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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시내 한 은행의 대출창구 모습.ⓒ뉴시스
금융당국이 뒤늦게 급증한 가계대출을 잡겠다며 시중은행을 옥죄고 나섰다. 이에 은행들이 부랴부랴 주택담보대출(주담대)를 중심으로 대출문턱을 높이면서 주택매입을 앞둔 실수요자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가계대출이 증가세를 보이기 시작한 건 지난 4월부터다. 가계대출은 4월 4조3433억원을 시작으로 5월 5조3157억원, 6월 5조8467억원, 7월 7조5975억원으로 상승곡선을 그려왔다.
이러한 증가세에도 금융당국은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적용시기를 돌연 7월에서 9월로 연기했다.
당연히 대출막차를 타려는 수요가 몰렸고 지난달 가계대출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5대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가계대출 잔액은 725조3642억원으로 7월말보다 9조6259억원이 뛰었다.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잔액 역시 568조6616억원으로 7월말과 비교해 8조9115억원 늘었다.
가계대출이 큰폭으로 뛰자 금융당국의 화살은 은행권을 향했다. 금융당국은 가계대출 증가액이 경영계획을 초과한 은행 경우 내년도 DSR관리계획때 DSR목표치를 더 낮게 수립하도록 만들겠다고 엄포를 놨다.
박충현 금감원 은행담당 부원장보는 "지난 4월부터 증가세로 전환한 가계부채가 최근들어 적절한 수준을 벗어났다"면서 "월별 순증액이 5조5000억원 내외면 관리되고 있다고 판단하는데, 7~8월부터 은행권 주담대 중심으로 갑자기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당장 내년 영업이 걸려있는 은행들은 다급하게 대출한도를 줄이고 유주택자에 대한 전세대출을 중단하는 등 특단의 조치를 취했다.
우리은행은 유주택자에게 주택담보대출과 전세대출을 해주지 않겠다는 방침을 내세웠다. 주담대 최장만기도 40년에서 30년으로 줄였다.
농협은행은 다주택자의 수도권소재 주택구입을 위한 주담대를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이와함께 생활안정자금 대출한도도 1억원으로 제한했다.
또 KB국민‧우리‧NH농협은행은 일반분양 주택을 포함해 모든주택에 대한 조건부 전세자금 대출 취급을 일괄 제한하기로 했다.
수분양자가 임차인 전세대출 보증금으로 분양대금을 완납하는 걸 제한하겠다는 뜻이다.
갭투자 수요를 막겠다는 것이지만 전세를 통해 잔금을 치르려는 실수요자들에겐 마른하늘에 날벼락인 셈이다.
특히 입주를 앞둔 올림픽파크포레온 등 단지 수분양자들은 시름이 더 깊어지고 있다. 임차인을 통해 자금을 마련하지 못할 경우 수억원에 이르는 잔금을 치루는 것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금융당국은 자신들의 책임은 쏙 뺀채로 모든 원흉을 은행들 탓으로 돌리고 있다. 결국 여기서 가장 고통받는 건 금융당국도 은행도 아닌 내집마련을 위해 준비해온 실수요자들이다.
금융당국은 이제라도 땜질식에 불과한 근시안적 해법이 아닌 제대로 된 해결책을 내놓아야 한다.