로 이뤄진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거짓말을 했으며 △방문진 이사들 앞에서도 '주식을 받아 갖고 있는 것은 모르고, 사인하라고 해서 사인했을 뿐'이라는 거짓말을 했다"고 강조했다.

    MBC노조는 "안 사장은 1억 원 배상 조항이 있는 이면계약서를 쓰고, 인감증명까지 제출한 장본인"이라며 "이처럼 공적인 자리에서 자신의 이익을 위해 말을 바꾸고 거짓말을 하는 사람이 과연 MBC 대표이사로서 자격이 있는지 근본적인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방문진 "주식 무상 취득 아냐 ‥ 결격사유 없다"


    MBC노조는 당시 안 사장의 비위 의혹을 확인하고도, 아무런 책임도 묻지 않은 방문진에 대해서도 화살을 날렸다.

    MBC노조는 "지난해 3월 14일 열린 방문진 이사회에서 MBC 감사로부터 관련 내용을 보고 받은 야권 추천 이사 6인은 '△안 사장이 B사 주식을 무상 취득했다고 보기는 어렵고, 이를 사장 결격사유로 보기도 어렵다 △이미 알려진 사실 외에 새로운 사실은 없고, 안 사장의 기존 주장이 감사를 통해 사실로 확인됐다 △이러한 행위는 비판의 소지가 있어 유감스러우나 법령 위반 여부에 대해선 논란이 있을 수 있다 △현재로선 이에 대한 법적 판단이 없어 현재 MBC 사장의 지위에 영향을 줄 정도의 결격사유로 보기 어렵다는 의견이 다수였다'는 황당한 견해를 드러냈다"며 "또한 '공영방송 사장으로서 심각한 도덕적 흠결을 드러냈기 때문에 안 사장의 해임 또는 자진사퇴가 불가피하다'는 여권 추천 이사 2인의 입장도 다수결로 묵살해 버렸다"고 밝혔다.

    MBC노조는 "이후 권태선 방문진 이사장은 '배임수재 공범 가능성'이라든지 '(CJ에 대한) 업무방해 공소시효가 남았다'는 A법무법인의 공식 검토 의견을 제외한 보도자료를 발표하는 식으로 특별감사보고의 내용을 덮었다"며 "안 사장의 형사 범죄 가능성을 지적한 보고를 가려, 방문진의 가장 큰 책무인 MBC 사장 선임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처럼 안 사장의 도덕적 흠결과 형사 처벌 위험성을 별것 아닌 것처럼 무마한 방문진 이사들이 과연 MBC를 관리·감독할 자격이 있는 것인지 묻고 싶다"고 성명을 마무리했다.

    ◆서울대 동문으로부터 B사 주식 무상 취득


    안 사장과 곽씨는 경복고등학교와 서울대학교(사회복지학과)를 나온 동문 사이. 곽씨가 안 사장의 5년 후배로 알려졌다.

    90년대 후반 KBS에 PD로 입사한 곽씨는 '퓨전사극'과 '액션멜로물' 연출로 큰 인기를 얻은 뒤 2011년 CJ E&M으로 자리를 옮겼다.

    2013년 CJ ENM 산하 채널인 tvN에서 한 스포츠 드라마를 선보인 곽씨는 당시 드라마 제작진이 사용한 CG 기술 개발사로부터 수억원대 주식을 무상으로 받았다.

    당시 CJ ENM에 CG 장비를 납품한 B사의 대표 김OO 씨도 서울대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한 곽씨의 동문이었다.

    그런데 당시 곽씨가 '동문 선배'인 안 사장(당시 MBC 기자)에게 B사 주식을 차명으로 맡아 줄 것을 부탁했다.

    이를 안 사장이 승낙하면서 안 사장은 서류상 B사의 주식을 9.9% 보유한 주요 주주로 등재됐다.

    이후 곽씨와 사이가 틀어진 김씨는 2016년 이 같은 사실을 CJ에 투서했고, CJ는 이에 대한 감사를 진행했다. 당시 CJ 측으로부터 사실확인 요청을 받은 안 사장은 해당 주식은 명의 그대로 자신의 것이라고 진술했다.

    결국 CJ 감사팀은 B사 주식 9.9%의 '실소유주'를 확인할 길이 없어 감사를 종결했다.

    CJ의 내부 감사가 무위에 그치자, 김씨는 2017년 12월 MBC 클린센터에 안 사장이 B사의 주식을 무상으로 받았다는 내용을 제보했다.

    그러나 당시 최승호 뉴스타파 PD가 MBC 사장으로 부임하면서 전면적인 인사 개편이 단행돼 MBC 감사국이 안 사장을 상대로 제대로 된 조사를 진행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수년이 흘러 지난해 2월 안 사장이 36대 MBC 사장 후보로 떠오르자, 김씨는 방문진에 같은 내용을 투서했다.

    ◆곽씨 "문제 된 B사 주식은 제 소유"

    김씨의 투서가 방문진에 접수된 사실이 '온라인 지라시'와 MBC노조 성명 등을 통해 알려지자, 결국 당사자가 나섰다.

    곽씨는 안 사장은 자신의 부탁을 받고 명의만 빌려줬을 뿐, B사로부터 주식을 건네받은 실소유자는 자신이라는 내용의 사실확인서를 방문진 이사회에 제출했다.

    이 사실확인서에서 곽씨는 "문제가 된 B사 주식은 제 소유"라며 "제가 10년 전인 2013년에 진정인(김씨)과 사업을 하면서 저의 개인사정 때문에 안 후보자를 설득해 명의만 안 후보자의 명의로 해달라고 부탁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곽씨는 "저와 진정인 등은 같은 과 동문으로 친한 사이였는데, 저와 진정인이 같이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관계가 악화됐다"며 "진정인은 MBC 외에 CJ ENM과 KBS에도 여러 차례 투서를 했다"고 밝혔다.

    곽씨는 "당시 저를 보호하기 위해 저의 부탁을 받은 안 후보자가 CJ ENM 측에 '주식은 본인의 소유'라고 답변한 적은 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며 "B사가 2019년 문을 닫아, 안 후보자는 물론 본인도 아무런 경제적 이득을 보지 못 했다는 점도 참작해달라"고 호소했다.

    김씨의 투서와 곽씨의 사실확인서를 모두 접수한 방문진은 아무런 조치 없이 지난해 2월 21일 안 사장을 제36대 MBC 사장으로 내정하고 이틀 후 공식 선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